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서보형 사진기자, geenie44@gmail.com
우주를 구현했지만, 그 안의 사람이 더욱 잘 보이는 영화다. 김용화 감독은 "누군가 영화를 보고 그런 말씀을 했다. 사람들이 사랑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쪽으로도 영화가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25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더 문' 언론시사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김용화 감독과 배우 도경수, 설경구, 김희애가 참석했다. '더 문'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의 사투를 그린 영화.
'더 문'은 대한민국 최초 달 탐사를 소재로 광활하고 신비로운 달과 우주의 풍경을 하이퍼리얼리즘으로 생생하게 쌓아 올린 것은 물론, 한국 영화 최초로 돌비 비전과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해 오직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압도적인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김용화 감독은 달의 표면을 비롯해 우주를 구현해낸 것과 관련해 "완성도는 보는 눈에 달라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자평하고 싶은 것이 280억이라는 예산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 예산으로 이런 영화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떻게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샷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텍스처감'을 올려 사진처럼 정교함을 느낄 수 있게끔 구현하고 싶었다며 "보시면서 오히려 그런 부분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실제로 달의 앞면과 뒷면을 돌면서 사진을 찍어 나사에 팔고 있는데 엄청난 화질이다. 그래서 촬영을 하는 동안에도 4K를 고집했다. 렌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달에는 대기가 없기 때문에 망원이든, 광각이든 높은 해상도로 섬뜩함을 느낄 수 있게끔 작업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정을 구현하며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묻자 김용화 감독은 "시나리오의 전단계를 트리트먼트라고 하는데,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설정들이 나온다"라며 "우주영화를 좋아해서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냈고, 유성우 장면이나 도킹에 대한 것, 그리고 달의 앞, 뒷면에 대한 것을 비롯해 선우를 끝까지 도와주는 친구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 자문을 구했다. 다들 그런 부분에 대해 재미있어하시고 과학적으로 말이 된다고 해주셨다. 자신없어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 자신감을 갖고 과하게 해도 된다고 용기를 주셨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 도킹을 할 때 하루도 더 걸리고 한다. 금방 올라가고 할 수 없는데 시나리오를 쓰는데 구현해 내기가 어려워 이것도 자문을 드렸다. 급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하루가 지나면 영화가 될까 고민을 전했더니, 29년이나 30년에는 개발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또 드론의 추진과 관련한 문제도 사실 달에는 대기가 없으니까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구현 방식이 안 된다. 충전 방식이라는 등 설정을 부여했다"라고 미리 해명했다.
여타 우주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보편적인 감정들에 대한 내용이 녹아있다는 점이다. 김용화 감독은 "일방소통의 관계들을 잘 엮어내면 감정적인 쾌감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운을 뗐다. 실제 이번 작품에서는 도경수(선우 역), 설경구(재국 역), 그리고 김희애(문영 역)이 각자의 자리에서 소통에 나서지만, 이들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는다.
재국은 죽은 동료의 아들인 선우를 구하고자 했고, 문영은 전남편 재국과 얽히며 측은지심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이러한 감정들은 결국 '인류애'에 대한 이야기로 향한다. 김용화 감독은 "단일한 감정의 레이어보다는 다층적인 감정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슬프지만 기쁨이 있고, 괴롭지만 희망이 있고, 이런 식의 달콤 씁쓸한 감정을 보여주는 것을 계속해서 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 문'만의 감정선을 잘 드러내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영화의 도입과 엔딩 부분에 삽입되는 OST 'Fly me to the moon'이다. 위기 상황에서 마냥 슬프지 않은 노래가 흘러나오게 되는 것. 김용화 감독은 "시나리오를 썼을 때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더 감정적으로 좋았다"라며 "여러 곡의 리스트를 만들고 선곡도 해봤는데 희망과 용기를 주는 곡으로 테마를 바꾸어도 한 쪽 감정으로만 장면이 흐르지 않고 복합적인 감정이 일어난다"라고 전했다. 이어 "원래도 유명한 노래지만, 수란이라는 가수분이 멋들어지게 불러주신 덕분에 영화의 성격이 더 잘 표현된 것 같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결국 광활한 우주로 향했지만, 그 안의 사람의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영화로 완성된 것. 특히 선우 역을 맡은 도경수는 비극 속 유일한 생존자가 되며 여러 감정 열연을 소화한 것은 물론, 다양한 액션 연기까지 소화해야 했다. 김용화 감독은 "물리적으로 배우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본인이 소화했고, 여기에 무술액션팀이 사전에 3개월 전부터 함께 합을 맞추며 완성했다"라고 설명했다.
촬영을 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는지 묻자 도경수는 "사실 와이어가 한 줄이 아니라 다섯, 여섯 개의 줄이 묶인 특수 와이어를 사용했다. 동시에 타이밍을 잡고 유영을 하는 듯한 장면이 제일 힘들었다. 그래도 저를 잘 끌어주신 덕분에 잘 표현이 된 것 같다"라며 "세트나 우주복 같은 것들이 실제와 똑같이 만들어져서 잘 몰입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이에 설경구는 "도경수 씨를 보면서 저는 정말 날로 먹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혼자 촬영을 한 것 같다"라며 "저 같은 경우 우주인 황선우의 위기 상황, 조난 당한 상황에 집중해서 리액션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우주에 있는 선우를 구하고자 하는 것인 만큼, 황선우의 감정과 반응에 따라 저도 텐션이 올라가고 편안해지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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