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 시범 운용 모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국내 방산 업계가 폴란드와 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가 유럽의 잇따른 러브콜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폴란드 국빈 방문으로 양국 간 방산 협력이 강화될 예정이다. 국내 대표 방산기업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강구영 한국우주항공산업(KAI) 사장 등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공동언론발표에서 “폴란드의 한국산 무기 추가 도입 계획에 관해 합의했다”며 “두다 대통령과 양국 간 방산분야 협력이 상호 호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이부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법인장, 세바스찬 흐바웩 PGZ사 회장, 마리우슈 부아쉬착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이 지난 2월 K9 시험사격에 이어 진행된 K2 2차 이행계약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방부 제공
폴란드와의 방산 협력 강화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기업 중 하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폴란드는 지난해 국내 방산 수출액의 72%를 차지한 최대 방산 수출 국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와 K9 자주포 212문 구매 등 약 3조1660억원에 해당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반기에는 K9 자주포 360문 추가 수출에 관한 2차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일 경남 창원 3사업장에서 폴란드용 K9 자주포 첫 조립에 들어갔다. 창원 3사업장은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1차 물량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는 폴란드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유럽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루마니아의 K9 자주포, 레드백 수주 체결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1차 수출은 54문으로 예상되며 약 8000억원 규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월 루마니아 국영 방산업체인 ‘롬암’과 ‘무기체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 후 관련 상호 협력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는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현지에서 시장 공략에 더욱 활발히 나설 계획이다. 올해 내 폴란드에 첫 유럽 현지 법인을 설립해 유럽 생산 거점으로 삼을 방침이며, 이를 중심으로 유럽 시장 확대에 본격 뛰어든다.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에서 참가자들이 한화오션 부스에서 잠수함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뉴스1
그룹에 이제 막 합류한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도 한화의 이름을 달고 유럽에서의 순항을 예고했다. 한화오션은 그룹 합류 전에도 글로벌 방산업계에서도 잔뼈가 굵었다. 2013년 영국 군수지원함 4척과 노르웨이 군수지원함을 수주한 바 있으며, 잠수함에 관해서는 압도적 강자다.
폴란드는 해군 잠수함 도입 사업인 ‘오르카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폴란드 국방장관이 유럽 업체만으로 입찰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잠수함 건조 경험이 풍부한 한화오션이 유력 후보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캐나다 해군이 추진하는 ‘구형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서도 한화오션의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캐나다는 CPSP는 약 60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캐나다는 이를 통해 12척가량의 잠수함을 발주한다.
이 사업에는 HD현대중공업도 나설 예정이다. 다만 국내 잠수함 시장의 97.8%는 한화오션이 차지하고 있으며, 잠수함 건조 실적 또한 HD현대중공업 보다 두 배 이상 많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한화오션은 국내 최초로 수상함 2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실내 탑재 공장’ 신축도 고려하고 있다. 함정 건조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건조 라인 전문화를 통한 호위함 적기 전력화를 위해서다. 한화오션은 수상함 분야에서의 노하우와 시설 투자를 통해 수주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해 3개사로 나눠져 있던 방산 계열사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합했으며, 한화오션의 합병을 주도해 한화의 방산 청사진을 그렸다. 김 부회장은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5조원 달성과 글로벌 방산 톱10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화그룹은 글로벌 방산 기업 중 30위를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