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티빙 제공
*본 인터뷰에는 '몸값'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작품을 마치면 항상 모니터해요. 제 눈에는 아쉬운 순간이 훨씬 많이 보이거든요. 제가 이 인물을 어디까지 표현했을까 하는 부분, 그런 게 계속 제가 연기를 하게 되는 원동력이기도 해요. 가끔은 진짜 저를 칭찬해 줘야 하는 순간도 있어요. 이번에도 스스로에게 너무 잘해줬다고, 고생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어요."
근래 나온 작품 속 캐릭터 중에 이 정도로 효심 깊은 이가 있었을까. 티빙 오리지널 '몸값' 속 '극렬'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몸값'이 매겨진 사람이 억울한 피해자일지라도 그의 눈엔 아버지를 살릴 상품으로만 보인다. 장률은 순박한 얼굴에 악랄함을 가진 극렬의 입체적인 면면을 특유의 톤으로 소화했다. 그렇게 선함과 광기를 오가는 연기를 펼친 장률과 작품 종영 후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몸값'은 이충현 감독의 단편영화를 원작으로 했다. 원작에선 없는 인물인 극렬은 티빙 '몸값'에선 주영(전종서), 형수(진선규)와 함께 극을 이끄는 주요 인물로 등장했다. 불법 장기 매매 현장에 어울리지 않는 평범함, 왕년에 주먹깨나 썼던 운동선수 출신, 죽여도 죽지 않는 역대급 생존력까지. '사기 캐릭터'에 가까운 이 인물을 장률은 어떻게 이해하고 소화했을까.
"극렬은 운동선수로서 굉장히 집요한 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극한 상황에 내몰렸을 때, 이 인물이 아버지의 신장을 구하기 위해 집요해진다고 생각했고요. 어디서 그런 집요함이 나올까 생각했을 때, 자기가 가장 두려운 마음, 그걸 이겨내려는 마음이 집요함을 생성하지 않았을까 상상하면서 연기했죠. 악에 받치는 순간, 그 본능적인 순간에 나오는 굳은 의미와 사명감, 그리고 선한 마음에 초점을 두고 연기했어요."
"저는 연기를 할 때 스스로 질문을 계속해나가는 타입이에요.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노력을 안 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인물이 가진 근간의 심정과 원념에 대해서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가끔 제가 저를 괴롭힐 때도 있어요. 제 생각에 한계가 있기도 해서 같이 작업하는 배우들,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편이죠."
이번 현장에서는 평소 존경하던 선배 진선규와 합을 맞출 수 있는 기회였다. 게다가 연기력 하면 빠지지 않는 배우 전종서까지, 이들과의 연기 호흡은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장률이었다.
"현장이 정말 행복했어요. 제가 너무 좋은 분들과 만나서 행복한 작업을 했기 때문에 합이 정말 좋았죠. 저희가 원테이크 촬영이다 보니 진선규 선배님과는 연습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제가 워낙 사랑하고 존경하는 선배님이시고, 함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죠.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순간에 선배님께 많은 질문을 하면서 현장에서도 제 버팀목이 되어주셨어요."
"전종서 배우님은 워낙 동물적이고 즉각적이고, 현장에서 느껴지는 해석들이나 느낌들을 저에게 보여주셨어요. 덕분에 제가 생각한 장면과는 전혀 다른 장면처럼 느껴질 수 있게 해줬죠. 전종서 배우가 표현하는 인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제가 인물로서 집중이 됐어요. 많은 에너지를 받으며 연기할 수 있었어요."
'몸값'은 30분 미드폼에 6부작, 총 180여 분의 촬영분을 원테이크로 끌고 간 작품이다. 제작자, 배우들 모두에게 도전 그 자체였다. 장률은 배우로서 경험하기 흔치 않은 이 도전에 함께 몸을 실었다.
"굉장히 큰 도전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흥미로웠고요. 원테이크 안에서 언제 또 연기를 해볼까 싶었어요. 어떻게든 열심히 해내면 저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었어요."
"진선규 선배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제가 워낙 어릴 때부터 선배님 공연을 봐왔는데 워낙에 선배님이 몸을 잘 활용하시고 쓰세요. 저는 큰 어려움 없이 선배님에게 맞춰 연습하기만 하면 됐거든요. 선배님이 다 이끌어주신 거죠. 저는 언제 저렇게 할까 하는 생각을 했죠.(웃음)"
작품 속에서 극단의 효심을 보여준 극렬이다. 아버지에게 신장을 이식해 드려야 한다는 일념하에 그 모든 고난을 겪고 탈출에 성공한다. 극렬에겐 효심이 삶의 목표이자 원동력인 것. 장률은 그런 극렬을 연기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요즘 들어 부쩍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더 드는 것 같아요. 어쨌든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부모님께서 저를 많이 사랑해 주셨거든요. 가족들과 대화하는 그 속에서 감정의 교류를 느꼈어요. 그 덕에 관객과 나눌 수 있는 감정이 제 안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고요. 그런 감정들을 (부모님께서) 선물처럼 주신 것 같아요. 저에게 연기하는 원동력이 뭔지 물어보신다면 저 역시 극렬처럼 '가족'인 것 같아요."
"저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배우가 되면 좋겠어요. 작은 관계에 있어서도 무책임하게 사람을 대하진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