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MBC 제공
"오래 기억에 남고 안 잊힐 것 같다. 연기를 시작하고 여러 작품을 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잘 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어느덧 걸그룹으로 활동한 기간만큼, 배우로서의 연차가 쌓인 그다. 배우로서는 아직 신인에 가깝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드라마 '금수저'를 마친 연우를 만났다.
지난 12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금수저'(극본 윤은경·김은희, 연출 송현욱)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우연히 얻게 된 금수저를 통해 부잣집에서 태어난 친구와 운명을 바꿔 후천적 금수저가 된 인생 어드벤처 이야기. 꾸준히 5%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 탄탄한 고정층을 확보하며 호평을 얻었다. 연우는 "반년 정도 촬영을 했다. 여름에 야외 촬영이 많았는데, 모두가 잘 하고 싶으니까 열심히 고생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극 중 연우는 대한민국 최고의 금수저를 꿈꾸는 '오여진'으로 분했다. 새침하고 도도한 매력을 가진, 오건설의 무남독녀 외동딸로 연우에 따르면 자신과는 '극과 극'에 있는 캐릭터다. 연우는 "웹툰을 봤을 때 외모적인 싱크로율은 비슷하다고 느꼈다. 주변에서도 닮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라며 운을 뗐다.
"여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일상의 삶에서 닮기는 어려운 모습이 있다. 자신만의 아픔이 있는데, 그걸 넘어서는 과정이 다른 사람들처럼 매끄럽지 않고 조금은 잘못된 일이 많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넘어서 정말 어려운 인물이라고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끌렸던 것 같다. 배우라는 일의 장점은 내가 하지 못할 일과 말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진이는 누가 해도 새로운 경험이 될 만한 캐릭터였다."
이어 연우는 "사람이 살다보면 때로는 나보다 훨씬 입체적인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여진이가 그렇게 느껴졌다. 이 캐릭터가 정말 나쁜데,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라며 "캐릭터를 사랑하고 완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기가 힘들겠지만, 연기하는 사람은 적어도 여진이라는 캐릭터를 완전히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게 제가 되고 싶어서 욕심이 난 것 같다"라고 매력을 느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게 연우의 색이 덧입혀져 '오여진'이 완성됐고, 배우로서 분명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연기 호평이 많았다는 말에 연우는 "자신감도 생겼지만,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제가 '잘한다'라고 평가를 할 수는 없겠지만, 전보다 좋아졌다는 말을 듣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내가 한 노력이 눈에 보인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힘이 됐다"라고 답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감정'에 대한 것이었다. 연우는 "여진이가 감정과 다르게 말을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말보다는 감정이 더 보였으면 하는 신이 많았다"라며 "최대한 대본에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조금 더 신경 써야 하는 장면이 있다면 차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다거나 그런 식으로 집중해서 감정적인 것을 많이 신경 쓴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감정이 잘 드러났으면 하는 신으로는 승천(육성재)과의 이별 신을 꼽으며 "안 그래도 네가 싫증 났던 참이라며 여진이가 운다. 대본에도 쓰여있던 부분이었다. 말을 하면서 눈물이 난다고 하는데, 그 타이밍에 울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고민이 많았는데, 현장에서는 상대 배우의 도움도 많이 받고 집중을 한 덕분에 잘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여진이지만 나라잖아요"라며 "아버지가 내가 그냥 '여진이'인 줄 알고 나라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할 때, 그럴 때의 감정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단순히 화내는 것이 아닌, 울분에 찬 느낌이라든가 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노력들을 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연우는 오여진에 대해 "착하거나 나쁘다거나, 못 됐다는 어떤 한 단어로 표현하거나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고, 시청자분들께서 되게 못된 역할이고, 싫은데도 마음이 쓰이는 그런 캐릭터로 느껴지기를 바랐다. 저 역시도 웹툰을 보고, 대본을 읽고, 연기를 하면서도 정말 싫은데 신경이 쓰였다. 진짜 싫은데 안 나오면 또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다행이었죠"라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찾아봤는지 묻자 "초반까지는 악역이기도 하고, 원작 팬들도 있어서 조심스러운 마음이라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았는데, 이게 자연스럽게 유튜브 숏츠나 SNS 등에도 올라오고 하니까 반응을 봤는데, 드라마에 대해서도 좋은 반응이 많았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는지 묻자 "한 번은 본 방송 중에 네이버를 봤는데, '여진이 성격이 우리 누나 같아서 너무 싫고 기분이 안 좋다'라는 말이 있었다. 이 친구가 많이 힘들어서 견디지 못하고 이걸 쓰러 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었다"라며 "그런 보기 싫다거나 짜증 난다는 반응이 칭찬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신기했다"라고 돌아봤다.
여진이가 맞이한 결말에 대해서는 만족했을까. 여진(본래 나라) 역시 금수저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빼앗은 인물이었다. 웹툰에서는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지만, 결국 승천과 잘 된다는 결말이었으나, 드라마에서는 전혀 다른 전개가 펼쳐졌다. 승천과 러브라인이 아닌, 장군(김강민)과 결혼에 골인하지만, 자신의 딸이 친아버지(나라의 아버지)에게 유괴되는 결말을 맞게 된 것.
연우는 "이게 대본이 완전히 나와있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을 하게 된다. 16부 대본을 후반부에 가서 받게 됐다"라며 "여진이가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인데, 러브라인이 이어지는 것이 맞나 싶었지만, 그 후에 받게 되는 벌이 더 커지는 요소가 된 것 같다. 그토록 원했던 안정감, 사랑받는 감정을 느끼며 행복할 때 최악의 벌이 내려진 것 같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중반부터 내용이 많이 달라졌는데, 웹툰과는 다른 느낌으로 비교하며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는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전했다.
"돈이 많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작품이 주는 메시지도 그렇고, 요즘 사회에서도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가 많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좀 더 느끼게 된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내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체감을 많이 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욕심을 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것을 뺏는 것이 아닌, 나의 것을 만들어가는 건강한 욕심이 중요한 것 같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인터뷰②] 연우 "저를 힘들게 하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기사로 이어집니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 - 디지틀조선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