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티빙 제공
그간 구마사제를 소재로 한 작품은 여럿 있었지만, 이렇게 힙하고 당돌하고, 거침없는 구마사제는 처음이다. 차은우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던 구마사제를 선보였다. 티빙 오리지널 '아일랜드'를 통해서다.
원작 만화를 드라마화한 '아일랜드'는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악에 대항해 싸울 운명을 가진 인물들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차은우가 맡은 '요한' 역은 바티칸 최연소 구마사제이자 상부의 명을 받고 구원자 '미호'(이다희)를 보호하기 위해 제주도로 온 인물이다. 가시 박힌 말로 반인반요 '반'의 약을 올리는 등 정숙하지 않은 사제를 연기해 이목을 끌더니, 파트1 후반부에서는 형과 관련된 절절한 서사로 깊은 감정 연기까지 보여준 그다.
게다가 차은우에게 '아일랜드'는 첫 액션 도전작이기도 했다. 차은우는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도전에 나선 이유를 전했다. "'아일랜드'는 저에게 장르적으로도 그렇고 캐릭터적으로도 새롭게 시도해 보는 작품이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마음이 어느 때보다 컸던 것 같아요. '여신강림'이라는 작품을 할 때부터 '아일랜드'를 하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원작은 97년도부터 연재된 동명의 만화다. 작품이 인기를 끈 덕에 웹툰으로 리부트되기도 했다. 워낙 오랜 팬을 둔 작품이기에 드라마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실제 드라마 '아일랜드'에서는 몇몇 설정이 변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화려한 CG와 정염귀 퇴치 신 등은 호평을 이끌었다. 전에도 웹툰 원작 드라마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차은우는 이번엔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두고 연기했을지 궁금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보니까 비슷한 설정이라도 드라마 안에서 조금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귀걸이를 착용하는 거에 대해서는 안 하는 게 어떻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저는 꼭 귀걸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요한이를 구축하는 데 더 필요한 것 같았거든요."
"원작이 만화이다 보니까 그림으로 그려져 있잖아요. 그래서 요한이의 스타일은 어떻고 액세서리는 뭘 하고, 그런 부분에서는 상상하기 쉬운 면도 있었어요. 반면에 그림을 움직이는 사람으로 표현해야 하는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죠. 감독님, 선배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원작에서 착안하되 조금 더 다르게 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현장에서 많이 의논했어요."
차은우는 '아일랜드'를 통해 대표작을 새로 썼다. 만화보다 더 비현실적인 비주얼에 딕션, 연기력 또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요한이는 그간 차은우가 보여준 적 없던 매력을 담은 캐릭터였다. 차은우는 요한이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찾으며 싱크로율을 높여갔다.
"요한이는 어린 사제이다 보니까 그 나이대 청춘다운 모습도 있으면서 신의 권능을 행하는 자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구마의식을 할 때는 책임감이나 강인해 보이는 모습들, 그런 걸 잘 보여줘야 매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힙한 사제'라는 설정 자체가 흔히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보니까 그 매력을 잘 담아내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저와 요한이가 비슷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장난치는 걸 너무 좋아하거든요.(웃음) 요한이처럼 깐족, 까불까불까지는 아니지만 재밌는 상황, 장난치는 거 좋아하고 놀리고 하는 부분은 비슷한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제작발표회에서도 끈끈한 모습을 보여준 김남길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차은우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김남길을 꼽기도 했다. 평소에도 형 동생으로 지내는 두 사람은 촬영 시작 전 전부터 사석에서 '아일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케미를 키웠다.
"남길 형과는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이야기도 많이 하고 같이 준비를 해와서 촬영에서도 호흡이 정말 좋았어요. 형이 어떻게 캐릭터에 임하고 준비를 하는지 직간접적으로도 영향을 많이 받았고, 액션신을 보면서도 배울 점이 정말 많았어요. 형이 저에게 '이렇게 해봐' 얘기해 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했죠."
"촬영 시작이 딜레이 되는 상황이 있었는데, 그때 남길 선배님과 카페도 가고 밥도 먹으면서 그냥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형도 너무 잘 챙겨주셨거든요. 제가 인볼브 되기 전에도 형이 따로 만나자고 연락을 주셨고, 같이 해보자고 하셔서 저는 형 믿고 했어요."
보이그룹 아스트로로 데뷔한 후 가수 겸 배우 차은우로 활약하고 있는 그. 연기 생활 초반엔 혹평도 있었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마는, 차은우는 꽤나 오랜 시간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그 꼬리표를 '아일랜드'에서 드디어 벗어냈다. 차은우는 한 해 한 해 경험치를 쌓아 표현해내는 법을 익히고 있었다. 힘들 땐 자극제를 찾기도 했다. 스트레스는 풀고, 자극은 더했다. 차은우는 그렇게 성장했다.
"연기에 대한 반응들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는 건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제가 더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그때그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한 거였어요. 그냥 내 안에 쌓인 거로 잘 표현해 내면 된다는 생각이라 좋은 양분들을 많이 쌓으려고 하고 있어요."
"저도 당연히 사람인지라 힘들 때, 지칠 때가 있어요. 슬플 때도 많고요. 하지만 좋은 분들, 감사한 분들이 주변에 많아서 다행이에요. 그런 저에게 먼저 다가와 주시고 대화를 하면서 풀어내면 되더라고요. 제가 자극을 받기 위해 하는 일도 있어요. 유튜브에 국내외 다른 선배님들, 배우분들 수상 소감이나 시상식 영상을 저장해놓고 봐요. 그걸 보면 다시 힘이 샘솟곤 하더라고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저만의 루틴이기도 해요."
차은우는 목표가 정해져있으면 지치는 스타일이라며 웃어 보였다. 연습생을 거쳐 아이돌 데뷔, 그리고 연기에 도전하기까지, 자신 앞에 닥친 일을 하나하나 해나가는 것에 집중했다고 했다. 그렇게 훗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봤을 때 '성장했구나'라고 느끼고 싶다 말했다.
"당장 내일도 어떻게 될지 잘 모르는 게 삶이잖아요. 우선은 '아일랜드' 파트2가 성황리에 끝나면 좋겠고, 연예인으로서의 욕심도 너무 있어요. 차근차근 하나씩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 어느 곳에, 제가 있겠다 하는 생각이에요. 저는 '어디까지 올라갈 거야. 그게 목표야' 하고 정해놓으면 가다가 지치는 편이거든요. 맡은 걸 하나하나 수행하고, 나중에 돌아봤을 때 성장하는 걸 느끼는 편이라 저를 봐주시는 분들이 '괜찮은 친구다. 멋있다' 그렇게 바라봐 주시면 가장 뿌듯할 것 같아요. 그게 제가 바라보는 제 미래의 청사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