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로에 주차된 지프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 외관./김혜란 기자
시승기의 결론부터 정리하면 '헤어질 결심'이 어려웠던 차다. 주말 동안 함께 여행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려준 지프 랭글러가 눈가에 아른 거린다. 최근 지프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을 이용해 서울과 경기도 일대 200여km를 시승했다.
첫 인상은 여성운전자인 기자에겐 조금 무서웠다. 육중함을 자랑하는 세븐 슬롯 그릴과 두툼한 휀더가 초보운전자에게는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차폭감'을 익히기 어려워 좁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마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 차의 크기는 전장 4885mm, 전폭 1895mm, 전고 1850mm, 휠베이스는 3010mm다.
랭글러 파워탑의 선루프를 모두 개방한 모습./지프 제공
긴장감도 잠시. 뻥 뚫린 도로 위에서는 해방감이 느껴졌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라는 장르를 개척했다고 자부하는 지프답게 탁 트인 시야로 드라이브하는 맛이 났다. 오프로드 특유의 흔들리는 승차감은 호불호가 있겠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되레 스티어링 휠과 타이어의 끈끈한 조합으로 탄생한 우수한 조향능력이 눈에 띄었다.
천장 개방감은 여타 브랜드와 비교해 독보적이다. 주행 중에 언제든지 천장 전체를 덮은 선루프를 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프에 따르면 시속 96km에서도 선루프를 여닫을 수 있다. 다만 고속시 풍절음과 소음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소음이 싫다면 음악 볼륨을 크게 높이라는 게 지프 마니아들이 전하는 '꿀팁'이다.
유선 안드로이드오토가 연결된 화면과 센터페시아./김혜란 기자
직접 달려보니 온몸으로 느껴지는 노면 소음과 몸으로 느껴지는 질감은 정숙한 세단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감성으로 전환된다. 높은 BPM(음악의 평균 분당 박자 수)의 음악을 들으며 고속도로 위를 가로지를 땐 한 주간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은 2.0L 가솔린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경기도 송추로 가는 길. 우월한 가속력 덕분에 고속도로에서 차선 변경, 추월을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가 조합됐다. 락-트랙(Rock-Trac) 4WD(4륜 구동) 시스템 및 각종 오프로드 요소들이 더해진다.
트렁크에는 각종 캠핑 장비를 실었는데도 넉넉했다. 트렁크 용량은 897리터이고 2열을 접으면 2050리터까지 확장된다.
랭글러는 큰 바퀴, 적재 공간 등 실내외 누가 봐도 캠핑을 위한 최적의 차다. 그렇다고 해서 온로드 위 '불청객'만은 아니다.
서울에서도 언덕바지 길이나 경사가 심한 곳을 발견할 때 괜히 신이 나기도 했다. 오프로드 실력을 활용해 가속력과 주행력을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사가 심한 곳에 있는 연석에 비스듬히 주차를 할 때도 안심됐다.
다만 센터페시아에 있는 창문 조절 버튼은 적응하기 쉽지 않다. 유선 안드로이드 오토도 손이 꽤 많이 가서 시대에 좀 뒤떨어진 것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주말 내 캠핑의 즐거움을 선사해준 지프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에 여운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