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E 350+의 내외관./벤츠코리아·김혜란 기자
E클래스는 명불허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베스트셀링카다. 올 9월 한 달간 1348대 팔리며 저력을 보여줬다. 강남 일대에 흔하게 보이는 차라고 해서 '강남 쏘나타'라고 불리는 E클래스. 전기차를 상징하는 '파란색 번호판'을 달고도 그 인기를 재현할 기세이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11일 서울 성수동 더 뉴 EQE 파빌리온부터 강원도 원주까지 오고가는 미디어 시승행사를 열었다. 벤츠 코리아는 ▲국내 수입차 중 첫 럭셔리 중대형 전기 세단 ▲한국 시장에 특화한 인포테인먼트(내비게이션·지니뮤직) 등을 이번 신차의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벤츠가 국내에 투입한 첫 트림은 EQE 350+ 모델이다. 이날 서울 도심을 벗어나 강원도로 가는 고속도로를 왕복했는데 EQE 350+의 안정감과 정숙감이 조화를 이뤄 합격점을 주고 싶다. 휠베이스는 3120mm로 S클래스보다 길기 때문에, 처음에는 여성운전자인 기자에겐 부담이 컸다. 비좁은 성수동 골목과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영동고속 도로 위에서 혹여 옆차나 리어카 등을 긁지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 했기 때문이다.
이때 12.8인치의 디지털 클러스터의 역할이 컸다. 차량 바로 가까이에 다른 차량이나 물체가 있으면 디스플레이에 보여줘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운전도 장비빨(?)'이라고 절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중접합 유리가 쓰인 도어의 모습(상)과 EQE에 적용된 피렐리 타이어./김혜란 기자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통상 고속에서 거칠어지는 풍절음 또한 체감하기 어려웠다. 이중 접합 유리와 성능 중심의 피렐리사의 P제로 타이어가 쓰인 것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벤츠는 이른바 '먹통 내비'로 많은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기본 장착된 내비게이션이 도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등 먹통이 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신차의 경우는 달랐다. 2차원(2D)뿐만 아니라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방면으로 도로와 지형을 읽으며 램프구간이나 교차로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해 줬다. GPS와의 연동도 막힘없었다.
소위 '개취(개인의 취향)'의 영역이지만 시트는 딱딱해졌고 스티어링휠은 가벼워졌다는 인상을 줬다.
그런데도 고속으로 달려도 휘청거림이나 통통 거리는 현상은 없었다. 하부에 배터리가 장착된 덕분에 안정적인 차체 균형감각을 보여준 것. 결국 전기차의 성능도 완성차 업체의 축적된 기술력에서 나오다는 걸 느끼게 했다.
한국에 투입된 350+은 에어서스펜션이 없는 트림이다. 하지만 에어서스펜션이 없이도 부드럽고 매끄러운 주행이 가능했다. 도로에 착 달라붙는 듯한 주행의 맛을 제공했다.
공기저항 계수 확보를 위해 전면 후드부터 트렁크 리드를 유선형 루프라인이 이어준 결과다. 여기에 전고가 높아 세단의 표준인 E클래스보다는 쿠페형 세단인 CLS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때 미래지향적인 외내장 디자인은 '정통 세단'을 원하는 이들에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에이터 그릴은 벤츠의 삼각별 패턴으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했고, 인테리어를 장악한 대시보드 역시 삼각별로 촘촘히 수놓아져서 누가봐도 벤츠이다.
강남 학원가에 대기 중인 자동차 브랜드가 E클래스가 절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사실이라면, 이제는 E클래스 EQE 350+가 학원가를 장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QE는 벤츠의 대형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 'EVA2'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215킬로와트(kW) 전기모터와 88.89킬로와트시(kWh) 배터리가 탑재돼 최고출력 215kW, 최대토크 565Nm의 강력한 파워를 발휘한다.
급속 충전시 배터리는 32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며, 한번 충전으로 최대 471km 거리를 달릴 수 있어 '데일리카'로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