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BMW 연쇄 화재'로 집단소송 중인 수천 명의 소비자가 BMW코리아와 독일 본사의 재판 지연 전략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BMW 측이 재판에 필요한 답변서 제출을 미루고, 다수의 소송 중 일부 소송에는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는 등 1심만 4년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서울중앙지법 제16민사부에서 BMW 차주 851명이 BMW AG 대표이사 하랄트 크뤼거(Harald Krüger)와 BMW코리아 대표이사 한상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민사소송 재판이 열렸다. 이는 2018년 10월 소송을 제기한 후 4년 만에 처음 열린 공판이다. 다음 변론기일은 11월 10일 예정돼 있다.
원고측 변호인 법무법인 해온의 박명상 변호사는 "외국계법인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그 법인이 외국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이상 손해배상청구 등의 소송을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정도"라며 "BMW 차량의 화재로 소비자들은 극심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보고 있는데,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재판부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온은 2018년 BMW 화재 사건 이후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집단소송에 참여할 소비자를 모집해 총 4차례에 걸쳐 소송을 제기했다.
1차 소송은 2018년 8월 소비자 1228명, 2차 소송은 2018년 10월 853명, 3차 소송은 2018년 12월 296명이 각각 제기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진행중이다. 4차 소송은 2019년 3월 BMW 차주 316명이 제기해 제31민사부에 배당된 상태다.
이 중에서 2차 소송은 4년이 흐른 지난달에 첫 변론이 시작됐다. 3차 소송은 2년이 지난 2020년 5월, 4차 소송은 3년이 2021년 10월에 각각 한차례씩 변론이 진행됐다.
지금까지 총 4건의 소송이 4년간 총 6차례 변론이 진행되는데 불과했다.
특히 BMW 독일 본사 측은 소장을 받지 않아 결국 소장이 전달되는데에만 9개월이 걸렸다. 재판이 길어지다 보니 재판부 담당 판사가 2번 이상 교체되기도 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피고측 변호인과 재판부의 연관 관계 때문에 재판부 재배당 요청으로 재판이 지체되는 결과도 있었다.
박명상 변호사는 "피고 BMW 측은 소장 부본을 이미 송달받았지만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고 일부 소송에서는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은 상태"라며 "시간을 끌어 (한국) 소비자들이 지쳐 소취하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BMW 화재 사건과 관련해 집단소송은 총 10여 건이 진행되고 있지만, 4년이 지나도록 1심 재판에서 결론이 난 건 단 한 건도 없는 상태다.
2018년 8월 2일 오전 11시 47분쯤 강원도 원주시 영동고속도로(강릉 방면)에 BMW 520d 차량 엔진 부분에서 불이 나 차량이 타고 있다. 그해 28번째 발생한 BMW 화재 차량이다. /강원지방경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