서울 kt 광화문 빌딩 모습./뉴스1
다섯 달째 최고경영자 공백을 겪는 KT의 신임 대표이사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됐다. 후보자들은 각각 ‘LG 재무통’, ‘정통 KT맨’, ‘빅데이터 전문가’라는 장점으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모두 사외 후보이며, 기존 알려졌던 지원자 중 정치권 인사는 모두 탈락했다.
28일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대표이사 후보 심층면접 대상자 3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까지 접수된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 및 비대면 인터뷰 등을 통한 후보 압축 과정을 거쳤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3일부터 약 3주간 기업경영 전문성, 산업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 정관 상의 대표이사 후보 자격요건 관점에서 서류 심사 및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번 대표이사 후보 심층면접 대상자는 ▲김영섭 전 LG CNS 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 등 3인이다.
LG그룹 출신인 김영섭 전 대표는 재무통으로 유명하다. 2014년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을 거쳐 2015년부터 LG CNS 대표를 지냈다. LG CNS 대표였을 때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으로 회사 수익성을 개선했다. KT 대표이사가 될 경우 조직 쇄신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통신업계 특성상 퇴임한 경쟁그룹 임원을 CEO로 영입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정통 KT맨’으로 꼽히는 박윤영 전 사장은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다. KT를 나가기 전 1년간 기업부문장으로 일하면서 입지도 다졌다. 박 전 사장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KT 직원들로부터 선호하는 차기 대표 1순위로 뽑히기도 했다.
박 전 사장은 다만 과거 KT 대표 선임 과정에서 두 차례나 떨어진 ‘삼수생’이다. 정부·여당에서 KT 내부 출신이 대표가 되는 데 비판적이라는 것도 약점이다.
유일한 학계 인사인 차상균 교수는 국내 빅데이터 분야 석학이다. 인공지능(AI)을 잘 아는 전문가로 꼽힌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뒤 회사를 글로벌 IT 기업 SAP에 매각한 경험도 있다. 2012년 이석채 전 KT 회장 시절부터 회사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회사와 인연을 맺었다.
차 교수의 경우 다른 두 후보에 비해 기업 경영 경험이 적고, 통신업계 전문성도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KT는 심사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제출한 지원 서류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평가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비대면 인터뷰 이후 위원들 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이승훈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차주 중으로 후보 3인에 대한 심층면접 심사를 진행해 KT 대표이사 후보 최종 1인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해당 후보는 8월말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KT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유분산기업인 KT는 오너 경영자가 없어 신임 CEO를 선임할 때마다 ‘외풍’ 논란이 빈번하다. 올 들어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이 차례로 대표 후보로 내정됐지만, 두 후보자 모두 외압에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앞서 KT 측은 이번 후보자 목록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후보 심사 과정의 공정성 확보와 후보자의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명단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KT는 대표이사 후보 공개 모집 공고를 내면서 지원자에 ‘개인정보 수집·이용·공개 동의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한 바 있다. 이에 명단 비공개는 ‘깜깜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