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음소희' 포스터 / 사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최고의 영화"(La Presse)라는 극찬을 칸 영화제에서 들었던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다음 소희'가 도대체 어떤 작품인지 궁금증과 기대감이 쏠린 이유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끄덕임이 됐고, 먹먹한 화두가 되었다.
31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다음 소희'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돼 정주리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배두나, 김시은이 참석했다. '다음 소희'는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김시은)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배두나)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
영화 '다음소희' 스틸컷 / 사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정주리 감독은 '도희야'(2014) 이후 약 9년 만에 '다음 소희'를 선보이게 됐다. 이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지난 2017년 이동통신사 콜센터 현장 실습을 하던 한 고등학생이 저수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정주리 감독은 "가급적 사실적 요소들, 모든 게 사실적일 수는 없지만 사실적으로 현실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라고 실화에 기반을 둔 영화를 연출하며 했던 고민을 전했다.
이어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를 담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특성화고 학생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다. 하나의 사건을 제 나름대로 파고들고, 최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관객분들도 영화를 보시고, 전체의 이야기가 아닌, 구체적인 한 아이가 살았던 이야기, 비록 현실에서 그 친구는 죽었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서 그래도 다음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다음소희' 스틸컷 / 사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배두나는 형사 '유진' 역을 맡았다. '도희야'에 이어 정주리 감독과 두 번째 호흡. 정주리 감독은 배두나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너무나 어려운 역할이고 연기고,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제 생각에는 제 상상을 벗어날 정도의 섬세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그 인물을 제대로 연기해야 하는 인물이 필요했다. 아주 처음부터 그래서 배두나여야 했다"라고 강한 믿음을 표현했다.
이에 배두나는 '도희야' 작업 후 7년 후에 '다음 소희' 시나리오를 받았다. 그는 "소재와 주제 의식 등 모든 것에 다시 한번 반한 것 같다. 감독님 옆에서 무슨 캐릭터를 어떻게 시키든지, 감독님이 제가 필요하다면 옆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라고 출연을 결심한 계기를 전했다.
배두나는 소희(김시은)의 죽음이 이유를 쫓는 형사 유진 역을 맡아 그가 일했던 콜센터, 그가 다녔던 학교, 현장실습을 주도하는 교육청 등을 다니며 이야기를 듣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좌절한다. 배두나는 "유진의 직업은 형사지만, 사실 '그것이 알고싶다'의 PD님의 앞모습, 사건을 취재하며 듣고 있는 앞모습이 유진의 얼굴이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연기했다"라며 계산된 연기가 아닌 관객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날 것의 감정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영화 '다음소희' 스틸컷 / 사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김시은은 고등학생 '소희' 역을 맡아 가장 인상적인 첫 장편 영화를 선보였다. 김시은은 "시나리오가 워낙 좋다보니, 감히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감독님께 답변을 드리고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처음 만났을 때 대화 몇 마디에 '다음에 우리가 만나면'이라고 해주셔서 그날 제가 '소희'가 되었다. 실감이 안 났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정주리 감독님과도 하는데 배두나 선배님과도 같이 하는 작품을 내가 처음으로 하게 된다니'라는 생각으로 그 당시에는 책임감, 부담감도 들었던 것 같다. 해외에서도 호평받고 있다고 이야기를 들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소희' 역을 맡아 중점을 둔 지점도 전했다. 김시은은 "춤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걸 표현할 줄 알고, 싫으면 싫다는 표현도 할 수 있는 친구였다. 그런데 콜센터에 나가며 고립되어간다"라고 소희 캐릭터를 설명하며 "가장 중점을 둔 건 소희의 감정이었다. 콜센터에서 소희가 초반에는 어색하게 상담 하다가 이후에는 조금 더 로봇같이 표현하는 것에 관객이 몰입할 수 있도록 연기했다"라고 밝혔다.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DB
극 중 배두나와 김시은은 직접 마주쳐서 호흡을 맞추는 장면은 딱 한 장면뿐이다. 하지만, 극 중 유진이 소희에 대한 마음은 배두나와 김시은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배두나는 "감독님도 첫 미팅 때 '소희'로 보였다고 하셨다. 제 눈에도 그랬다. 이 친구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커서, '춥지 않냐'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다. 이 친구가 연기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1, 2월에 슬리퍼만 신고 촬영장에 있었다. 그래서 제가 놀렸다 '메소드'라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김시은은 "신고 벗고 하는 게 힘들어서 그렇게 있었는데 선배님이 '춥지 않냐'고 걱정을 엄청 해주셨다. 선배님이 현장에서 엄청 에너지도 밝고, 한 번 더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연기를 같이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현장에서 선배님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고, 배울 수 있던 순간인 것 같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덧붙였다.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DB
정주리 감독은 '다음 소희'의 제목이 갖고 있는 의미를 전했다. 그는 "영화 속에서는 '소희'도 그전에 돌아가신 팀장님의 다음 친구이고, 소희가 가고 나서 다음에 올 친구들을 걱정하는 유진의 마음도 있다. 영화 형식적인 면에서 소희라는 아이 다음에 유진이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도 있다. 소희만의 이야기가 하나의 사건만이 아닌, 어쩌면 '이전 혹은 그다음이 반복되어야 하는 건지'를 묻는 저의 마음도 담겨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다음 소희'는 한국 영화 최초로 제75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되는 등 국내외 영화제를 휩쓸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다. 오는 2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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