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신임 총재 /뉴스1 제공
최근 우리나라는 대중(對中) 무역 및 반도체 수출에 빨간등이 켜지면서 1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기록하고 있다. 이에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뺄셈 외교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며 연일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무역수지로만 보면 OECD 국가 중 우리보다 더 심각한 나라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지난 4월 무역수지 마이너스 7450억 엔을 기록해 21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작년엔 적자 규모가 21조8000억 엔에 달해 1979년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일본 무역수지가 적자의 늪에 빠진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탈원전 움직임으로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유 수입이 급증했다. 여기에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적자 규모는 최고치에 다다랐다. 둘째, 일본의 수출을 주도해 온 자동차 산업이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전기차(EV)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엔진 기술에 집착해 온 일본은 전기차 보급 속도를 과소평가했고 덕분에 지난해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6%나 감소했다. 셋째,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엔화가치가 하락해 수입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는 수출을 늘려 기업 수익을 높이려는 일본 정부의 정책이기도 하지만 덕분에 무역수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일본의 무역적자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불어나면 경상수지도 40여 년 만에 적자를 나타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경상수지는 3조5057억 엔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에 비해 63%나 감소했다. 이에 일각에선 일본은행이 하루빨리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해 엔화 가치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 지난달 28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신임 총재는 기존의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키로 하며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로 동결했다. 그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현재 금융완화를 계속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답했다. 그 날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0.6% 정도 하락, 134.87엔으로 일주일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에다 총재는 당분간 기존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장기금리 왜곡 등의 부작용 개선을 위해 서서히 출구 전략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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