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첫날인 지난해 1월 27일 서울 시내 한 공사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뉴스1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10일 시행 500일을 맞지만 사망 사고는 여전하다. 그중 건설업 산업재해 사망자는 전체 업종 중 1위다. 지난해 기준 전체 산재 사망자의 24.4%를 차지한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산재로 인정한 건설업 사망자는 539명. 하루 평균 1.5명이 산재로 사망한 셈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걸 골자로 하며,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도 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계에서 6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5월 말까지 100대 건설사 공사 현장에서만 총 17명이 사고로 숨졌다.
지난해 발생한 사망재해 발생 유형을 보면, 5인에서 49인 규모 사업장(41.8%)에서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어 5인 미만 사업장, 100인에서 299인, 50인에서 99인 사업장 순이었다. 재해 유형으로는 추락으로 인한 사고 사망자(36.8%)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건설업 재해조사 대상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경우는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9건에 불과했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자가 406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약 2.2%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인정 판결은 1건 뿐이다.
노동계는 법의 산재 예방 효과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노총 측은 논평을 통해 “중대재해의 검찰 기소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하청, 특수고용, 이주 노동자, 중소기업 등 사고사망이 집중되는 분야에 대한 실물적인 대책을 제시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반면, 경영계는 여전히 법의 처벌 조항이 모호하고 처벌 수위가 과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의 유예도 요구 중이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합리적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시기를 늦추고, 형사처벌보다는 정부와 기업의 중대재해 예방 노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돼 아직 과도기라고 평가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탄탄해지고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효력을 발휘해가려면 판례가 많이 쌓이는 수밖에 없다. 그로써 보완해 나가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처벌 강화보다 산업재해 예방 우수 사업장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중대재해 발생 0건을 기념해 전 직원에게 안전 인센티브를 200만원씩 지급했다. 올해 고용노동부도 사망 사고 없는 주요 건설업체에 대해 예방감독 제외를 인센티브로 약속한 바 있다.
이 위원은 이에 대해 “인센티브가 동기 부여하는 요인은 맞지만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며 “본질적인 해법이 되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