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 뉴스1
중국의 애국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국내 화장품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이에 연초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실적 반등을 기대하던 화장품 업계가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6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K뷰티에 열광했던 중국인들이 국내 화장품에 등을 돌리고 있다. 국내 대표 수출 화장품 기업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한한령과 코로나19 이후 중국 시장서 줄곧 하향세다.
한국 화장품 인기 부진에는 중국 화장품의 품질 향상과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성향이 이유로 꼽힌다. 실제 중국 상반기 최대 쇼핑행사 6.18 기간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에서 팔린 스킨케어 판매 상위 5위 브랜드에는 로레알·LVMH그룹의 랑콤과 에스티로더, 로레알 등 유명 화장품과 중국 현지 브랜드로 양분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중적 브랜드에 한 해 과거 대비 중국 화장품의 기술력이 좋아진 점도 있지만 명품 등 유명 브랜드를 우선시하는 중국인들의 소비 성향도 한몫 한다"고 말했다.
또 자국산 제품 쓰자는 이른바 애국 소비 경향이 두드러진 점도 주요 요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실적은 10조27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2% 감소한 수치다. 특히 중국으로 수출은 전년 보다 26% 줄었다.
식약처는 “지난해 화장품 수출 규모가 감소한 것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와 중국 정부의 화장품 규제 강화,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중국시장 매출이 컸던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기업들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45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6.9% 줄었다. 매출은 1조6837억원으로 2.4% 늘었지만, 순이익은 963억원으로 15.3% 감소했다. 화장품 사업의 매출은 701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0.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12억원으로 11.3%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9.3% 감소한 64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91억원으로 20.1%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1155억원으로 12.6% 감소했다. 특히 중국 등이 포함된 해외 사업 실적이 큰 폭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사업 매출은 16.8% 빠진 3494억원, 영업이익은 266억원으로 36.9%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봤다.
신한금융투자는 LG생활건강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작년 동기보다 각각 5%, 15% 줄어든 1조7796억원, 1836억원으로 제시하면서 "2분기 실적은 기존 추정치를 밑도는 수준"이라고 예상했다.
박현진·주지은 연구원은 "생활용품과 음료 매출은 각각 2%, 8% 성장한 것으로 보이나 화장품 매출이 15%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는 면세 부진과 중국 실적 성장 부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5% 증가한 9882억원, 영업이익은 503억원으로 예상하면서 "이는 기존 추정치보다 상당히 저조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전 세계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에 힘입어 매출은 회복세"라면서도 "영업이익이 부진한 이유는 설화수 리브랜딩 마케팅 비용, 중국 티몰 재단장 이전 설화수 재고 처리, 미국법인 성과급 비용 반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주요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서는 것은 물론 북미, 유럽 등 신시장 안착을 통해 글로벌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G생활건강은 중국 내 럭셔리 브랜드 후와 오휘, 숨 등 화장품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변화된 중국 시장과 소비자에 맞는 제품을 지속 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북미, 동남아, 일본 지역 등 해외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마켓에서 승부를 본다는 계획이다. 북미 지역에서 팝업스토어, 협업 마케팅 등을 강화하는 한편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 시장 실적 의존도를 다른 글로벌 마켓에서 만회하기 위해 북미 일본 유럽 등에 드라이브 걸고 있다"면서도 "중국 역시 중요한 시장인 만큼 앞으로 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