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극적인 일이다. 특히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더욱더 치명적이다.
이번 사고는 특히 코로나19로 움츠러 들었던 대외활동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면서 평소 보다 더욱 많은 인파가 집중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날 코로나 이후 거리로 나온 시민들을 취재하러 갔던 취재진에 따르면 사고 전날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수만 여 명이 몰려 지나다니기가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주최자가 있는 행사의 경우 행사 인원을 통제하고 만일에 있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등 조치가 있지만, 이태원의 경우 어떤 지역축제와 비교할 수 없고, 소위 특정한 연휴나 파티를 벌이는 날 대학가나 시내 유흥가가 붐비는 자연현상으로 볼 수 있다. 유명 클럽과 술집이 즐비한 이곳은 젊은이들에게는 홍대 주변과 더불어 가장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장소 중 하나이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행사를 주도적으로 기획한 단체와 기관 없이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 경찰이나 구청에 집회, 행사 신고가 없는 상태에서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혼란이 증폭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도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고 여겨진다.
용산구와 경찰 등 지역사회를 잘 파악하고 있는 지자체는 더욱더 안전에 대해 유의했어야 했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경험했지만 안전 불감증은 큰 사건 사고로 이어지고 소중한 생명을 앗아 가는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는 11월 5일 24시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한 사고수습본부를 가동했다. 정치권은 겉으론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 같지만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고 정쟁으로 유도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사고가 특정인이 저지른 범죄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애도하면서 이들을 위한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정치인들은 사고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사고 예방을 위한 입법 등 재발 방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태원 일대의 유흥업소 또한 수용 가능한 인원에 대해서만 입장하고 있었는지 돈벌이에 급급해 시민들의 안전은 뒷전으로 한 채 사람들을 불러들였는지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규정이 절실해 보인다.
우리는 이번 사고를 보면서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에만 치우친 나머지 사회제도와 도로 등 도심 기반시설은 후진국이 아닌지 현 주소를 짚어보고 반성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청년들의 불의의 사고에 우리 사회가 다 같이 반성하고 애도해야 할 때이다. 위험한 골목길을 재정비하고 도심 계획도 다시 점검하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소위 신도시는 도심 설계부터 상가와 주택가 등 나누어 설계한다. 내 집을 떠나 공공시설과 공유시설의 안전 상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때이다.
아울러 정치권은 이태원 사고를 정략적으로 악용하려한다면 유가족과 희생자의 친구 지인 모두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유가족의 슬픔은 어떤 말로도 물질적으로도 보상이 될 수 없다. 다만 그들이 하루 빨리 자식을 잃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상처를 빨리 치유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일상회복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상처 입은 영혼을 달랠 수 있도록 돕는데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야한다.
큰 사고만 터지면 유가족을 찾아가 아픔을 직접 들어보기는커녕 유가족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정치적 이해 타산을 챙기려는 정치인의 얕은 수가 너무나 뻔히 드러난다. 유가족을 찾아가 현실적 지원과 그들의 아픔을 달래려 한 이가 누가 있는가? 번개같이 SNS에 대통령 책임론을 부추기고 국정을 분열시키고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하이에나 같은 후진국 정치 근성을 뿌리 뽑아야 한다.
아울러 일부 젊은이들이 무분별하게 퍼트리고 있는 피해자들의 사진과 영상들은 절대로 유포하지 말아주길 당부한다. 남아있는 유가족들의 2차 피해로 이어지게 되면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기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을 위한 물심양면의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