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웰푸드 무설탕 빙과 3종(위쪽)과 빙그레의 '쌍쌍바 with 메로나 / 각 사 제공
가격 담합을 벌이다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빙과업체들이 줄줄이 아이스크림 값을 올렸다. 이들은 원유 등 원재료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원재료값이 떨어지고 있는 올해도 값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징금으로 인한 피해액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고 있다.
12을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빙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롯데웰푸드(롯데제과 29.4%·롯데푸드 14.5%)와 빙그레(빙그레 27.8%·해태아이스크림 13.94%)는 올해 1분기 줄줄이 아이스크림값을 인상했다. 롯데웰푸드가 두 자릿수 넘게 인상한 데 이어 빙그레와 해테아이스크림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값을 올렸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롯데웰푸드의 월드콘, 더블비얀코, 찰떡아이스, 설레임, 빵빠레 등 아이스크림 9종 가격은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인상됐다.
빙그레의 메로나, 비비빅, 캔디바 등 막대 아이스크림 4종 가격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올랐다. 따옴은 1800원에서 2000원(11%), 끌레도르는 2200원에서 2500원(14%)으로 각각 인상됐다. 해태아이스크림의 경우 누가바, 쌍쌍바, 바밤바, 호두마루가 1200원에서 1500원으로, 탱크보이, 폴라포는 1500원에서 1800원(20%)으로 상향됐다. 부라보와 꿀호떡은 2000원으로 2200원(10%)으로 올랐다.
빙과업체들은 가격 인상의 주된 이유로 원가 상승을 꼽았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불안 등 여파로 아이스크림의 주재료인 원유, 분유, 설탕 등을 비롯해 운용비과 물류비 등 제반 비용 전반이 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여건이 다르다. 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유 가격이 안정화되는 추세지만 한번 오른 소비자가격은 그대로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값 등 가격이 움직인다고 즉각 반영해서 값을 올리거나 내리지 않는다"며 "원재료 값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인건비 등 다른 원가 구성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에 감내하고 있던 다른 인상분들이 반영돼 값을 책정한다"고 말했다.
원가 부담은 다소 줄었는데 인상된 가격은 유지돼 기업들 실적이 좋아졌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5%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959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견줘 4.1% 증가했다.
빙그레는 올해 1분기 시장 추정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냈다. 빙그레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2.7%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9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14.8%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86억원으로 525.4%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업체가 약 4년간 가격 담합을 해온 사실이 공정위에 적발돼 대규모 과징금 처분을 받자 피해액을 소비자에게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앞서 롯데와 빙그레 등 국내 빙과업체 4곳은 수년에 걸쳐 아이스크림 판매·납품가격을 담합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총 1350억원을 부과 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아이스크림 담합 관련 매출액을 약 3조3000억원으로 책정해 과징금은 약 5%로 결정했다. 이들 빙과업체는 2007년에도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으로 46억 원가량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음에도 재차 적발돼 높은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들은 현재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한 뒤 이를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공정위를 상대로 진행 중이다.
소비자 노윤서(가명)씨는 "가격 담합에 인상까지 일반적인 상식과 동떨어진 행동들이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익에만 급급하지 말고 사회 공헌과 더불어 서민들을 먼저 생각해야지 이 같은 태도는 기업으로써 해선 안 될 행동"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