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tvN 제공
사랑의 정도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tvN 새 예능프로그램 '2억9천'은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는 뻔한 말을 10쌍의 커플을 통해 증명해낸다.
30일 오후 tvN 새 예능 프로그램 '2억9천:결혼전쟁(이하 '2억9천')' 온라인 기자간담회가 열려 이원웅 PD, 강숙경 작가를 비롯해 방송인 장성규와 이은지가 참석했다.
'2억9천'은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시대에 결혼을 꿈꾸는 각양각색의 성격과 사연을 가진 10쌍의 예비부부가 결혼 자금 2억9천만 원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서바이벌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
'2억9천'은 '강철부대'를 연출한 이원웅 PD와 '피지컬:100' 강숙경 작가의 의기투합으로 예능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 제작진은 '결혼'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에 대해 "결혼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숙경 작가는 "요즘 젊은 세대가 결혼을 잘 안 하려고 하지 않나. 왜 결혼을 하지 않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결혼을 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을 통해 '왜 결혼을 하려는 걸까'를 보여드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결혼하겠다는 결심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런 결심은 어떤 사람들이 하는 걸까'라는 것에서 시작해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특히, 결혼자금 2억9천만 원을 걸고 서바이벌을 펼친다는 독특한 소재에 대해 이원웅 PD는 '2억9천'의 상징성을 언급했다. 이 PD는 "어디선가 왜 결혼을 안 하는지 설문을 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이 경제적인 부분이었다. 도대체 얼마가 들길래 돈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던 차에 한 결혼정보 회사에서 조사한 걸 보니 평균 결혼 비용이 2억9천 정도 된다고 하더라"며 "그 말이 마치 구천을 떠도는 망령이 깃든 것처럼 느껴졌고, 그 숫자 자체에 매료가 됐다. 3억보다 2억9천이 더 아득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서 제목을 그렇게 지어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언급했다.
이미 인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노하우를 쌓은 PD와 작가는 '2억9천'만의 차별점으로 사랑을 꼽았다. 강숙경 작가는 "서바이벌은 공감이 중요한데, 신선하면서 공감을 얻는 것이 어렵기는 하다. 처음에는 연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니까 막연히 쉽게 생각했는데 사랑을 검증하기는 어렵지 않나. 그래서 망설인 부분도 있었다"며 "보통 서바이벌은 남을 이기려고 하는 경쟁인데, 우리 프로그램 속에서는 '우리가 더 사랑한다'는 걸 경쟁한다. 한 출연자가 '사랑도 경쟁처럼 하는 이 곳'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딱 맞다. 이기기 위한 경쟁보다 치열한 게 사랑하고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경쟁이다. 보시는 재미가 있고 아주 신선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게다가 최근 비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진정성 논란을 겪기도 한 바, '2억9천' 측은 출연자 선발 과정부터 고심에 고심을 더했다고 말했다. 이원웅 PD는 "사람을 뽑을 때 가장 힘들었다. 사실 방송에 나갔을 때 당장은 TV에 나오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또 피곤해질 일이 생기기도 하지 않나. 출연진을 선발할 때 이미 피로연을 하신 분들도 계시고 결혼을 목전에 둔 분들이 있었다.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틀어져서 평생 후회될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조심스러운 분들이 많았다. 그런 고민과 의심을 알고 있어서 저희도 정말 소중하게, 어렵게 선발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이 PD는 "출연자들은 진짜"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연예인 프로그램에 대한 진정성 얘기가 많은데 우리 출연자들의 표정을 보면 그 의도가 느껴지실 거다. 모두 나오신 의도 자체는 순수하시다. 전형적인 '사랑해', '너밖에 없어'하는 그런 오글거리는 말들도 표정을 보면 너무 진짜인 게 보여서 편집을 하기 힘들 정도다. 우리 프로그램은 정말 진짜"라고 강조했다.
'2억9천'의 MC로는 방송인 장성규, 이은지, 가수 겸 배우 최수영, 배우 이기우가 자리를 채운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MC군단 대표로 나선 장성규와 이은지는 프로그램에 함께 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이은지는 "아시다시피 저는 tvN의 딸이다. 좋은 프로그램이 또 저에게 온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우리 PD님과 작가님이 워낙 잘나가시지 않나. 저도 두 분을 만나서 더 잘나가고 싶었다. 나영석 사단 이후에 2억9천 사단을 기대해보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이은지는 "제가 워낙 연애 버라이어티 서바이벌을 좋아한다. 거의 중독자다. 그래서 우리 프로그램에도 구미가 당겼고 함께하는 선배님들이 워낙 좋은 분들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영광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은지는 '2억9천' 출연자들을 보며 결혼관까지 바뀌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은지는 "예전에 결혼관을 생각해봤을 때는 '언제나 든든한 내 편', '같이 늙어가는 동반자나 가족'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 사실 이상형도 변했다"라며 "마냥 나와 잘 맞고 재밌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 고난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잘 회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장성규는 "저 역시 '강철부대'와 '피지컬:100'을 정말 재밌게 봤다. 개인적으로 작가님이 방송인 장성규를 낳아주신 분이다"라며 강숙경 작가를 향한 신뢰를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결혼 10년 차다. 연애 때는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서 달콤한 이야기와 행동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의 난 왜 못난 남편이 됐을까' 싶은 생각이 있다. 우리 프로그램을 하면서 반성하는 마음으로 초심을 되찾고 싶었다"고 진정성을 더했다.
이어 만약 아내와 결혼 전 '2억9천'에 출연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결정을 할지 묻는 말에 장성규는 "출연할 것 같다"고 고민 없이 답했다. 그는 "제가 결혼할 때를 생각해 보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현실적인 이유로 2억9천만 원이 아주 매력적인 숫자다. 결혼은 현실이지 않나"라며 "그런 점뿐만 아니라 '2억9천'은 결혼 생활을 준비하는 훈련 과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저도 아내와 초등학교 동창이고 10년을 교제한 후 결혼했지만, 어려운 순간들에서 서로의 바닥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출연을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촬영 중 출연자들이 정말 뽀뽀를 많이 했다고 귀띔한 이원웅 PD는 방송 수위에 대해 "드러낸 부분도 많다"고 말해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는 "편집 과정에서 낼 수 없다기보다는 우리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 너무 달달해서 심각한 것들은 덜어내려고 했다. 프로그램 잘 되면 나중에 19금으로 풀던가 할 것 같다"고 말해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커플들이 같은 농도의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것에서 전율이 느껴진다"는 강숙경 작가의 말처럼, 사랑을 증명해 낼 커플 10쌍의 치열한 결혼 서바이벌 '2억9천'은 오는 7월 2일 저녁 7시 45분에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