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대기업 내 여성 임원이 올해 처음으로 400명 대에 진입했다. 올해 가장 많은 여성 임원을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확인됐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올해 파악된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은 40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22명보 81명 늘어 25.2% 증가했다. 유니코써치 측은 2025년 EGS공시 의무화로 대기업들이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 등에서 여성 임원을 다수 발탁한 것이 일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100대 기업 내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은 2019년 3.5%→2020년 4.1%→2021년 4.8%에서 올해 5.6%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비 올해 여성 임원 비중이 0.7%포인트 증가하며 5%대에 첫 진입했다.
100대 기업 여성 임원 숫자는 2004년 13명에서 2006년 22명→2010년 51명→2011년 76명으로 증가하다 2013년 114명을 기록, 처음으로 100명 시대를 열었다. 이후 2015년 138명→2016년 150명→2018년 216명→2019년 244명→2020년 286명→2021년 322명으로 늘었고, 올해 첫 400명대에 들어섰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을 보유한 기업 숫자는 올해 72곳으로 파악됐다. 연도별 여성 임원 보유 기업 수는 2004년 10곳→2006년 13곳→2010년 21곳으로 조금씩 증가해왔다. 이후 2011년 30곳→2013년 33곳→2015년 37곳→2016년 40곳→2018년 55곳→2019년 56곳→2020년 60곳→2021년 65곳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산업군별로 보면 IT 업종에서만 163명으로 40.4%나 차지했다. 10명 중 4명은 삼성전자와 네이버 등 IT 관련 분야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화학 등 석유·화학 업종에서는 17.1%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어 금융 11.9%, 유통·무역 10.2%, 식품 8.4%, 자동차 5.5% 등의 순으로 여성 임원 비중이 5% 이상 됐다. 반면 기계·조선·에너지·철강 업종 등은 여성 임원 비중이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임원 403명 중 81.4%에 해당하는 328명은 1970년 이후에 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60.7%)→2020년(65%)→2021년(72%) 때보다 더 높아진 비율이다. 출생년도 별로 살펴보면 1970~1973년에 속하는 1970년대 초반 출생자가 149명(3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974~1976년 사이 102명(25.3%)으로 그 뒤를 이었고, 1967~1969년 52명(12.9%) 순으로 많이 활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971년생이 53명으로 최다를 차지했다. 1974년생과 1975년생은 각각 38명으로 많았으며 이어 1972년(36명), 1973년생(31명), 1970년(29명), 1969·1976년(각 26명)은 20명을 넘겼다.
여성 임원을 최다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확인, 65명의 여성 임원이 활약하고 있었다. 지난해 55명보다 1년 새 10명이 늘어났다. CJ제일제당은 28명으로 여성 임원이 많은 '넘버2'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는 23명으로 여성 임원을 다수 배출한 톱3 기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현대자동차(17명), 롯데쇼핑(15명), 아모레퍼시픽(14명), 삼성SDS(12명), KT·LG화학·LG전자(각 10명) 순으로 여성 임원을 10명 이상 보유한 기업군에 합류했다. 10명 이상 여성 임원 기업은 지난해 7곳에서 올해 10곳으로 많아졌다.
여성 임원이 10명 이상 되는 기업 중 CJ제일제당은 올해 전체 임원 114명 중 여성 비율이 24.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아모레퍼시픽(23%), 네이버(16.9%), 롯데쇼핑(15.2%), 삼성SDS(13.3%), KT(10.4%) 역시 여성 임원 비중이 10%를 상회했다.
이번에 조사된 100대 기업 여성 임원 중 이사회 멤버로 대표이사 타이틀까지 갖고 있는 여성 임원은 호텔신라 이부진(1970년생) 사장과 네이버 최수연(1981년) 대표이사 두 명 뿐이었다. 회장급 여성 경영자 중에서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유일했고, 부회장급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과 대상 박현주·임세령 부회장이 활약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사장급에 해당하는 여성 임원은 25명 내외로 조사됐다. 이중에서도 삼성전자 이영희(1964년) 부사장은 최장수 임원으로 꼽혔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07년부터 삼성 그룹 임원으로 발탁돼 지금까지 활약 중이다.
유니코써치 관계자는 "여성 임원이 많아지고는 있지만 국내 대기업 내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한 상황"이라며 "IT와 석유화학 업종 등과 달리 중후장대 산업 분야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성이 임원 자리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