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롯데그룹 제공
"매년 1000억 엔(약 1조1000억 원) 이상 적자를 내도 주주로부터 보전만 받는 기업과는 경쟁할 생각이 없다."
롯데의 유통군을 이끄는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신세계 '쓱'의 성공 안착과 달리 디지털 전환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체면을 제대로 구겼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그룹의 이커머스 앱 '롯데온(ON)' 출범 한 달 전인 2020년 3월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일본 니혼게이자이)에 응해 이커머스 공룡인 쿠팡에 대해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큰소리쳤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처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 올 3분기 사상 첫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롯데온은 출범 3년차를 맞는 내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출범이후 만년 적자인 롯데온은 올 3분기 378억 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액을 늘려나가고 있다. 누적으로는 3분기까지 영업손실 132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키운 것. 신세계 '쓱'은 마케팅에 성공해 인지도를 높였지만, 롯데온은 존재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게다가 롯데 주주들의 속을 태운다는 평가와 우려를 낳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달 초 '온라인 신선 식품' 시장 진출을 위해 영국 업체 '오카도'와 손잡기로 하면서 적자폭을 늘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 나오고 있다. 투자 규모만 약 1조 원이다.
롯데온도 성공 안착 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른 온라인 플랫폼인 오카도를 이식하려고하자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수익성은 고사하고, 로열티 출혈 등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롯데쇼핑의 오카도 시스템 도입은 롯데그룹 유통 총괄 부회장인 김상현 대표의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쇼핑 총괄로 온라인 시장의 마지막 승부수로 '오카드'를 꺼낸 건이 라이벌 신세계 등에 쫒기자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 나온다.
앞서 마켓컬리도 오카도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으나, 새벽배송 시스템에 적합하지 않고 막대한 로열티 내야한다는 이유로 이를 무산했다고 알려졌다.
롯데쇼핑의 온라인 유통 사업은 이미 '오락가락 행보'로 시장의 눈총을 받은 상황. 롯데온은 당초 새벽배송에 사활을 건다고 한 것과 달리 적자가 누적돼 흐지부지 발을 뺐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 컬리, 쓱닷컴 등은 이미 각자 물류센터를 구축했다"며 "쿠팡이 흑자를 내는데 8년이 걸렸는데, 롯데는 오카도에 내는 막대한 수수료를 고려하면 과연 수익을 낼 수 있을지 그것이 언제가 될지 롯데온의 적자에 엎친데 덮친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3분기 실적 요약표./롯데쇼핑 제공
롯데쇼핑은 이커머스 사업은 경쟁 업체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192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이 기간 롯데온 거래액 성장률은 같은해 18%로 전체 성장률보다 낮았다. 같은 기간 쿠팡은 72%, 네이버는 40%, SSG닷컴은 22% 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올해 3분기 롯데온 총거래액은 75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 온라인쇼핑 상품 거래액이 7.5% 성장하는 동안 롯데온은 역성장했다.
특히 같은 기간 평균 구매자가 15.4% 늘었는데도 거래액은 줄었다는 건 인당 구매액이 턱없이 쪼그라 들었다는 것이다. 이커머스 사업 특성상 충성 고객 확보가 중요한데 인당 구매액이 줄었다는 건, 사실상 이 시장에서 롯데온의 투자 대비 효과는 실패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신동빈 회장의 쇼핑 부문 '인재 기용술'이 실패했다는 평가에 무게가 쏠린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유통 부문 총괄 수장에 김상현 대표를 앉히며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수혈했다. 미국 국적의 김 대표는 글로벌 기업 피앤지(P&G)에만 30년을 몸담았다. 롯데쇼핑의 오카도 도입은 아직 지켜봐야 할 문제이지만 쿠팡과 네이버쇼핑, 쓱 등이 자리잡은 곳을 비집고 들어가기엔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