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백'에서 유민호 역을 맡은 배우 소지섭 / 사진 : 피프티원케이 제공
"저도 연차가 좀 됐죠.(웃음) 어떤 연기를 해도 새로운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 갈증이 있을 때, '자백'을 만났고요. 이제는 저 혼자가 아닌, 감독님, 작품, 동료 배우들에게 다양하게 도움을 받아야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의 다른 모습을 다시 찾아야 할 것 같아요."
배우 소지섭이 말했다. 그는 영화 '자백'에서 유민호 역을 맡았다. 유민호는 성공한 IT 사업가다. 능력과 재력을 가진 아내와 결혼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세희(나나)와 내연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내연관계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찾아간 호텔에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자신이 밀실 살인의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있었다.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승률 100%의 변호사 양신애(김윤진)와 만난다.
소지섭의 첫 스릴러 장르의 도전이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그는 "시나리오보다 더 재미있게 잘 만들어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되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잘 본 것도 있지만, 극장 개봉 자체가 너무 감사한 것 같아요. 극장에서 보고 싶었거든요"라고 처음 '자백'을 본 소감을 전했다.
영화 '자백' 스틸컷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자백'은 좁은 공간에서 유민호(소지섭)와 양신애(김윤진)의 대화로 진행된다. '세희가 죽었다'라는 명백한 사건은 누구의 시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진다. 같은 공간에서 전혀 다른 과거가 오간다. 소지섭은 "감독님께서 오랜 시간 준비하시고, 확고한 계산이 있으셔서 많이 의지한 것 같아요"라고 윤종석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를 전했다.
"제 전작과 비슷했지만 달랐던 점은 다른 작품보다 '자백'은 대본 리딩을 정말 많이 한 것 같아요. 일차적으로 감독님과 제가 만나서 리딩을 하며 대본에 필요한 것 넣고, 또 부수적인 것들은 거둬내는 작업을 했고요. 김윤진 선배님께서도 따로 감독님을 만나서 그렇게 정리를 하셨고요. 좁은 공간에서 다양한 감정을 만들어내야 하니, 촬영 전 연극처럼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화면에도 잘 담긴 것 같아요."
소지섭은 '유민호'에게 선이나 악을 부여하지 않았다. 선과 악이 모호한 캐릭터를 맡은 것도 소지섭에게는 처음이었다. 그는 "제가 주인공을 해온 지가 꽤 됐잖아요. 주인공은 대부분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결국 좋은 사람이 주인공이 되잖아요. 그런데 '자백'은 장르가 스릴러이다 보니, 이런 모습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저에겐 되게 매력적이었어요"라고 말한다.
영화 '자백' 스틸컷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 유민호를 그려내기 위해 소지섭은 수염까지도 연기의 일부로 만들었다. 그는 "촬영 전 수염 까지 테스트했어요"라며 "촬영 순서를 수염에 맞게 진행해서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아요. 원래 나는 수염에 조금 보충을 한 거예요"라고 이야기했다.
"원작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그 정체가 드러나면서 끝이 나잖아요. 그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지점에서 오는 긴장감이 있기도 하고요. 잘 표현된 작품이죠. 저는 '자백' 시나리오를 받고, '이때부터는 연기를 좀 다르게 해야지'라고 일부러 계획하지는 않았어요. '자백' 현장에서 유독 타이트 샷이 많긴 했는데요. 그런 부분에서 유민호가 서서히 드러나 보이게 각도나 눈동자의 위치를 달리하며 만들어간 장면들도 있어요. 저도 원했고, 감독님도 원하셔서 적게는 두 개부터 많게는 네 개 그 이상의 감정을 연기했어요. 나중에 감독님께서 선택하실 수 있도록요. 그렇게 연기한 장면들이 잘 믹스가 된 것 같아요."
영화 '자백'에서 유민호 역을 맡은 배우 소지섭 / 사진 : 피프티원케이 제공
데뷔 후 28년 차다. 소지섭은 그런 올해 유독 도전을 이어왔다. 영화 '외계+인'으로 SF 혼합 장르에, '자백'으로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 그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보고 싶은데요.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멈추고 싶은 생각은 없거든요. 다양한 역을 해보고 싶고요.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필요하면 다른 도전도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스릴러 장르인 '자백'을 선택한 건, 그 당시 감정이나 새로운 걸 하고 싶어서였어요. 전작이랑 비슷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 고민이 있을 때, 들어온 작품이고요. 도전은 늘 하고 싶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요. 멈춰있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정말 가끔 연기에 해답이 안 날 때,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봤거든요. 그때는 앞만 보고 미친 듯이 달릴 때였어요. 그 작품을 보면, '저렇게 연기를 했구나'라고 다시 되새기게 돼요. 늘 감사하고, 보면 행복하고, '저 작품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있지'라는 생각을 하고 또 에너지를 얻기 위해 보는 것 같아요. 유독 그 작품을 많이 봤어요. 제가 '발리에서 생긴 일' 때문에 연기가 되게 재미있고 좋아졌거든요. 그리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덕분에 '배우 소지섭'으로 크게 알려졌다고 생각하고요. 그 작품을 애정하죠."
영화 '자백'에서 유민호 역을 맡은 배우 소지섭 / 사진 : 피프티원케이 제공
그런 그에게 배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 배우로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그 어떤 걸로도 풀리지가 않아요. 선배님들께도 많이 여쭤봤거든요. 그런데 다들 대답이 한결같으세요. '답 있니? 해야지'라고요. 배우로서 캐릭터를 잘 그려내는 것뿐이에요. 감내할 때까지 해야죠. 그러고 싶고요."
"제가 51이라는 숫자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배우로서 50.1%인 것 같아요. 51%라는 숫자까지 가고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100%의 만족은 없다고 생각해요. 49%와 51%는 아주 작은 2%의 차이지만, 반을 넘고 넘기지 못하고의 차이를 만들잖아요. 그래서 앞으로 일을 해나가면서 51%를 채우고 싶어요."
영화 '자백'에서 유민호 역을 맡은 배우 소지섭 / 사진 : 피프티원케이 제공
소지섭은 지난 2020년 4월 조은정 전 아나운서와 혼인신고를 하며 법적 부부가 됐다. 그는 아내 덕분에 "안정감이 있는 것 같고요"라고 말했다.
"인간 소지섭으로 보면 확실해요. 불면증도 없어졌고요, 확실히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결혼을 적극 추천합니다. 예전부터 제가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고, 어깨에 무게를 져야 앞으로 가는 스타일이라 여러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결혼 후에는 달라진 것 같아요."
그런 그에게 요즘 가장 행복한 것은 '자백'이고 사람들이다.
"'자백'을 처음 영화관에서 본 날, 그날이 최근 가장 행복했던 날 같아요. 개봉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것 같아요.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밥을 먹거나 함께할 때, 그때 다 행복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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