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본 적 없는 예능으로 K 예능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조효진, 김동진 PD가 이번에는 '버티기 예능'을 선보였다. 유재석을 주축으로 다시 한번 새 도전에 나선 두 PD가 디즈니+를 통해 '더 존:버텨야 산다'(이하 '더존')로 세계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것.
지난달 28일 조효진, 김동진 PD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두 사람은 '더존'의 삼총사 유재석-이광수-권유리를 캐스팅한 배경뿐만 아니라 실제 촬영장에서 벌어진 에피소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조효진 PD가 만드는 예능은 늘 고됐다. 살아남기 위해 뛰어야 하는 '런닝맨', 숨겨진 비밀을 풀어야 하는 '범인은 바로 너!'(이하 '범바너'), 생존 미션에 맞닥뜨리는 '신세계로부터'까지, 출연자들의 고통이 곧 시청자의 재미가 되는 예능이 많았다. 이번에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단 4시간만 버틴다'라는 포맷으로 재난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버티기 예능을 만들었다. 탈출 예능은 많았으나 버티기 예능은 처음이었다. 두 PD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주한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버티는 자가 산다'는 문구를 보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작들에서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재난 시뮬레이션이라는 개념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녹화하기 전 기획 단계에서부터 멤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제가 유재석 씨에게 '어떤 때보다 고생을 할 건데 괜찮으시겠어요?'하고 했는데, '아휴. 당연히 우리가 재미를 주려고 하는 건데 고생해야지.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난도가 있고 힘든 상황이셨는지 촬영 도중에 욕을 하시더라.(웃음)"
조효진 PD가 생소한 예능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유재석이 함께였기 때문이다. 예능계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의 뜻이 맞았고, 이를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열정도 비슷했다.
"(유재석) 형을 보면 '방송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사나' 싶다. 방송에 진심인 사람이고, 이야기하다 보면 'PD야?' 싶을 정도로 꿰뚫어 보는 게 있다. 형이 변하지 않는 점은 계속 도전을 한다는 거다. '무한도전'이 괜히 탄생한 게 아닌 것 같다. 형과 많은 프로그램을 해왔는데 아직은 형과 결별할 생각은 없다."
"유재석 형과 서로 얘기를 하다가 '우린 좀 다른 걸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형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봤을 땐 형은 어떤 사명감이 있는 사람이다. 예능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다. 그렇게 말을 꺼냈으니 '형은 (출연) 해야죠' 했다. 스케줄 정리가 워낙 힘들었지만 서로 이야기가 통한 다음에 기획을 진행해서 그 후로는 문제가 전혀 없었다."
'더존'에는 이미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유재석, 이광수의 '광재 케미'에 의외의 치트키가 더해졌다. K팝을 이끈 소녀시대 멤버이자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권유리가 합류한 것. 조효진 PD는 유재석의 추천으로 권유리를 택했다며 세 사람의 호흡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유재석 씨와 이광수 씨의 케미는 워낙 좋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는데, 이 두 엉성한 사람들을 좀 끌고 당겨갈 수 있는 조종자 같은 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존재가 있어야 셋이 조화롭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사람 저 사람 거론이 됐는데, 재석 씨가 '권유리 씨가 참 괜찮다'고 하셨다. 저랑 형이 '엑스맨' 때부터 함께 했지만 누군가를 추천해 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방송 보시면 아시겠지만, 유리 씨가 두 오빠를 끌고 가는 게 실제 모습이다.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색함이 사라졌다. 이제는 셋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두 PD는 '더존'을 통해 처음으로 디즈니+와 협업을 진행했다. 레거시 미디어에서 OTT로 넘어온 후, 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이들은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시리즈와 '신세계로부터'가 큰 규모의 세트로 화제를 모았고, 이번 '더존'에서는 세트뿐만 아니라 여러 보조 출연진까지 등장하며 더 큰 스케일을 선보인 조효진 PD. 그는 두 OTT 플랫폼의 환경부터 제작비까지 언급하며 "앞으로 더 많은 시도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넷플릭스고, 여긴 디즈니+라 현장을 비교하기가 뭐 하지만, 제작비는 얼추 비슷하다. 거의 똑같은 정도다. 제작비 규모는 그 정도이고, 굳이 얘기를 하자만 '신세계로부터'나 '범바너'보다 세트비 부분에선 '더존'이 더 들어갔다. 대신 다른 쪽에서 아꼈다."
"디즈니+로 온 이유를 물으신다면, 딱히 넷플릭스랑 문제가 있어서 옮긴 건 아니다. 그저 제작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OTT와 흥미로운 작업을 하는 게 더 좋다는 판단이었다. 제 능력이 닿는다면 디즈니+뿐만 아니라 다른 OTT와도 작업을 해나갈 예정이다."
'더존'은 국내에서 제작한 디즈니+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초로 글로벌 동시 공개됐다. 공개 후 홍콩 디즈니+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해외 성과도 얻고 있는 중이다. 조효진 PD는 '런닝맨'으로 아시아 시청자를 매료한 유재석-이광수, 그리고 소녀시대 활동으로 큰 인지도를 가진 권유리의 조합 덕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시즌2를 언급,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아직 다음 시즌에 대해 똑 부러지게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즌1 성과가 좋으니까 다른 여러 가지 발전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제작사 입장을 고려해 주시면 좋겠다. 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