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플럼에이앤씨 제공
"제가 전에는 성격이 많이 급했어요. 작품을 하면 '어떻게 할까요' 하면서 의욕이 앞섰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과해 보였나 싶기도 해요. 이젠 나 혼자 달려 나가기보다는 옆 사람도 보게 되고 전보다는 여유가 좀 생긴 것 같아요."강소라가 엄마가 된 후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안방극장을 찾았다. 결혼과 출산을 겪은 후 그가 선택한 작품은 '남이 될 수 있을까'였다. 이혼한 이혼 전문 변호사 캐릭터에 전남편은 딩크족을 원한다는 설정이었다. 자신의 현실 상황과 180도 다른 인물을 연기한 강소라와 작품 종영 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사진: 플럼에이앤씨 제공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이 될 수 있을까'는 이혼은 쉽고 이별은 어려운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사랑과 인생 성장기를 다룬 드라마다. 극 중 강소라는 스타 이혼전문 변호사이자 전 남편 '구은범'(장승조)과 같은 법률사무소에서 일하게 된 '오하라' 역을 맡았다.
무엇보다 '남이 될 수 있을까'는 강소라가 무려 6년 만에 선보이는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장승조와 로맨스 케미를 선보인다는 소식에 드라마 팬들의 이목이 쏠렸다. 오랜만에 드라마 현장에 돌아오니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고 말한 강소라. 그는 촬영을 마친 후에도 유난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하라랑 은범이의 이야기는 20대의 연애가 아니고 30대 중반의 이야기잖아요. 연애부터 결혼까지 다 해본 애들이니까요. 20대의 멜로물, 로코물이라면 감정에 솔직하겠지만, 두 사람은 그러기엔 지켜야 할 자존심과 직위가 있어서 어찌 보면 더 겁이 많거든요. 헤어지자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쿨해야 하는 건지, 더 폭발적으로 감정에 충실해서 연기해야 하는 건지 망설여진 부분이 있었어요."
사진: 플럼에이앤씨 제공
강소라가 복귀작으로 '남이 될 수 있을까'를 선택한 이유는, 어쩌면 그가 결혼을 경험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강소라는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아름다운 동화나 로맨스 작품들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맺지만, 결혼 이후의 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랑을 유지해나가는 방법, 그리고 가족이 되는 일에 대해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 바로 '남이 될 수 있을까'였다.
"우리 작품은 단순한 남녀 간의 이별 이야기라기보다는 '이 사람을 온전히 내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하는 작품이에요. 사랑에 빠지는 건 쉽지만 그걸 유지하고, 내가 싫어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죠. 결혼이 그렇잖아요. 정답이 없으니 가족이 되는 건 그런 점에서 힘든 일이다 싶기도 해요."
"제안받았을 때부터 제목을 보고 '딱 떨어지는 결말은 아니겠구나' 싶었어요. 마지막 대본을 받으니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고요. 그건 작가님의 영역이기 때문에 '두 사람을 이어주세요'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도 두 사람이 서로 성장한 부분으로 끝이 난 것 같아서 그 점에서는 만족해요. 은범이는 자신의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해결을 해야겠고, 하라는 일방통행적인 면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한 발짝 멀리 가는 법을 배웠잖아요."
사진: 플럼에이앤씨 제공
초반부엔 연신 티격태격하는 신만 가득한데, 어느덧 멜로 분위기가 되면서부터는 본격 로맨스 호흡이 펼쳐진다. 강소라는 그 과정을 함께한 장승조와의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장승조 배우가 은범이를 하신다고 해서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장승조 언제 멜로 하냐', '로코 해달라'하는 반응을 하시더라고요. 저는 '모범형사'를 통해 알게 된 배우여서 그냥 연기 잘하는 배우구나 싶었는데 장승조 배우의 멜로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댓글과 수요를 보고 '하라도 그런 눈빛을 받아볼 수 있나?' 싶어 안심이 된 부분도 있었어요."
