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조선일보일본어판 DB
구한말 격동의 시대, 일제 치하 속 조선의 독립을 위해 생애를 바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가 먹먹한 감동을 선사한다. 한국인이라면 절대 잊을 수도 없고, 또 잊어서도 안 되는 우리의 영웅 안중근. 그가 1909년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제에 의해 사형 선고를 받고 순국한 그 1년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영웅'의 언론시사회가 8일(오늘)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영화 '영웅'은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했다. 2012년 뮤지컬 '영웅'을 보고 오열했고, 그때부터 '영웅'을 스크린으로 옮기겠다 다짐했다는 윤제균 감독. 그렇게 긴 시간 준비 끝에 색다른 시도에 나선 윤 감독은 "뮤지컬과 영화 '영웅'의 차이점은 한 마디로 '절반의 새로움과 절반의 익숙함'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익숙함은 뮤지컬 공연에서 쓰였던 넘버와 대부분을 차용했다. 절반의 새로움은 공연에서는 없었던 설희(김고은)의 새로운 넘버가 추가된 부분, 그리고 무대에서 잘 표현되지 못한 안중근 의사의 과거, 설희의 개연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또 윤 감독은 영화 '영웅'의 관전 포인트로 '생생함과 웅장함'을 꼽기도 했다. 그는 "아무래도 공연은 배우가 연기를 할 때 객석과 배우와의 거리를 좁힐 수 없지 않나. 하지만 영화는 매체 특성상 카메라가 눈앞까지 가기도 하고, 하늘에서 보여지기도 하기 때문에 훨씬 생생함과 웅장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중근' 역에는 뮤지컬 '영웅'에서 14년간 안중근으로 활약한 배우 정성화가 나선다. 정성화는 이미 십수 년 무대 위에서 연기해온 안중근을 스크린으로 옮겨냈다.
정성화는 무대와 스크린 모두에서 안중근을 연기한 소감을 묻는 말에 "뮤지컬 무대에서는 골고루 제 연기가 전달돼야 하니까 퍼포먼스를 크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 음향이나 그런 게 정제돼 있다 보니 밸런스가 맞춰졌다는 느낌인데 영화는 그렇지 않다. 연기하는데 눈앞에 카메라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때그때 디테일하게 연기를 해야 했다"며 "저에게도 도전적이기는 했지만 영화를 보니 '내가 어느 정도 해냈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 작품 제목이 '영웅'이지만, 안중근 의사를 우리가 흔히 아는 히어로다운 히어로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인간적으로 보이기를 바랐다"며 연기적 포인트를 짚었다.
김고은은 조선의 마지막 궁녀이자 명성황후가 살해된 뒤 복수를 위해 독립군의 정보원이 된 '설희'로 분한다. 조선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마음을 사 독립군에게 정보를 빼돌리는 대담한 독립운동가로 활약할 예정이다.
김고은은 이번 작품으로 새로 추가된 넘버를 소화,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했다. 감정을 숨겨야 하는 '설희' 역할을 소화한 김고은은 "설희가 대부분 장면에서는 감정을 절제하고 숨기는 인물이고, 노래가 시작됐을 때는 굉장히 극단적인 감정으로 가야 했다"며 "감정 표현도 잘 표현하고 노래도 잘해보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감독님을 조르고 졸라서 테이크를 계속 가고자 했던 부분이 있었고, 집에서는 큰 소리로 노래할 수가 없어서 연습실을 몇 시간씩 빌려서 스케줄이 될 때마다 찾아가서 혼자 연습하고, 선생님이 계실 때는 레슨도 받으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여기에 국민배우 나문희가 안중근의 어머니이자 정신적 지주 '조마리아' 여사를 맡아 흡인력을 더한다. 아들의 선택을 지지하는 짙은 모성을 통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결연한 모성애를 절절한 노래와 함께 표현한 나문희는 "사실 이 자리에 있는게 부끄럽다. 예전에 '친정엄마',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악극은 했었다"라며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님은 굉장히 결연한 분이다. 이걸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상당히 망설여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을 떠나보내는 부분에서는 감정이 목까지 차올라서 노래를 못하겠더라. 그런 감정을 모처럼 느껴지니까 나름대로 많이 좋았고, 노래할 때도 그런대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독립투사이자 안중근의 동료로 나선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는 작품의 주요 서사에 합류하면서 적재적소에서 분위기 환기를 위해 활약했다. 특히 이현우와 박진주는 러브라인을 형성해 풋풋함과 절절함을 더했다. 두 사람은 현장 분위기에 크게 만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진주는 "현우 배우와 제가 너무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시너지가 붙었다"라며 "분명 현우 배우님도 저도 각자 연애를 했을 텐데 마치 처음으로 연애를 하는 마음이었다. 덕분에 첫사랑 같은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 행복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윤제균 감독은 "우리 영화는 시청각의 종합선물 같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특히 사운드는 집에서 느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사운드의 향연을 직접 느끼시고 감정의 깊이를 더 느끼실 거다"라고, 김고은 역시 "우리 영화로 극장가의 열기가 뜨거워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연말 극장가에 묵직한 감동과 희망을 선사할 영화 '영웅'은 오는 21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