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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종빈 감독 "'수리남' 만들며 위궤양 등 온몸이 만신창이"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2.09.29 15:59

시리즈 '수리남'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해당 인터뷰에는 '수리남'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에 전 세계의 관심이 향하고 있다. 넷플릭스 순위 사이트인 '넷플릭스 TOP10'에 따르면 '수리남'은 지난 9월 12일부터 18일까지 비영어권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해당 기간 시청 시간은 무려 6,265만 시간에 달한다.

성과를 이렇게 열심히 설명한 것은 '수리남'의 여정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수리남'에서 강인구 역을 맡아 극을 이끌고 가는 배우 하정우는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수리남'은 그가 자숙의 시간을 마치고 대중에게 처음 복귀를 알리는 작품이라, 이목이 쏠렸다. 팬데믹 상황으로 예정된 해외 로케이션 촬영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수리남'이 공개됐다. 윤종빈 감독이 "6부 전체를 하는 건 건강에 너무 안 좋아요. 목숨을 담보로 하는 작업이 아닌가"라고 표현할 정도로 모든 것을 다 쏟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해당 인터뷰에는 '수리남'에 담긴 윤종빈 감독의 고민의 지점을 모아봤다.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수리남'은 실제 수리남에 대규모 마약 밀매조직을 구축한 조봉행을 잡기 위해 국정원과 손잡은 민간인 K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처음 실화를 마주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저도 황당했다. K씨 녹취록을 문서로 정리한 걸 봤는데, '진짜? 말이 돼?'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평범한 민간인이 어떻게 그 위험한 곳에 3년이라는 시간동안 언더커버로 활동했는지 모르겠다. 납득이 되지 않아, 직접 만났다. 2~3번 정도 만난 것 같다. 만나서 얼굴을 뵙고 나니, 이해가 되더라. 정말 강하게 생기셨다. 지금은 환갑쯤 되셨을 것 같다. 특수부대 출신일 것 같은 느낌의 분이다. 이런 분이면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데 납득이 됐다. 강인구의 이야기 중 8~90% 이상을 K씨 실제 이야기를 가져왔다. 어릴 때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동생 셋을 키우셨다. '수리남'에서는 두 명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세 명이다. 남들과 다른 삶을 강인하게 살아오셨다. 그래서 저도 납득이 됐고, 1화에서 강인구의 살아온 배경부터 이야기를 시작한 거다. 남다른 생존력과 강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것을 설명해야, 뒷부분까지 납득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K씨가 조봉행과 만나기 위해 차이나타운에 가서 머리도 스킨 헤드로 밀고, 중국 갱들과 싸우고 다니셨다고 하시더라. 그 부분은 너무 영화적이라 오히려 덜어낸 것 같다.

Q. 조봉행을 모티브로 한 전요환(황정민)은 실화보다 훨씬 각색된 인물이다. 특히, 사이비 종교의 목사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

"실화에서 가장 많이 각색된 부분이 전요환 캐릭터다. 실제로는 K씨가 수리남에 홍어 장사를 하러 혼자 갔다. 수리남 현지에서 사업을 도와주는 사람의 저택에서 같이 살았다. 그 사람이 바로 조봉행이다.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마약왕이었고, 홍어에 마약을 넣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속는 것이 영화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푸는 것이 큰 숙제였다. 시리즈 속에서 둘이 어떻게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게 만나게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직업만으로도 믿음을 주고, 권위를 가지고 있을 법한 위치를 떠올리다 보니, 목사가 된 것 같다. 그렇게 조사를 하다보니 실제로 피지에서 400명 신도를 강제 노역시킨 일이 있었더라. 그 사건에서 모티브를 많이 얻은 것 같다."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수리남'이 6부가 아니라 좀 더 길었다면, 풀어낼 이야기가 더 풍성했을 것 같다. 특히 아이들을 구하는 서사가 궁금했다.

"더 길었다면, 제가 다 못 찍었을 것 같아요. (웃음) 원래 영화를 연출하다 보니, 시리즈에 곁가지가 많다고 생각했다. 저는 시리즈를 볼 때 관심 없는 이야기는 그냥 건너뛰어 해버린다. 시리즈에는 메인플롯과 서브플롯이 있지 않나. 제가 서브에는 잘 집중을 못하는 성향이다. 충분히 유추할 수 있지 않냐는 생각도 있었다. '수리남'에서는 앞부분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로서의 상황, 수리남에 가게 된 이유, 언더커버로 활약하는 이유 등이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었다."

