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차기 회장 찾는 전경련, 정경유착 고리 끊고 환골탈태해야

안정문 기자 ㅣ stablegate@chosun.com
등록 2023.01.25 10:14 / 수정 2023.01.26 13:57

최순실 국정농단 이후 '정경유착'의 상징으로 지목되며 위상 급격히 추락해
1988년 일해재단 자금,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 모금, 1997년 세풍 사건,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 2011년 주요 회원사들에 로비 대상 정치인 할당하는 문건 폭로 등 정경유착 고리 이어와

안정문 재계팀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진정한 변화를 통해 추락한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전경련이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의 복귀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정경유착의 끝은 대부분 총수의 구속이나 대통령의 구속 등 권선징악으로 치닫는다. 기업인들 입장에서도 정치권의 검은돈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면 결국 교도소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어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눈 앞에 이익에 급급해 결국 자기 발목을 잡고 평생 오명을 남긴다는 점에서도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될 후진국 형 범죄행위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역대 최장기간 전경련 회장으로 재임했던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의 쇄신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허 회장은 2017년, 2019년, 2021년에도 연임의사가 없음을 밝혔지만 후임이 없어 5번 연임했다.

이번에도 전경련은 후임 회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장단이 차기 회장으로 추천했던 김승연 한화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은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했고 하마평에 오르던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역시 자리에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경련의 통합을 언급했던 손경식 경총 회장도 전경련 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통합은 힘들어 보인다.

1961년부터 재계 맏형을 맡아왔던 전경련이 이처럼 회장 선임에 어려움을 겪는 데는 단체의 위상이 이전만 못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경제사절단에 허 회장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전경련의 낮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허 회장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경제 5단체장 만찬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 시절 5년 내내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 청와대 행사 등에 초청받지 못하기도 했다.

전경련의 위상이 이처럼 낮아진 데는 국민들이 전경련을 정경유착의 고리로 바로 보는 영향이 가장 크다.

이 때문에 전경련이 다시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이어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차기 회장의 첫번째 과제가 돼야 한다.

전경련은 2016년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업이 출연하는 정경유착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위상에 큰 타격을 받았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이 전경련을 떠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이에 앞서 박근혜 정부를 전후로도 정재계 소통 창구 역할을 대한상공회의소가 담당하는 등 전경련의 입지는 꾸준히 줄어들어왔다.

이 역시 전경련이 재벌들의 입장만 대변하고 정경유착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1988년 일해재단 자금,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 모금, 1997년 세풍 사건,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 등에도 연루됐다.

2011년에는 주요 회원사들에 로비 대상 정치인을 할당하는 문건이 폭로되기도 했다. 2016년 초에는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과 탈북자 단체를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경련이 이같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고 설립 목적인 '자유시장경제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 올바른 경제정책의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 촉진'을 위한 단체로 우리사회에서 인정받기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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