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조선TV 유튜브 바로가기

피해자 요건 완화했지만…전세사기 특별법 여전히 ‘제자리’

강나윤 기자 ㅣ muse@chosun.com
등록 2023.05.03 16:53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관해 여야 여전히 평행선
당초 목표한 이번주 본회의 처리 사실상 불가능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세 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제정안을 심사하기 위한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정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뉴스1

여야가 3일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 심사를 재개했지만 또다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토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전세 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수정안 등을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오후에 속개된 회의에서도 입장 차만 확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정부·여당 특별법)’을 비롯해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 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임대보증금 미반환 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등 3건을 병합 심사했다.

여야는 피해자 인정 요건과 보증금 지원 방식 등의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초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 인정 기준 6가지를 제시했으나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에 4가지로 완화한 수정안을 지난 1일 제시했다. 야당은 여전히 피해자로 인정되는 조건이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수정안은 ▲대항력·확정일자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해도 임차권등기를 마친 경우 ▲임대인의 파산 및 회생절차, 경·공매 절차 개시로 다수의 임차인에게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임차인의 임대차 보증금이 3억원 이하인 경우(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조정에 따라 최대 4억5000만원까지 인정) ▲수사 개시, 임대인 등의 기망 또는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자에게 임차주택 소유권을 양도하는 경우 등 4개 조건을 충족하면 전세 사기 피해자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당은 피해자가 사기를 당한 금전을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국토법안심사소위원장이자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사기에 준하는, 예를 들면 보이스피싱의 경우 주거권과 좀 다르지만 경제적 피해 측면에서는 동일하다”며 “사인(私人) 간 계약에 국가가 뛰어들어 손해 본 모든 사례에 일정한 돈을 보장해준다는 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가의 근간 원칙을 흔드는 것이기에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정부여당이 제시한 우선매수권과 LH 임대 등 피해자 구제 방안이 미흡하다는 의견이다. 야당은 채권 매입기관이 피해자의 채권 매입을 통해 보증금을 먼저 구제하자는 ‘선(先)지원 후(後)구상권 행사’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전세사기특별위원장 맹성규 의원은 “정부안의 우선매수권, 우선 변제도 좋지만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충분치 않다. 보증금 반환이라는 방법 있으니 계속 요구하는 것”이라며 “지원 대상을 넓히고 폭을 깊게 해야 한다는 게 저희 당 취지”라고 설명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보증금 채권 매입 대신 소액 보증금 최우선 변제권의 범위를 넓히는 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심 의원은 “인천 미추홀구 같은 경우 전세보증금 우선변제 기준이 8500만원인데, 보증금이 8600만원이면 한 푼도 못 받는다”며 “소액보증금 우선변제 제도에 특례를 줘 한 푼도 못 받는 경우 8500만원으로 간주해서 우선 변제받을 수 있도록 검토하자 했다”고 전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에 대해 “예산 출처와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하는 첨예한 정치적 문제”라며 “피해 주택을 낙찰 받을지 말지는 시세 차익에 따라 결정할 문제인데, 역전세난도 심하기 때문에 세입자 입장에선 갈림길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피해자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형평성 문제도 따른다”며 여야 간 입장 차가 쉽게 좁혀지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여야 지도부 간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우선 이번 주말까지 협의를 이어가며 합의점을 찾고, 간사 간 논의를 통해 향후 소위 일정을 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이번 주 중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서라도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소위 심사가 지연됨에 따라 이번 주 내 본회의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