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바운드' 포스터 / 사진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매료된 관객들을 ‘슬친자(슬램덩크에 미친 자의 줄임말)’라고 불렀다. 신드롬에 가까웠던 ‘슬램덩크’가 패스한 농구공을 영화 ‘리바운드’가 잡았다. '슬친자' 였다면, 리친자(리바운드에 미친 자의 줄임말)가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
2010년 부산 중앙고 농구부는 '후후-' 하고, 불어야하는 먼지 쌓인 액자 같다. 과거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녹슬고 빛바랜 영광만 남아있는 농구부를 학교에서는 없애는 대신 '명목상 유지'를 택한다. 명목상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싼 코치. 부산 중앙고 농구부 출신으로 현재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강양현(안재홍)은 '싼 코치'에 적격이다.
이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강양현의 진심이었다. 사실 과거 MVP 선수의 영예까지 안았던 강양현은 농구를 정말 사랑했다. 그래서 코치가 된 후, 중학교 농구부 MVP 리스트를 뽑아 선수를 모으는 것부터 시작한다. "같이 한 번 커보자"라는 것은 선수들에게 신뢰 없는 초짜 코치가 전하는 진심이었다. 그렇게 부산 중앙고 농구부에 주목받던 천재 선수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이신영),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정진운),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괴력 센터 ‘순규’(김택),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정건주), 농구 경력 7년 차지만 만년 벤치 식스맨 ‘재윤’(김민), 농구 열정만 만렙인 자칭 마이클 조던 ‘진욱’(안지호)이 모인다. 이들은 '원 팀'이 된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 사진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리바운드'는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중·고교농구대회, 전원 6명뿐인 선수로 출전한 최약체 팀, 부산 중앙고 농구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장항준 감독은 이 기적 같은 실화를 정말 '실제처럼' 그리는 방식을 택한다. 먼저 실제 코치, 선수들과 키가 비슷한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그리고 캐스팅된 배우들은 실존 인물에 맞춰 체중까지 조절했다. 배우들은 실제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경기 영상을 보며 자신이 맡은 선수들이 어떻게 땀을 닦는지 등을 연구했다.
영화는 6명의 선수들과 초짜 코치가 농구 전국 대회에 출전하기까지의 과정과 전국대회에 출전해 신안고, 한성부고, 광산고, 용산고 등과 차례로 치르는 경기, 이렇게 크게 두 줄기로 나뉜다. 극초반 안재홍은 초짜코치 강양현이 되어, 과거 '족구왕'으로 빛났던 그가 후배들의 대장이 된 것처럼, 그만이 할 수 있는 땀과 웃음과 눈물로 극을 이끌고 간다. 그리고 그 바통을 여섯 명의 배우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가 잘 받아 경기를 치른다. 영화를 좀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이들이 해낸 큰 역할이었고, 배우들의 영광의 순간이었다.
'리바운드'는 캐릭터 감동을 억지로 끌어내기 위해 경기 장면을 소비하지도, 악역을 만들어 이야기를 위한 위기를 주는 것도, 감동을 위해 한 명의 배우도 소비하지 않고 흘러간다. 여섯 명이 '리바운드'해서 한 팀이 되는 그 순간은 이미 영광의 순간으로 충분하다. 장항준 감독이 실화를 '실제'로 그려낸 방식의 묘미가 고스란히 작용하는 이유다.
영화 '리바운드' 비하인드 스틸컷 / 사진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스포츠 경기를 비롯해 앞서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마주한 '꺾이지 않는 마음'은 '리바운드'에서 이어진다. 잦은 부상과 체력의 한계로 제한 없이 선수를 교체할 수 있는 농구 경기에 부산 중앙고팀은 한 명의 부상으로, 교체없이 연달아 경기를 치러야했다. 그런데 이들은 이렇게 외친다. "우리 내일도 농구할 수 있다"라고 말이다.
'리바운드'를 보고 나오면서 나지막이 '나도 할 수 있다'라고 되뇌게 하는 것은 어쩌면 장항준 감독부터 안재홍을 비롯한 여섯 배우들이 한 팀이었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강양현 코치(안재홍)가 외치는 "우리가 신나는 거, 우리가 미치는 거, 그거 하자"라는 외침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다양한 활약을 펼쳐온 장항준 감독이 정말 사랑하고, 신나고, 미치는 것이 '영화'라고 외치는 것 같이 들린다. 내가 정말 사랑하고, 신나고,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그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결과가 아닌 과정, 그 길 위에 '영광'이 있지 않을까. 들어가지 않는 골을 잡아내는 '리바운드'처럼 말이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 사진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영화 '리바운드' 정보
감독 : 장항준
각본 : 권성휘, 김은희
출연 :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
개봉 : 2023년 4월 5일
관람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122분
영화 '리바운드' 비하인드 스틸컷 / 사진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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