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카카오브레인 김일두, 김병학 각자대표./카카오 제공
챗GPT가 포문을 연 인공지능(AI)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업계 간 경쟁에 속도가 붙고 있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오는 8월 시장에 공개하기로 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카카오와 SKT의 ‘투 트랙’ 전략이 본격 시작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사업자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의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 보다 한국어를 6500배 더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초거대언어모델(LLM)을 개선했으며 작은 양의 데이터 결합에도 목적에 맞춰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이용해 대화형 AI, 코딩 AI, 창작형 AI 등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과 고객 간 거래(B2C)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영진 네이버클라우드 AI Business 리더는 16일 “네이버 내부적으로는 하이퍼클로바X가 챗GPT를 넘어섰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B2B 서비스부터 B2C 서비스까지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출시를 앞두고 올 4월 AI 전담 조직을 개편했다. 연구개발(R&D)에 집중하던 ‘하이퍼스케일 AI팀’이 AI 생태계 구축까지 맡도록 역할을 확대했다. 더불어 중장기 AI 선행연구를 담당하는 ‘AI이노베이션’팀을 신설했다.
IT업계 라이벌인 카카오에서도 최근 체제 전환이 있었다. 카카오는 카카오 계열사에 흩어진 AI 사업을 결집하겠다는 목표로 AI 연구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을 ‘투톱’ 체제로 전환했다. 카카오 AI 부문장을 지내온 김병학 신임 대표가 사업모델 발굴과 AI 버티컬 서비스 개발에, 기존 김일두 대표는 현재 카카오브레인이 수행하고 있는 글로벌 선행연구와 초거대 AI 모델 구축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AI 시장에서 카카오가 네이버를 단기간에 따라잡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는 이미 오랜 기간 서비스를 운영하며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등 AI 핵심 영역의 노하우를 쌓아둔 상태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네이버에 비하면 AI 관련 상용화·보편화된 서비스 제공 경험을 쌓아가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카카오의 AI 경쟁력은 향후 카카오브레인의 행보에 따라 평가될 예정이다. 카카오브레인은 '코GPT'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코GPT 2.0'을 이르면 올 3분기 내 출시하고, 이를 적용한 챗봇(가칭 코챗GPT)도 이어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회사의 정체성을 ‘AI 서비스 컴퍼니’로 재정의한 SKT 역시 투트랙 전략을 꾀하고 있다. SKT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자체 개발과 글로벌 협력이라는 두 가지 주요 전략을 밝혔다. 자체 AI 서비스인 에이닷의 고도화를 맡을 AI서비스 사업부장에 김용훈 전 에이닷추진단장이 맡는다.
글로벌·AI 테크 사업부장에는 정석근 전 네이버 클로바 총괄이 선임됐다. 그는 2021년 네이버 클로바 CIC(사내독립기업) 대표로 근무할 당시 세계에서 세 번째로 초거대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해 서비스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올해 4월 초 SKT 아메리카(SKTA) 대표로 입사했는데, 두 달도 안 돼 본사 ‘글로벌·AI 테크 사업부’를 맡게 됐다.
한편, SKT는 국내 AI 기업과도 협업을 강화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SKT는 ‘K-AI 얼라이언스’ 파트너사에 기존 사피온, 베스핀글로벌, 몰로코, 코난테크놀로지, 스윗, 팬텀 AI, 투아트에 더해 씨메스, 마키나락스, 스캐터랩, 프렌들리에이아이 등 4곳이 추가로 합류했다고 18일 밝혔다. 유영상 SKT 대표는 “AI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 기회를 공동으로 모색하면서 대한민국의 AI 기술과 인프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계획”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AI 생태계에 뛰어든 국내 기업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IT, ICT 기업에게 AI 사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외산 AI의 국내 시장 장악을 막기 위한 기업별 움직임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