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주역들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사진기자, pr.chosunjns@gmail.com
"그런데 엄마는 내가 죽도록 때리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아니면 죽도록 맞으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이 이렇게 물으면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김은숙 작가는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의 질문을 받고 컴퓨터를 켜게 됐다. 이것이 '더 글로리'의 시작이었다. 전 세계 190여 개국 시청자들에게 학교 폭력에 대한 화두를 던질 작품이다.
20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가 진행돼 배우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을 비롯해 김은숙 작가, 안길호 감독이 참석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배우 송혜교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사진기자, pr.chosunjns@gmail.com
송혜교는 학교 폭력 이후 분노와 증오로 빛 한 점 없는 극야의 시간을 버텨온 문동은 역할을 맡아 첫 복수극이라는 장르물에 도전한다. 그는 "대본을 읽었을 때, 그동안 너무나 해보고 싶었던 장르,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이런 역할에 배고팠었는데 '드디어 만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고, 한동안 멍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완벽하게 표현해주셔서 이 작품 안에서 나만 잘한다면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송혜교와 김은숙 작가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이어 '더 글로리'로 다시 한번 의기투합하게 됐다. 김은숙 작가는 "문동은과 송혜교의 싱크로율이 121%"라며 "송혜교의 연기를 보고 소름이 끼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송혜교에게 이런 표정이 있구나,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구나, 이런 걸음걸이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석에서 본 송혜교는 없고 온통 '문동은'이라서 너무 기뻤다. '이 사람과 원한을 지면 안되겠다' 싶어서 전화벨이 두번 울리기 전에 받고 있다"라고 덧붙여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배우 이도현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사진기자, pr.chosunjns@gmail.com
문동은(송혜교)에게는 두 명의 조력자가 등장한다. 그중 한 명이 원장 부부의 아들로 태어나 일평생이 난동(暖冬)이었을 것 같지만 어두운 사연을 지니고 있는 주여정(이도현)이다. 이도현은 "제가 격하게도 해보고, 심플하게도 해보고 단계를 조절했다"라며 현장에서 다섯 가지 버전의 연기를 준비해갔음을 밝혔다.
또한, 반려견 가을이를 '문동은'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던 에피소드로 현장을 폭소케 했다. 이도현은 "혼자 살다 보니, 죄송합니다"라고 당황하며 송혜교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어 "동은이는 송혜교 선배님 말고는 리딩을 누구도 해줄 수 없었다. 그래서 차라리 '가을아, 너가 해줘'라고 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송혜교는 "조금 말랑거리는 장면은 이도현이 열심히 잘 살려주셨다. 버전을 많이 준비해주셔서, 이도현의 연기에 반응만 하면 됐다.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는 겸손한 말로 고마움을 전했다.
배우 염혜란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사진기자, pr.chosunjns@gmail.com
문동은(송혜교)의 또 다른 조력자는 바로 염혜란이 맡은 강현남이다. 김은숙 작가는 '더 글로리'의 시작부터 염혜란을 강현남 역으로 염두에 두고 글을 썼다. 그는 "인터넷 창에 염혜란 차기작을 검색해볼 정도"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맞지만 명랑한 X'이라는 대사가 있다. 그게 현남을 표현한 한 마디였다. 극 중 가장 사랑스러운 인물"이라고 애정을 더했다.
염혜란은 송혜교와의 남다른 티키타카를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동은이가 저에게 가장 먼저 진실한 웃음을 보여준다. 그때 뭉클했다. 송혜교가 이번 작품을 위해 단단하게 서 있다. 그렇게 서 있는데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인간미, 비집고 나오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배우 임지연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사진기자, pr.chosunjns@gmail.com
반면, 문동은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주동자는 바로 임지연이 맡은 연진 역이었다. 임지연은 연진 캐릭터를 통해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다. 동은은 스스로 결심한 죽음 앞에서, 복수를 다짐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단단하게 준비한 이후, 동은과 연진은 학교 체육관에서 재회한다. 임지연은 "연진으로 고민이 많았다. '내가 괴롭힌 아이를 몇 년 뒤 만나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싶었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세게 가자'며 '한 번만 주고받을까'라고 하셨다. 한 번만 가야 한다는 생각에 한 번씩 주고받았다. 둘 다 뺨이 많이 부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송혜교는 데뷔 후 처음으로 작품에서 임지연에게 뺨을 맞았다. 그는 "저는 오래 일했는데 뺨을 맞아본 적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임지연이 처음 때렸을 때, 머리가 하얘졌다. 다음 대사도 생각이 안 나더라. 잠깐 '컷'하셨는데 둘 다 얼굴을 보니 손바닥 자국이 있더라. 바로 촬영할 수 없어서 얼음찜질하고 피부 진정 시킨 후에 다음 촬영을 이어갔다"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웃음 지었다.
배우 박성훈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사진기자, pr.chosunjns@gmail.com
박성훈은 주동자 연진의 친구 전재준 역을 맡았다. 이들을 비롯해 이사라(김히어라), 최혜정(차주영), 손명오(김건우) 역시 동은에게 폭력을 저지른 이들이다. 또한, 정성일은 동은(송혜교)의 손바닥 위에서 아내 연진의 판도라의 상자와 마주하게 되는 하도영 역을 맡아 '더 글로리'의 긴장감을 더한다.
김은숙 작가는 '더 글로리'를 통해 학교 폭력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이를 앞두고 수많은 피해자들의 글을 읽어보며 준비했다. 김은숙 작가는 "피해자들의 글을 많이 읽게 됐다. 공통점이 현실적인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한다고 했다. 세속적인 사람이라 진심 어린 사과로 얻어지는 게 뭘까라는 고민을 했다. '얻는 게 아니라 되찾고자 하는 거구나'라고 깨달았다. 폭력의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존엄성, 명예, 영광 같은 걸 잃게 되지 않나. 그 사과를 받아야 원점이 되는 거구나 싶었다. 그 피해자분들의 원점을 응원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배우 정성일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사진기자, pr.chosunjns@gmail.com
'시크릿가든',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 선샤인' 등 김은숙 작가가 집필한 로맨스 장르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김은숙 작가는 백발 헤어스타일로 제작발표회 현장에 등장해 놀라움을 더했다. 그는 "염색도 포기할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고등학생 딸과의 생활은 '존 윅' 아니면 '테이큰'이다. 알콩달콩할 틈이 없어서 진짜 장르물을 잘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온갖 악의를 담아 장르물을 썼다"라고 덧붙여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남다른 자신감도 더해졌다. 김은숙 작가는 "복수극 하면 1. 존윅, 2. 테이큰, 3. 더 글로리 아니겠냐. 19세 이상의 시청자분들의 많은 시청 바란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은숙 작가의 남다른 자신감에 안길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더해졌다. 여기에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등의 완벽한 연기력은 '더 글로리'를 완성했다. 이는 오는 12월 3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더 글로리'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와 연출한 안길호 감독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사진기자, pr.chosunjn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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