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이 지난 3월 16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LG 제공
‘선택과 집중.’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취임 후 기업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젊고 과감한 리더십에 5년간 LG 시가총액이 세배로 늘어나는 등 그룹을 안정적으로 성장시켰다고 평가 받는다.
구 회장이 앞으로 더욱 집중하겠다고 선택한 신성장동력은 A(인공지능)‧B(바이오)‧C(클린테크)다. 특히 챗GPT가 불러일으킨 AI 돌풍 속에서 LG가 쌓아올린 AI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취임 후 적자가 쌓이고 성장이 더딘 전자결제, 태양광, 스마트폰 사업 등을 과감히 정리했다. 반면 배터리(이차전지)와 전장(자동차 전기장비) 사업은 힘 있게 밀어붙여 흑자전환에 성공시켰다. 구 회장이 이끈 LG그룹은 5년 동안 시가총액 약 3배, 매출액이 약 1.4배 증가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LG는 ‘미래 준비’를 위해 꼽은 A‧B‧C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목표하고 있다. 향후 5년 간 A‧B‧C 사업과 미래 자동차,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에 약 54조원의 국내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특히 AI‧데이터 분야 연구개발에 오는 2026년까지 3조6000억원을 투입해 미래 기술과 인재 선점에 나서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구 회장은 AI에 ‘진심’이다. 구 회장은 AI 선봉장 격인 LG AI연구원을 직접 방문하는 등 사업을 면밀히 챙기고 있다. LG AI연구원에는 세계적인 AI 석학인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를 2020년에 최고AI과학자(CSAI)로 영입하는 등 글로벌 석학을 잇달아 합류시켰다. LG 측은 “세계적인 AI 학회에서 연구 성과를 알림과 동시에 글로벌 AI 우수 인재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의 괄목할 만한 성과는 단연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이다. 초거대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스스로 사고·판단·학습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엑사원은 6000억개 이상의 말뭉치, 언어와 이미지가 결합된 고해상도 이미지 3억5000만장을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엑사원 모델의 한국어 성능은 ▲분류 ▲번역 ▲기계독해 ▲요약 등 4개 영역 16개 평가 지표 중 15개가 글로벌 최고 성능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LG 관계자는 “엑사원은 세계 최대 규모 수준의 데이터를 학습했다”며 “IT·금융·의료·제조·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 데이터까지 학습하고 있어 다른 초거대 AI 모델들이 가지지 못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다. 엑사원은 내달 중순 새롭게 업데이트 된 전문가용 버전이 공개될 예정이다.
LG AI연구원은 실제 산업 현장에도 자체 AI 기술을 적용해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LG전자는 국가별·지역별 제품 판매 수요를 예측하는 AI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LG 이노텍은 카메라 렌즈와 센서 공정에 AI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능형 고객 응대 서비스인 AI 컨택 센터를 운영, LG유플러스는 앱스토어 고객 리뷰 분석에 AI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산업 난제 해결을 위한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항암백신 신항원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으며 차세대 배터리인 리튬황 배터리 전해질 화합물을 찾아내는 AI 모델, 차세대 OLED 발광 재료 성분을 예측 하는 AI 모델 등을 개발했다. LG는 엑사원에 학습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신약과 신소재 개발 범위와 속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AI 분야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어 뚜렷한 경쟁력 구축이 과제로 남아있다. 외산 AI의 국내 진격을 견제하는 한편, 오는 8월 공개 예정인 네이버의 초거대 언어모델(LLM)이자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비롯해 마찬가지로 하반기 공개 예정된 KT의 자체 초거대 AI모델 ‘믿음’ 등 국내 기업 간의 치열한 AI 경쟁도 예상된다. 경영 화두로 ‘고객 가치’를 누차 강조해온 구 회장의 리더십이 LG의 AI 성적표에도 지속 반영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LG는 오는 29일 구 회장의 취임 5주년을 기념하는 별도 행사를 열지 않을 예정이다. 구 회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과 베트남 내 경제사절단 활동을 마치고 지난 24일 귀국했다. 하반기 경영전략 및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