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10일(현지시간)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중남미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국을 찾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영국을 방문하면서 삼성전자가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전에 뛰어들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영국에 도착했다. 부산엑스포 유치 대통령 특사로 임명된 이후 지난 6일 출장길에 올랐고, 멕시코·파나마 등 중남미를 거쳐 영국으로 향했다.
당초 이 부회장은 리즈 트러스 영국총리를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난 8일 서거하면서 엑스포 유치활동 대신 삼성그룹 경영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영국 왕실의 인연은 고(故) 이건희 회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왕실은 삼성전자가 1995년 영국 윈야드 지역에서 복합가전단지 준공식을 가질 때 참석했다. 당시 이 회장은 왕실 전용열차로 도착한 여왕을 안내하고 함께 공장 가동 스위치를 눌렀다. 당시 여왕은 "한국과 영국의 경제협력에서 새로운 장을 여는 윈야드 파크 준공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유럽을 방문할 때마다 업계의 시선은 '삼성의 ARM 인수'로 쏠린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 불발로 다른 반도체 업체들은 ARM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인텔, 퀄컴, SK하이닉스 등이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때 부회장의 영국 방문 소식을 계기로 ARM 인수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2'에서 대형 M&A 추진과 관련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보고 있다"며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간 업계에서는 팹리스에 다소 취약한 삼성전자가 관련 M&A를 진행해 기술력을 확보할거란 관측이 우세했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 핵심 장치인 AP칩 설계 부분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뽐내는 반도체 설계 업체다.
50조 원에 이르는 몸값은 인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20조 원 이상으로, 인수 여건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ARM을 인수한다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업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운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