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조선일보일본어판DB
쌍 천만 감독 김용화 감독이 저승에 이어 이번엔 우주를 그린다. 여기에 내로라하는 연기파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배우가 합세해 한국판 우주 SF를 선보인다.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영화 '더 문'(감독 김용화) 제작보고회가 열려 김용화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가 참석했다.
'더 문'은 달 탐사를 떠난 대한민국의 우주 대원이 예기치 않은 사고로 달에서 조난을 당하고, 전 우주센터장 재국을 비롯해 지구에 남은 사람들이 그를 무사히 귀환시키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설경구는 작품에 대해 "배경은 2029년이고, 달 탐사를 떠난 한국 우주대원이 예기치 않은 상황에 조난을 당하고 그 대원을 지구로 귀환시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영화"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더 문'의 메가폰을 잡은 김용화 감독은 작품을 기획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그는 "현실에 발을 붙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저승의 풍경을 리얼하게 그려냈던 김 감독은 "이야기가 현실에 발을 잘 딛고 있어야 한다는 건 연출로서 필연적인 몫이지만, 전작은 판타지적이다 보니까 조금 더 현실에 발을 붙일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던 차에 '더 문' 원안을 보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가 저승 이미지는 부족하게나마 만들어봤으니까 이번에는 어릴 적부터 꿈꾸고 동경했던 우주와 달에 대해 표현해 보고 싶었다. 관계선도 그렇고 지금의 한국의 기술이라면 도전장을 내볼만하지 않을까 싶어서 도전했다"고 덧붙였다.
설경구는 유인 달 탐사선 프로젝트 책임자이자 전 센터장이었던 '재국' 역을 연기한다. 재국이 책임을 맡은 유인 달 탐사선이 발사와 동시에 폭발하면서 대원들을 모두 잃게 되고, 재국은 세상을 멀리한 채 산속 천문대에 기거한다. 그러던 중 새로운 프로젝트로 달로 향했던 우주대원이 사고를 당하자 재국은 그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설경구는 작품에 끌린 점으로 김용화 감독을 꼽으며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우선 제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김용화다. 시나리오 역시 여태 받아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여서 안 해본 영역이라 호기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시나리오를 보기 전 출연을 결심했다는 설경구는 "제가 상업영화에 목말라 있기 때문에 쌍 천만 감독을 거부할 수 없었다. 믿고 맡겨도 될 것이라는 생각에 시나리오는 볼 필요도 없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재국 역을 위해 체중 감량까지 했다는 설경구. 그는 "엄청난 감량은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살이 쪄있는 역할이 아니라면 촬영을 준비하면서 몸을 가볍게 하려고 (체중을) 빼곤 한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김희애는 "남자분들이 독하시다. (설경구 씨가) 아주 무섭게 다이어트를 하더라. 촬영 중에 뭘 입에 넣는 걸 본 적이 없다. 식사 시간에도 사라진다. 촬영 전에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줄넘기를 하고 온다고 하더라. 저도 덩달아 긴장하고 분발해야겠다 싶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도경수는 우리호의 막내 우주대원이자 예기지 못한 사고로 홀로 달에 남게 된 '선우'로 분한다.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우주대원이 된 선우는 달에 홀로 남게 되자 혼자서라도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인물이다.
홀로 달에 남아 연기 역시 오롯이 혼자 해내야 했던 도경수는 촬영 현장이 외로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말 외로웠다. 사실 선우의 감정들이 극적인 게 많아서 집중해서 연기할 땐 (외로운지) 몰랐는데, 지구 우주센터에서 찍은 편집본을 보니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 그게 너무 부러웠다"며 "대기실에서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서 외로웠는데, 저도 선배님들과 얘기하고 그러면서 연기하고 싶었다"고 전하기도.
'신과 함께'에 이어 김용화 감독과 재회한 도경수는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도경수는 "'신과 함께' 때는 제가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그때 제 입장에서는 감독님이 너무나도 어려운 분이셨다. 이번 현장에서는 같이 이야기도 엄청 많이 하고 감독님과 교류를 많이 했다. 이번에 감독님과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다양한 캐릭터로 호연을 펼친 김희애는 이번엔 우주 전문가로 나선다. 그가 맡은 '문영'은 나사에서 유인 달 궤도선 루나 게이트웨이를 책임지고 있는 메인 디렉터로, 신념과 본분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는 인물이다.
김희애 역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렘을 드러냈다. 그는 "'더 문' 시나리오를 보고 정말 설렜다. 저는 주로 드라마적인 스토리에 출연을 해왔는데 이렇게 SF적인 스펙터클한 영화 시나리오를 받으니까 떨렸다. 믿을 수 있는 최고의 배우들, 그리고 김용화 감독님을 향한 믿음만 봐도 정말 가슴 뛰는 출발이었고, 촬영 내내 정말 행복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희애는 문영 역을 소화하며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갔다"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희애는 "제 극 중 직업이 나사의 메인 디렉터이다 보니까 잉글리시를 해야 했다. 용어도 궤도, 고도처럼 생전 써보지 않은 단어들로 이뤄져서 더 어려웠다. 외국 배우분들도 영문 모르고 앉아 계신 분들이 아니라 다 지적인 분들이셨다. 그 앞에서 잘난 척하면서 영어 연기를 하려니까 심장이 벌렁벌렁했다"고 회상했다.
세 배우는 촬영 내내 직접 대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베테랑 배우들에게 이런 현장은 어려움이 아니었다. 김희애는 "배우들이 옆에 없다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정말 풍부했다. 배우는 상상을 하고, 자기만의 것으로 풀어서 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오히려 배우로서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만족해했다.
설경구는 다음 작품에서 도경수와 다시 만나고 싶다며 이번 작품의 아쉬움을 달랬다. 그는 "저는 도경수 씨가 찍은 걸 보고 제가 받아서 연기하는 장면도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많았다. 다른 작품에서는 꼭 얼구를 맞대고 해보자고 했다. 아마 김용화 감독님이 생각해 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고심 끝에 5년 만의 작품 '더 문'을 내보인 김용화 감독은 "평소보다 더 떨리는 것 같다. 아무튼 이 순간에 잘 할 수 있는 건 진심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붙잡고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개봉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한편, 김용화 감독과 배우 설경구, 도경구, 김희애의 호흡을 만날 수 있는 한국형 SF 영화 '더 문'은 오는 8월 2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