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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니엘 헤니 "저 자신을 한국 배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뿌듯"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2.09.17 00:01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 잭 역을 맡은 다니엘 헤니 / 사진 : 에코글로벌그룹

무려 17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 다니엘 헤니는 지난 2005년 방송된 MBC '내이름은 김삼순'에서 헨리 역으로 데뷔했다. 배우로 내디딘 첫 발이었는데, 한국어에도 서툴렀다. 다니엘 헤니는 당시를 "무섭기도 했고, 저에게 큰 도전"이라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시리즈 등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났다. 그리고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이하 '공조2')로 현빈과 재회했다. 17년 만이었다.

"시간이 진짜 빨라요. 우리는 '내 이름은 김삼순'을 하면서 정말 즐거웠거든요. 그래서 다시 함께 작업할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케미도 그때와 같이 너무 좋았고요. 케미가 좋을 수 있었던 건, 현빈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업계가 긴장되고 어려울 수 있는데, 현빈은 늘 저를 환대해주고 경쟁이 아닌 함께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줬어요.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내 이름은 김삼순'을 찍을 때 무섭기도 했습니다. 한국 문화를 잘 모르던 저에게 큰 도전이었는데, 그때도 현빈은 스윗하게 환영해줬고요. '공조2'에서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 모습에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알 수 있었고요. '공조2'의 케미는 좋은 리더인 현빈이 있었기에 발생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다니엘 헤니에게 현빈에 대한 칭찬이 마르지 않았다. 영화 '공조2'는 지난 2017년 개봉한 '공조'의 성공에서 이어졌다. '공조'의 첫 시리즈에서 남한 형사 진태(유해진)와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이 하나의 사건을 두고 공조 수사를 펼쳤다면, '공조2'에서는 '인터내셔날'이라는 말답게 더욱 확장된 공조 수사를 보여준다. 그 중심에는 미국 FBI 요원 잭 역의 다니엘 헤니가 있었다. 잭(다니엘 헤니)은 일에서는 남다른 집중력을 보이면서도, 여성에게는 능글능글한 매너로, 림철령에게는 "너 나이가 몇 살이야?"라고 묻는 상반된 온도 차의 인물이다. 액션, 외모, 유머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캐릭터, 이를 오랜만에 한국 영화로 돌아온 다니엘 헤니가 선보인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스틸컷 / 사진 : CJ ENM,JK필름

"잭과 철령(현빈)은 굉장히 상호 보완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두 사람 다 남성적이고 유능하지만, 거울처럼 상반된 부분도 있습니다. 철령은 자로 잰듯한 모습인 반면, 잭은 허술한 면이 있죠. 일상적인 모습에서 잭이 좀 더 코믹하다면, 철령은 그런 부분이 없어서 음과 양처럼 서로 보완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삼각관계로 돌아와 보면, 잭과 철령은 대비되는 성격 같아요. 어떤 여성은 철령처럼 조용하고 멋진 남자를 좋아할 수 있지만, 어떤 여성은 바에서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잖아요. 현빈 씨가 잘 만든 철령과 대비되는 모습을 그렸다고 생각합니다."

"잭의 유머 코드라면, 유머러스하셨던 아버지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SNL' 시리즈 등을 보며 자랐고요, 저에게 있어서 코미디는 아버지의 영향인 것 같아요.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제 매니저 마틴도 재미있어요. 부장님 개그를 많이 하시는데요. 17년 동안 옆에서 그 톤을 배운 것 같아요. 'X라 짜증나'라는 대사도 애드리브였는데요. 유해진 혹은 감독님께서 제안하셨어요. 그 톤을 알아야 칠 수 있는데, 재미있는 한국 친구들이 있어서 그 덕분에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스틸컷 / 사진 : CJ ENM,JK필름

잭은 FBI 출신인 만큼 액션 연기도 많았다. 몸을 부딪치는 연기부터 총기 액션까지 다니엘 헤니는 빈틈없이 해냈다. 미국 촬영 현장에서도 액션 연기를 경험해본 적 있는 그는 "원더풀한 액션팀 덕분"이라며 '공조2'의 스태프에 극찬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연습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한국에서 함께한 액션팀이 훌륭하셨어요. 저는 제가 좋은 액션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도 칼이나 총은 다뤄본 적이 있는데, 맨몸 액션은 아직 한 적이 많지 않아 익숙하지가 않아요. 그런데 '공조2'에는 맨몸 액션이 많아서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한국 스턴트 팀이 많이 도와주셨고요. 현빈은 자로 잰 듯한 몸놀림이었던 반면, 잭은 좀 허술하면서도 감정적인 액션이길 바랐어요. 낯선 한국에서 좀 더 감정 그대로를 드러내는 표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호텔에서 혼자 테이블과 러그를 옮겨가며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웃음) 호텔 분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스틸컷 / 사진 : CJ ENM,JK필름

'공조2'를 본 관객들은 현빈과 다니엘 헤니의 등장에 극 중 박민영(윤아)처럼 마음이 흔들렸다고 고백한다. 현빈을 보고 '잘생겼다'라고 생각하면, 다니엘 헤니를 보고 또 '잘생겼다'라고 감탄하게 됐다고. 슬로우 모션으로 등장하는 두 사람은 여성 관객들의 동공과 마음에 지진을 일으켰다.

"개인적으로 저는 슬로우 모션을 보기 힘들었는데요. (웃음) 관객분들이 재미있을 수는 있지만 부끄럽기도 하고, 가능하면 빨리 감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제가 태어나서 한 번도 껌을 씹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어머니께서도 껌을 씹는 것이 매너가 아니라고 하셨고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고 잭은 항상 껌을 씹는 인물로 그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작은 디테일이 추가됐습니다."

여전히 한국 관객에게 다니엘 헤니는 '쿨 가이, 이상형'이라는 존재로 남아있다. 이에 그는 "아직도 이상형으로 불린다니,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 같다"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제가 운과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데뷔할 당시, 한국에서 저 같은 사람을 찾지 않았나 싶어서요. 자기 관리도 어느 정도 철저하게 하고 있어요. 운동도 많이 하고, 건강하게 먹고, 물을 많이 마시려고 노력합니다. 같은 팀에서 물을 잘 안 마시면, 물을 많이 마시라고 얘기해줘요. 그리고 잠도 많이 자려고 해요. 그래도 저는 인생에서 재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오버스럽게 식단을 하거나 저를 괴롭히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 잭 역을 맡은 다니엘 헤니 / 사진 : 에코글로벌그룹

'오징어 게임' 등의 성과로 외국에서도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미국과 한국의 촬영 현장에 모두 있었던 다니엘 헤니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미국은 좀 더 비즈니스적인 느낌이고, 한국은 좀 더 끈끈한 가족 같은 느낌이랄까요? 한국에서 작업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이, 몇년 전까지도 배우 조합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잠을 못 자기도 하고, 차에서 쪽잠을 자기도 하고, 그래서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어요. 현장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미국에는 배우 조합이 있어서, 안전이 보장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돌아와 보니 한국에도 시스템이 생겨서 스태프와 배우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더라고요. 그 휴식에는 가격을 매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더 자주 다니엘 헤니를 만날 수 있을까.

"한국 작품은 언제나 하고 싶고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인데요. 한국 드라마에서 작은 역을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배역의 크기를 떠나서 많은 한국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출연할 예정이고, 한국어도 더 연습할 예정이고요.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콘텐츠의 이런 신드롬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저 자신을 한국 배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뿌듯하고요.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 잭 역을 맡은 다니엘 헤니 / 사진 : 에코글로벌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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