Q. '수리남'의 시작과 끝에는 같은 소품인 '박찬호 싸인볼'이다. 진실과 가짜를 묻는 것에 답을 주는 느낌도 들었고, 일부 네티즌들은 사인볼 속에 마약이 있는 거 아니냐고 추측도 했다.

"야구공에 마약이 들어있지는 않고요. (웃음) 강인구(하정우)가 야구공을 보면서 '내가 들려줄 이야기가 실제로 경험한 거고, 끝나면 진짜냐고 물어볼 사람들이 있을 거다'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로 사용하기도 했고, 전요환(황정민)과 강인구의 관계를 상징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돈에 대한 욕망은 두 사람의 공통점인 것 같다. 전요환은 강인구를 사업 파트너로 생각한 것은 진짜인 것 같다. 그걸 이야기하려고 한 부분도 있었다. 강인구가 결국 실패하고 돌아오긴 했지만, '수리남'에 어찌 보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가지 않았나. 박찬호 선수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 같은 인물로 느껴졌다. 그 공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이 실재하는 것인가의 질문이기도 했다. 세상에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중의적인 질문이 담겨있기도 하다."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수리남'은 매 화 엔딩이 정말 인상적이다. 2화에서 전요환(황정민)이 강인구(하정우)를 향해 처음 욕을 했고, 5화에서는 강인구가 '뿌리깊은 나무가 드디어 열매를 맺네요'라는 인상 깊은 대사도 했다. 고민이 깊었을 것 같다.

"넷플릭스에서도 항상 강조한 거였다. '엔딩이 중요합니다.' 핵심은 다음 화를 안 보고는 못 참게 하는 거였다. 찍으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1화 엔딩은 사실 지금의 엔딩이 아니었다. 1화 엔딩은 찍으면서 여기에서 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Q. 오프닝도 인상적이다. 작품을 다 보고, 오프닝을 보면 이야기가 보인다.

"오프닝이 사실 제일 오래 걸렸다. 한 번 만들었다가, 다 갈아엎고 다른 업체에 맡겼다. 한 장면씩 짚어가며 다 이야기했다. 안경 쓴 사람은 하정우고, 그 속에는 반전의 인물이 있다. '수리남' 6부의 이야기가 다 요약돼 있다."

시리즈 '수리남'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팬데믹 상황으로 계획된 해외 로케이션을 모두 진행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수리남' 속 장면의 일부는 제주도에서 촬영했다고 했는데, 대표적으로 어떤 장면을 어디에서 찍었나.

"3부 엔딩과 4부 초 브라질 국경 장면이 나오는데, 제주도다. 제주도에서 야자수를 키워서 파는 농장이 있다. 그곳이 '수리남'과는 다른 뷰였다. '이곳을 브라질 국경처럼 만들어보자'라고 스태프들에게 말하니 '어떻게요?'라고 묻더라. 3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남미에서 자라는 식물을 사다가 이곳에서 재배하고 키워보자고 했다. 그래서 몇 개월 동안 키워서 그 뷰를 만들었다. CG의 도움도 있었다. 그리고 전요환(황정민)의 저택은 제주도의 구 파라다이스 호텔이다. 현재 영업을 안 하고 있다. 전요환의 저택을 두고 준비 과정에서 정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서프라이즈'도 아니고, 야산에서 찍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아내와 아이와 함께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갔다. 아내가 유명한 카페에 가보자고 해서 가게 됐는데, 머릿속에는 '수리남' 밖에 없던 때라서 멀리서 구 파라다이스를 보고 '저기 남미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잘하면 남미처럼 보이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섭외하고, 그곳에 야자수를 심고, 세트를 만들고, 분수도 만들고 해서 완성됐다. 실제로 '수리남' 속에는 CG(컴퓨터 그래픽 작업)가 엄청 들어가 있긴 하다. 30% 이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Q. '수리남'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앞으로도 시리즈 연출이 가능할 것 같나.

"전체 다 찍지는 못할 것 같다. 6부 전체를 쓰고, 촬영하는 건 건강에 너무 안 좋다. 목숨을 건 거래가 아닌가 싶다. 몸이 너무 안 좋아졌다. 궤양이 너무 심하게 왔다.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박찬욱 감독님과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저는 이제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시리즈에 대한 거부 반응은 없다. 하지만 통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9~10개월을 연출하는 것을 한 번 더 하면 병들 것 같다. 나눠서 할 생각은 있다."

Q. 황동혁 감독도 '오징어 게임' 때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이가 빠졌다고 하시더라. 그런데도 시즌2를 하셨다. '수리남'도 '오징어 게임'처럼 큰 사랑을 받는다면?

"'오징어 게임'은 하셔야 한다. 안 하면 안 된다. 국가적 손실이다. 'D.P.'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도 시즌1 연출을 끝내고 공개도 하기 전인데, 시즌2를 쓰고 있더라. '일단 쓰는 거예요'라고 하더라. 또 하기는 한다. 다들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수리남'도 만약 '오징어 게임'처럼 된다면, 해야죠. 그러면 해야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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