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 스튜디오 제공
'슈룹'의 가장 큰 수혜자를 고르라면 단언컨대 배우 문상민이 아닐까. '슈룹'은 방영 전부터 김혜수의 사극 출연작이자, 김해숙, 최원영, 김의성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작품이 중전과 '금쪽이' 같은 아들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관심은 자연스레 젊은 배우들을 향했다.
그중 문상민은 김혜수가 연기한 '화령'의 둘째 아들이자, 시크하면서도 듬직한 아들 '성남대군'을 연기했다. 극 초반에는 의중을 알 수 없는 무표정함, 반항미 넘치는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으나 중후반을 넘어가면서 츤데레적(겉으로는 차갑고 속은 따뜻한) 면모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슈룹'으로 대표작을 쓴 문상민과 12월 초 서울 강남구의 민트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작품 종영 후 쏟아지는 매체 인터뷰를 소화하고 있던 문상민은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화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달 데뷔 3주년을 맞이한 문상민은 배우 인생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요즘의 근황을 묻는 말에 "작품이 끝난 지 몇 주가 됐는데 이렇게 인터뷰를 많이 하게 돼서 정말 감사하다. 모두 '슈룹' 덕분인 것 같다. 저에겐 새로운 경험을 주는 작품"이라며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상민이 배우의 꿈을 키운 건,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7살 때부터 남다른 발육으로 큰 키를 가졌던 그는 모델과를 지망해 고교에 입학했다. 거기서 뮤지컬을 접했고, 그때부터 연기의 매력에 빠졌다. 연기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기엔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문상민은 앞을 걱정하지 않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일단 해보자"하는 진득한 열정이 그를 지금 이 자리에 오게 했다.
"처음에는 고등학교를 모델과로 진학을 했어요. 거기에 뮤지컬과 친구들이 있었고, 그 친구들이 땀 흘리면서 공연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바로 연기 학원을 등록했고, 대학에 진학했죠. 시작할 때는 연기로 대학을 못 가면 어쩔 수 없지 하는 생각이었어요. 원래도 크게 생각하고 시작하는 편은 아니고, 일단 해보자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2019년 웹드라마 '크리스마스가 싫은 네 가지 이유'로 데뷔할 당시부터 주연으로 활약한 그다. 이후에도 웹드라마에서 현장을 경험하다,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이네임'으로 글로벌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었다. 데뷔 2년 차에 낙점된 '슈룹'은 인생 첫 사극이자 대선배들과의 호흡이 많은 작품이었다. 문상민은 '현장에서 배운다'는 말을 온몸으로 확인했다.
"제 촬영이 없더라도 선배님들의 신이 있으면 현장에 가서 많이 보고 배웠어요. 사실 (선배님들) 에너지가 어마어마하세요. 감정신, 대립신에서는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더라고요. 선배님들의 현장을 보고 '이 정도 에너지가 나와야지 대중에게 전달이 되는구나' 싶었어요. 저에게는 3월부터 11월까지, 그 8개월 시간의 모든 게 조언이었죠. 모든 순간순간이 배움이었던 거예요."
첫 사극이기도 했지만, 그가 연기한 '성남대군'은 극이 전개되면서 서서히 입체적 인물로 변모하는 캐릭터였다. 성남대군의 전사가 중후반부에서 드러나는바, 캐릭터의 감정과 행동을 시청자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했다. 문상민은 온통 '성남대군' 생각으로 8개월을 지냈고, 그렇게 성남이 그 자체가 됐다.
"사극 톤을 잡는 부분에서 말의 어미나 톤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이 상황에서 성남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할지, 성남이에게 어떤 선택이 놓여 있는지 그런 것들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고요. 그러고는 대본을 보면서 혼자 상상을 많이 했어요. 캐릭터에 대해 나 혼자 전사를 짜보고 상상하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됐고, 혼자서도 아주 화이팅 넘치게 했던 거죠."
성남대군과 청하(오예주)의 풋풋한 러브스토리가 관전 포인트이기도 했다. 문상민과 오예주는 '아기 부부'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사랑받았다. 대중은 문상민에게 '멜로 유망주'라는 기대감을 붙였다.
"성남이와 청하의 로맨스는 처음에는 아예 마음을 닫았다가 서서히 풀려가는 부분이 있었어요. 성남이가 청하의 예상치 못한 행동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느끼는지 그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신마다 느껴지는 감정대로 연기했어요. 그렇게 청하와의 사랑이 풀리게 된 거죠."
"'멜로 유망주'라는 반응요? 저도 그걸 계속 꿈꾸고 있었어요.(웃음) 기회가 있으면 멜로 작품을 하고 싶어요."
'성남대군' 이미지 때문인지, 과묵할 줄 알았던 문상민은 "평소 카페에 가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며 유려한 말솜씨로 인터뷰를 이끌었다. 특히 최근 데뷔 3주년을 맞은 그는 "배우 문상민으로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할 거고,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문상민이 되겠다"며 "3주년이 30주년 될 때까지 더 열심히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화이팅을 외쳤다.
데뷔 3년 만에 라이징 스타 대열에 오른 문상민은 그야말로 '지켜볼만한' 배우다. 열정과 노력, 실력까지 두루 갖춘 문상민이 앞으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의 성장세가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