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SBS 제공
김은희표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가 여름 안방극장을 찾는다.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민속학을 소재로 가장 한국적인 기묘한 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23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본사에서 새 금토드라마 '악귀'(극본 김은희, 연출 이정림) 제작발표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이정림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태리, 오정세, 홍경이 참석했다.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 특히 '악귀'는 토속적 오컬트 장르로 공포 팬들의 기대를 얻고 있는 바, 이정림 감독은 "흔하게 알고 계시는 서양의 오컬트 장르와 다른 점은, 엑소시즘에 대한 건 저희 드라마에는 없다. 조상들이 오랫동안 믿어 왔고 기록해온 민속학, 토속신앙, 전설, 신화 위주로 작가님이 이야기를 써주셨다. 작품 준비하면서 계속 도움을 받은 게 민속학 교수님들과 문화재청 공무원 분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다른 오컬트 장르와 차별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악귀'는 '청춘'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재작년에 작가님을 처음 만났을 때, '악귀'라는 제목만 듣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장르일까 걱정하며 미팅을 들어갔다. 그런데 작가님께서 청춘의 이야기를 너무 해보고 싶다고 하시더라"라며 "산영도 힘든 20대를 보내고 있고, 해상이는 한창의 청춘은 아니지만 좋은 청춘을 보내지 못했을지 모르는 인물이지 않나. 작가님은 어른으로서 청춘들을 이끌어가는 내용을 해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 저 역시 그런 점을 연출로 녹여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태리는 가장으로 지내다 아버지의 유품을 받고 악귀에 씐 '구산영' 역을 맡았다. 김태리는 캐릭터에 대해 "생활력이 없는 엄마와 둘이서, 아버지 없이 살아온 인물이다"라며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를 좀 생각하지 않고 살아온 그런 청춘"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작품에서 진짜 구산영과 악귀에 씐 구산영을 연기해야 했던 김태리는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장르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한 얼굴로 두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게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처음에는 산영이 입장에서 연기를 하다 보니 산영이에 치우쳐 있어서 악귀를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 점점 한 인물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하다 보니 답이 나왔던 것 같다"며 "악귀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한'의 정서가 있지 않나, 가장 분노하고 억울한 마음을 이 신에서는 어느 정도의 수치로 보여줘야 할까 그런 것들에 집중하다 보니 확신이 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정세는 재력가 집안 출신의 민속학 교수 '염해상' 역으로 분한다. 오정세는 해상에 대해 "위트도 없고 사회성도 떨어지는 인물"이라며 "일단 매력이 없는 친구인데 이 드라마가 끝날 때쯤에는 매력이 느껴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귀신을 보는 캐릭터를 맡은 만큼, 연기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귀신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악귀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머릿속으로는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촬영을 하니 그런 고민이 사라졌다"며 "김태리, 홍경 두 배우에게 도움을 받으며 촬영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경위 '이홍새'를 연기한 홍경은 '악귀'에 참여한 이유로 '작감배(작가 감독 배우)'를 꼽았다. 그는 "선배님들이 참여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저는 뒤늦게 합류했다. 저같이 어린 배우가 선배님들, 김은희 작가님, 이정림 감독님과 함께 언제 같이 작업을 해보겠나 싶은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김태리, 오정세 두 선배에게 조언을 얻은 부분이 많았다며 감사 인사를 덧붙였다. 홍경은 "매 신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았다. 제가 아직 미숙해서 연기를 하면서도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선배님들과 함께 하면 그런 점을 앞서서 끌어주신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라며 배움의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제가 선배님들을 보며 감히 발견한 점이라면, 태리 선배님은 되게 호기심이 많으시다. 질문에 질문에 꼬리를 물고 답을 찾아내는 집요함이 있으신 것 같다. 저도 옆에서 그걸 몸소 배울 수 있었다"라며 "정세 선배님과 연기할 때는 카리스마를 목전에서 보고 느끼면서 연기했다. 선배님은 현장의 분위기를 신의 공기로 바꿔버리는 힘이 있으신데, 연기하면서 '내가 언제 이런 에너지를 느껴볼까' 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었다"고 전했다.
이정림 감독은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묻는 말에 작가와 배우진을 꼽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감독은 "'악귀'는 김은희 작가님이 쓰고 세 배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설명이 다 된다고 생각한다"며 "1, 2회 시청률 총합을 20%대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배우들 역시 20%와 30%를 언급하며 흥행을 자신했다.
감독과 배우의 자신감처럼 '악귀'가 SBS 금토극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악귀'는 오늘(23일) 밤 10시 SBS에서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