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인터뷰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과거 '파리의 연인'을 본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 대사가 있다. 바로 "이 안에 너 있다"라는 고백. 그 고백을 전한 역대급 '서브남주' 이동건이 시간이 지난 '빌런'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그의 '빌런' 도전이 담긴 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는 글로벌 1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셀러브리티'의 비영어권 작품 중 넷플릭스 전 세계 순위 1위 소식이 전해진 날, 이동건을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인터뷰 하러 와서 알았어요. 굉장히 흥분되고요. 생각보다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서 너무 기쁘고요. 꽤 오랜만에 보여드린 작품이기 때문에 저에게 더 의미 있고, 소중한 것 같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셀러브리티'는 유명해지기만 하면 돈이 되는 세계에 뛰어든 아리(박규영)가 마주한 셀럽들의 화려하고도 치열한 민낯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아리는 SNS를 통해 스타가 되었고, 큰돈을 벌기도 했고, 그 세계로 인해 무너졌다. 그리고 이동건은 태강 대표 변호사 진태전 역을 맡아 사람들을 '급'으로 나누는 이중적인 빌런의 모습을 보여준다.

"맨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첫 느낌이 '젊고 세련됐다'였어요. 그래서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진태전 캐릭터를 보면서 '이 판을 흔드는 얘가 될 수 있겠다, 이 역할에 자신 있다'라고 생각했어요. 결정적으로 '해보자'라고 생각한 건 김철규 감독님 때문이었어요. 김철규 감독님이 연출해 주시면, 소재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도 충분히 저를 잘 만들어 주실 거라는 신뢰가 있었어요. '행운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됐습니다."

'셀러브리티'는 이동건이 이혼 발표 후, 특별출연이 아닌 작품 속 캐릭터로 처음 대중에게 선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진태전 캐릭터에 대해 "자신 있다"라고 한 지점에 설명을 덧붙였다.

"진태전은 SNS 속 인물들과 얽히는 인물이 아니잖아요. 좀 동떨어진 섬 같은 인물로 느껴졌어요. 그런 점에서, 저도 SNS를 잘 모르기에 자신 있었다는 표현을 썼고요. 매력을 느낀 지점은 사건에 가장 많이 개입하고 있고, 가장 많은 트러블을 일으키고, 가장 많은 인물과 얽히는 강렬한 캐릭터라는 지점이었어요. '셀러브리티'를 선택할 때는 '도전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진태전은 많은 인물과 얽히면서 가장 높은 위치에서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인물이다. 큰 낙폭의 감정을 표현해야 했고, 이중적인 모습, 자존감이 낮기에 오히려 더 오버해서 괜찮은 척을 해야 했다. 이동건은 진태전의 표현에 대해 시나리오에 많은 부분을 의지했다. 그리고 다양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조금 과하면, 김철규 감독님께서 말씀하실 거라는 신뢰가 깊었기에 표현하려는 몫을 다 표현했다.

"진태전은 내가 가진 것과 나라는 인간에게 조금이라도 흠이 될 수 있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미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접근하니 훨씬 더 폭발력이 있었어요. 자기 동생 채희를 아껴서라기보다, '나를 열받게 하지 마'라는 데에서 더 힘이 증폭되더라고요. 진태전의 모든 행동의 이유에는 '나 자신'만이 있는 거죠. 내 것을 지키려는 집착. 그것만을 가지고 연기했고, 그래서 더 폭발적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동건이 가장 부각하고 싶었던 대사가 있었다. 바로 "나 진태전이야"라는 대사였다. '셀러브리티'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그 대사에 진태전의 모든 행동의 이유가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과거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아직도 회자되는 명대사 "이 안에 너 있다"를 소화한 경력 덕분일까. 해당 대사는 진태전 그 자체로 각인 돼 있다.

"'이 안에 너 있다'가 명대사가 된 건 100% 김은숙 작가님의 역량이셨어요. 저에겐 너무 행운이었고요. '나 진태전이야'를 제가 밀고 있어요.(웃음) 그 대사를 좀 더 찰지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스스로 조금만 민망해해도 보는 사람들이 오글거리게 할 수 있는 대사잖아요. 그런데 자신의 끝을 보고서도 '나 진태전이야'라고 하는 애니까요. 그 부분을 잘 살리고 싶었죠."

'셀러브리티'를 통해 원래 친분을 가지고 있었던 배우 강민혁을 비롯해 배우 이청아, 전효성, 박규영 등과 남다른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특히 극 중 부부로 등장한 이청아에 대해 "현장에서 친하게 지내기보다 거리를 두며 자연스럽게 복잡 미묘해졌고요"라고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이)청아 씨가 워낙 모두를 배려하는 스타일이라서요. 저는 잘 주변을 보지 못하고 제 것만 하는데요. (이)청아씨는 스태프들도 잘 챙기고 배려가 많은 분이더라고요. 박규영 씨는 굉장히 예의 바른 느낌이었어요. 연기의 정석을 걸으며, 선배님을 존중하고, 자신의 것에 충실한 느낌이요. '셀러브리티'에 캐스팅돼 너무 좋았어요. 전효성 씨는 처음 뵈었고요. 친해지긴 어려웠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정말 큰 분이더라고요. 열정이 많은 분과 함께 하는 것이 저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준 것 같아요. (강)민혁 씨랑은 워낙 친해서 대화를 많이 하며 장면을 만들어 간 것 같습니다."

이동건은 '셀러브리티'와 연예계가 닮아있는 지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대중의 관심이 많이 쏠리는 곳"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너무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곳 같아요. 제가 SNS를 두려워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고요. 저는 그렇게 완벽하게 모든 것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닌데, 너무 큰 관심을 받게 되니까요.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도 작품 안에서 보여지고 싶지, 그 외 분야에서 보여지는 건 아직도 별로 자신이 없고, 좀 두렵거든요. 각자 나름의 개성과 생각에 맞게 행동하는 것 같아요."

이동건이 '셀러브리티'를 통해 대중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다. 바로 "진태전 너무 나쁘다, 못됐다"라는 말.

"그게 가장 큰 칭찬 같아요. 제 욕심이고요. 지금은 진태전이 정말 미운 녀석이었기를 가장 바라고 있습니다. 저도 연기를 오래 하다 보니, 당연한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많이 깨달았거든요. 지금은 대본 하나 하나가 너무 소중해지더라고요. 덕분에 훨씬 더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대중에게 외면받는 작품을 하면, 사람들이 '왜 자꾸 쉬냐?'라고 해서 괴로운데요. (웃음) 좋은 작품 만나서 이번 작품보다 조금만 더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이동건에게 '셀러브리티'는 어떤 작품으로 남길 바랄까. 그는 "이동건이 보여줄 수 있는 수많은 빌런의 서막"이라고 말문을 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7일의 왕비' 후로 빌런은 두 번째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되게 겁이 났거든요. '너무 나빴다'라면서요. 그런데 '7일의 왕비'를 통해 빌런 캐릭터에 도전해 본 것이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해요. 전혀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을 제안해주신 것에도 감사하고요. 그리고 그 속에서 제가 마음껏 놀 수 있게 해주신 이정섭 감독님도 너무 감사합니다. 제 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이동건의 차기작은 전해지지 않았다. 그는 캐릭터를 생각하고 거울을 보며 "내 얼굴에 얘가 있나?"라고 떠올려 본다.

"너무 좋은 배우들이 많잖아요. 그 배우들보다 이 캐릭터를 떠올릴 때 제가 잘할 수 있는 조금의 무기가 있나 생각해 봐요. 그것이 있다면,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배우라서요. 나머지는 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열심히, 재미있게 해나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