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미국 제2공장 전경(좌측)과 서울특별시 성북구에 위치한 삼양식품 본사 / 각 사 제공
국내 라면업체 시장 점유율 상위 기업 농심과 삼양식품의 상반된 해외 진출 전략에 실적이 엇갈렸다.
해외 공장 없이 수출에만 의존하는 삼양식품은 경쟁사 대비 저조한 영업이익을 낸 반면 농심은 미국 현지에 가동한 제2공장 등의 효과가 본격화되며 두배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뒀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미국 법인 성장에 따라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농심은 연결 기준 올 1분기 매출 8604억원, 영업이익 638억원을 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16.9% 늘었고, 영업이익은 85.8%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농심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456억원을 크게 웃도는 호실적이다.
미국 법인이 농심의 1분기 성장을 주도했다. 올해 1분기 농심 미국법인의 총 매출액은 1647억원으로 전년 동기(1175억원) 보다 40% 늘었다.
영업이익은 180억원으로 전년 동기 26억원에서 600% 가까이 늘었다. 농심 전체 영업이익 증가분 294억원 가운데 미국법인의 증가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 제2공장 가동으로 인한 제품 공급량 확대가 주효했다고 농심 측은 설명했다.
반면 삼양식품은 경쟁사 대비 낮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삼양식품의 경우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0% 증가한 245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39억원으로 2.6% 감소했다. 판관비와 매출 원가가 상승하며 영업이익 하락했다.
특히 매출 대비 영업이익을 비교할 수 있는 영업이익률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삼양식품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9.7%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반면 농심은 2.7% 증가한 7.4%를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밀가루, 설탕 등 원자재의 급등했고, 물동량 증가로 내륙 물류비가 늘어나면서 매출 원가가 많이 상승했다"며 "1분기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판관비가 증가해 영업이익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실적이 엇갈린 것은 생산 전략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농심은 미국 시장 성장세를 감안해 제2공장 설립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제1공장 생산량이 포화상태에 달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한국에서 수출해 제품을 공급했다. 지난해 4월부터 제2공장이 가동되며 원활한 공급이 가능해져 각종 비용 절감은 물론 실적 개선까지 이뤘다.
또 국내에서 수출하던 물량을 제2공장에서 현지생산으로 대체함으로써 물류비 부담을 덜어내 영업이익도 늘었다.
반면 삼양식품은 해외 생산기지 없이 수출 물량 전부를 국내에서 생산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지 생산시설이 없다는 점은 삼양식품의 약점으로 언급돼 왔다.업계 관계자는 “제품 공급 안정성 및 원가 절감 관점에서 보면 현지 생산이 수출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붉닭볶음면 등 한국산 프리미엄 제품을 지향한다"며 "해외에 생산 기지를 건립할지 고민하다 2019년께 국내서 수출 전용 생산기지를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언주와 익산을 포함해 최근 밀양까지 완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스, 냉동 부문을 신사업으로 꾸준히 키워나가고 해외 시장 수출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지역별 영업마케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라면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작년 보다 소비자 판매 가격을 인상한 효과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국내 라면 3사는 지난해 말 라면 출고가를 9~15%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