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네이버 제공
네이버표 인공지능(AI) 서비스 공개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네이버는 다음달 자체 초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공개를 시작으로 자체 AI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빅테크 업계 간 초거대 AI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토종 AI’가 가질 경쟁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날 티저 사이트를 개설하고 다음 달 24일 콘퍼런스에서 생성형 AI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 전략과 방향성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하이퍼클로바X도 이 자리에서 공개된다.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가 재작년 내놓은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네이버 미래사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20년간 국내 플랫폼으로 검색 엔진 시장을 주도해 온 역량에 기반해 한국형 AI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하이퍼클로바X의 강점은 한국어는 물론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밀접한 이해도에 있다. 법, 제도, 문화적 맥락까지 이해해 소통하는 능력도 갖췄다.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는 지식인을 비롯해 뉴스 50년치, 블로그 9년 치에 달하는 데이터를 익혔다. 네이버 포털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수가 보통 4000만명을 상회하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인 맞춤’ AI로서 엄청난 경쟁력을 갖췄다. 한국어 학습 양이 챗GPT보다 6500배 많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하이퍼클로바X가 “금융, 교육, 커머스, 법률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 특화된 한국어 중심 초대규모 AI”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어와 관련된 콘텐츠 생성 품질 기준으로 GPT-3.5를 훨씬 넘어 GPT-4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연계할 자체 서비스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와 함께 대화형 AI 서비스인 ‘클로바X’, 생성형 AI 검색 챗봇 ‘큐:’ 창작 및 생산 도구 ‘클로바 포 라이팅’, 하이퍼스케일 AI 개발 도구 ‘클로바 스튜디오’ 등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AI 서비스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의 이 같은 생태계 확장엔 해외 빅테크 기업의 영역 확장에 대항해 AI 주도권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챗 GPT를 개발한 오픈AI의 그렉 브록만 회장은 최근 방한한 자리에서 한국어 토큰 개수를 개선하고 한국 스타트업과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글은 생성형 AI 챗봇 ‘바드’를 발표하면서 한국어를 영어, 일본어와 함께 첫 지원어로 선정한 바 있다. 최근 애플도 자체 LLM을 개발하고 있다며 글로벌 AI 대전에 참전을 밝혔다.
한편, 검색 챗봇 큐: 역시 네이버의 AI 성적표를 좌우할 주요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이달 베타버전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9월로 연기됐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심화되는 AI 경쟁의 동태를 살피고 완성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버가 정면 승부하긴 어려울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네이버는 브랜드 가치가 높기 때문에 하이퍼클로바X는 출시와 동시에 국내 상용화될 것이다. 한국인 정서에 맞는 AI로 버티컬, 로컬라이징 전략을 취한다면 서비스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앤드류 응 교수가 네이버 1784를 방문해 네이버의 첨단 기술 테크 컨버전스 사례를 체험하는 모습./네이버클라우드 제공
앞서 세계적인 AI 석학 앤드류 응 스탠포드 교수는 지난 20일 네이버 제2사옥 1784를 방문, 네이버가 한국 문화와 언어에 특화된 초거대 AI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영어로 학습한 AI는 한국어로 된 정보를 잘 모른다는 한계가 있다”며 “국가별 정보나 차이점에 대해 충분히 학습시킨다면 한국어 등 특정 언어를 중심으로 한 언어 모델도 의미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