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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태풍으로 빨리는 듯" 39도 기울어진 도로, 시속 250km 달려

김혜란 기자 ㅣ lift@chosun.com
등록 2022.09.16 16:37

현대차그룹, 아시아 최대규모 주행체험시설 개소
엔진·브랜드별 '자동차 백화점'서 다양한 주행 체험
"아빠차가 이게 돼?" 모하비, 오프로드의 숨은 고수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의 오피스동 전경./김혜란 기자

38.87도로 기울어진 트랙을 시속 250km로 주파한다. 연속된 커브길을 고속으로 빠져 나오며 거침없이 달린다.

영화 '포드vs페라리'나 '분노의 질주'에서 나오는 모습이 아니다. 충남 태안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의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면이다.

'안전5030'의 나라에서는 품을 수 없는 질주 본능을 이곳에서 해소할 수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드라이빙센터란다.

운전을 잘 하지 못해도 괜찮다. 인스트럭터의 충분한 교육을 통해 서킷을 달리기 때문이다. 면허가 없는 경우 조수석에서 주행 체험이 가능한 '택시 드라이빙'도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HMG 드라이빙센터를 지난 7일 개관해 16일부터 고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이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주행 코스를 미리 체험해봤다.

이곳은 한국앤컴퍼니그룹(한국타이어그룹) 주행시험장 한국테크노링 내부에 있는 곳이다.

▲4.6km의 고속주회로 ▲긴급 제동 ▲마른노면 ▲젖은노면 ▲다목적 주행 ▲젖은 원선회 코스(드리프트 체험) ▲킥 플레이트(긴급상황 대처 체험) ▲험로(오프로드) 등 총 8종의 트랙으로 돼 있다.

15일 HMG 드라이빙센터 미디어 데이에 동원된 각종 차량들./김혜란 기자

이날 체험한 주행 코스는 시설 내 트랙 8종 중 젖은 원선회, 킥 플레이트 코스 등 두 가지를 제외한 6종이다. 각 코스에 투입된 차종은 아반떼 N, 벨로스터 N을 비롯해 G70·GV80, 팰리세이드·모하비, 아이오닉5·EV6 등이었다. 고성능 차부터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골라타는 재미가 있는 '자동차 백화점'을 방불케 했다.

G70이 기울어진 도로를 달리는 내·외부 모습/현대차제공·김혜란 기자

고속주회로 코스는 네 개 차로로 구성된 4.6km 길이의 트랙이 갖춰졌다. 38.87도로 기울어진 1, 2차로는 인스트럭터의 도움으로 택시 드라이빙을 즐겼다. 타고 있던 G70이 봅슬레이를 썰매처럼 기울어진 트랙을 가르는 동안 태풍의 눈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았다.

3,4차선 도로에선 운전대를 건네받았다. 시속 190km에 도달하는 순간 '도로에서 풀악셀'이라는 발칙한 상상이 현실이 됐다. 한 주간의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이들에게 태안이 좋은 탈출구가 되겠다 싶었다.

마른 노면 서킷에선 아반떼 N에 몸을 실었다. 인스터럭터와의 교신으로 연속된 커브길로 주행하며 '아웃-인-아웃', '슬로우 인 패스트 아웃' 등의 기술을 배웠다. 이후에는 조수석에 앉아 인스터럭터의 현란한 코너 주행 기술을 몸소 체험했다. 직선 주로에선 200km 가까이 달리던 차는 코너 진입 직전에는 90km로 속도를 낮추다가 또다시 고속으로 코너를 빠져나온다. 변속의 순간마다 머리가 마구 흔들려 유리창에 닿았다. 안전모 착용이 불가피한 이유를 알게 됐다.

모하비가 경사각 33도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김혜란 기자

오프로드 코스에서는 조금 겁이 났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당시 렌트카였던 쏘렌토가 진흙에 잠겨 견인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우라는 걸 알게 됐다. 인스트럭터가 '머드 모드'로 전환하자 모하비는 단숨에 진흙길을 빠져나갔다.

경사각 33도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도로를 지나칠 때 운전자의 골반이 지면과 닿을 정도였다. 최대 수심 60cm의 물길을 지나쳐 아파트 4층 높이에 해당하는 경사길과 마주했다. 경사도가 70%(경사각 35도)인 이 언덕 위에서 잠시 정차했을 때에는 롤러코스터의 정점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차체 안정화를 위한 차체자세제어장치(ESP) 때문인지 2열에 앉았는데도 불편함 없이 주행을 즐겼다. 더 센 마력을 갖춘 GV80과 팰리세이드가 있었기 때문에 모하비에 거는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각종 험로를 무리 없이 완주한 모하비에 올라보니 '흔한 아빠차'의 재발견이라 할만했다. ESP의 성능은 젖은 노면을 달릴 때도 여과 없이 발휘됐다. 빗길을 재현한 이 곳에선 전기차 EV6로 시승했다. 60km로 달리다 코너 구간에서 80km로  급가속하며 운전대를 급격하게 꺾었는데도 차량이 밀리거나 튕겨나가지 않고 안정감을 찾았다. 회생제동이 탑재된 전기차 특성상 가속 페달에서 발을 살짝만 떼도 차량이 덜컹거리는 '꿀렁거림' 현상이 있는터라 걱정도 됐지만 탈선 없이 안전하게 주행을 마쳤다.
드라이빙센터 관계자들은 국내 다른 드라이빙센터와의 차별점으로 고속주회로와 오프로드 코스를 꼽았다.

더이상 독일 뉘르베르크나 프랑스 르망을 부러워 하지 않아도 될만큼 국내에도 수준높은 주행 시설이 갖춰지게 된 것이다. 디젤, 가솔린, 전기차 등 엔진과 브랜드별 다양한 차종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현대차그룹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다.

다만 자차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을 개선되어야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많은 자동차 애호가 들은 아반떼 N 등 여러 고성능 차를 세컨드카로 구매해가며 국내 드라이빙센터를 찾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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