"고구마들이 걷히고 잘 되나 하다가, 하라와 은범 사이에 딩크족 문제가 생기잖아요. 그때 재결합하고 데이트를 하던 중에 급하게 집으로 와서 식사를 하려는 신이 있었어요. 원래 계획은 예쁘게 꾸며 놓을 생각이었는데 하라가 은범이에게 '족발에 소주 먹자' 하는 신이었어요. 방송에는 안 나왔는데 족발 배달이 오면 은범이가 자연스럽게 세팅을 척척하고, 하라는 비닐을 뜯고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어요. 처음 연애는 아니니까 그런 습관적인 부분이 나오기를 바라서 장승조 배우랑 맞춘 거죠."
사진: 플럼에이앤씨 제공
지난 2020년 결혼한 강소라는 기혼자이기에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직접 경험해 봤기에 결혼 생활이 어떤지, 그걸 다 겪었을 하라의 상황도 이해할 수 있었다. 결혼 3년 차, 강소라가 느끼는 결혼 생활은 어떤지 물었다.
"연애할 때는 아름다운 부분만 보여줄 수 있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24시간 동안 늘 아름답게만 있을 수 없잖아요. (웃음) 같이 지내면 보기 싫은 부분도 봐야 하는 점에서 연애와 결혼은 큰 차이가 있어요. 화장실을 쓰는 것부터 음식물 쓰레기 매듭을 묶는 것부터. 그만큼 깊은 영역으로 들어오는 거기 때문에 연애와는 그 깊이감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결혼 생활은 더치페이하듯 5 대 5로 할 수는 없어요. 한쪽의 균형이 무너질 때 이혼을 선택하게 되는 거 아닐까요?"
"제가 결혼을 해보니 연애 때와 다른 점이 당연히 있죠. 하지만 그걸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생각하면서 서로 보완하기 위해 만난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는 서로 채워줄 수 있다는 게 결혼의 장점 같아요."
사진: 플럼에이앤씨 제공
강소라 하면 아직도 영화 '써니'(2011)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걸크러시 넘치는 인물로 대표작을 썼기에 이후에 들어오는 캐릭터도 비슷한 결이었다. 강소라는 이번 작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보고 싶은 캐릭터를 신나게 나열하며 즐거운 듯 미소 지었다.
"제가 '써니'를 통해 알려지다 보니까 그런 비슷한 캐릭터 제안이 많이 들어왔어요. '남이 될 수 있을까'에서 제가 표현하지 않았던 영역에 선택해 주신 게 개인적으로 감사한 부분이에요. 대중분들께도 '저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하는, 결이 다른 부분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캐릭터요? 우선은, 전문직을 마스터해 보고 싶어요. (웃음) 제가 '사'자 들어간 직업을 많이 해봤는데, 형사는 안 해봤더라고요. 여자 형사물을 하고 싶어요. 저한테 왜 안 들어오나 몰라요. 안 해본 걸 해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싶어요. 형사 역할이라면 날것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으아아!'하는 느낌으로요. 아니면 프로파일러도 좋아요. 악역을 해본 적이 없어서, 바로 악역 들어가긴 힘들 것 같고 프로파일러처럼 집요한 모습을 보여드렸다가 그다음에 악역을 하면 착착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 플럼에이앤씨 제공
엄마가 된 지 2년이 됐다. 강소라는 출산 후 이전 모습을 되찾았지만, 생활은 180도 달라진 상태다. 작품을 마친 그는 이제 엄마로 돌아갈 시간을 맞았다. 그는 "부디 '일과 삶의 밸런스'가 맞춰지길 바란다"며 간절한 소망을 덧붙였다.
"올해 계획은 아직 없어요. 원하는 바가 있다면 일과 삶의 밸런스? 육아를 하니까 이젠 그 밸런스를 맞추는 게 정말 쉽지 않아요. 혼자일 때는 부모님이 제 서포트를 해주셨는데 이젠 제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인생 과제다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