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기아 노조)가 8월 10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국내 투자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제공
기아가 노조 측의 무리한 요구에 발목 잡혔다. 미국의 IRA 시행으로 실적 상승세가 꺾일 거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노사 갈등까지 확대되며 우울한 분위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회사에서 퇴직 후에도 평생 신차 할인 등의 내용이 담긴 '평생 사원증' 제도를 앞세워 노조 집행부가 사측과 합의한 임금·단체협상 잠정 합의안을 지난 2일 부결시켰다. 기아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 모두 올해 임단협을 무분규로 마무리 지은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평생 사원증은 현대차그룹 퇴직자들의 복지 제도다. 25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는 2년마다 할인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현대차 퇴직자는 25%, 기아는 30% 할인을 받는다.
앞서 노사가 도출한 잠정 합의안에는 퇴직자 신차 할인은 구매 주기를 기존 2년에서 3년, 할인율은 30%에서 25%로 낮추고 평생 할인 대신 75세로 연령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초고령 운전자의 운전 면허증 반납 증가 추세 등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내용이었다.
노사는 대신 임협에서 기본급 9만8000원, 경영성과금 300%+55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무상주 49주 지급 등에 합의했지만, 신차 할인을 해달라는 노조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면서 추석 연휴 이후에 재협상을 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고참급 노조의 입김이 과도하게 들어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회사의 인력 구조는 50세 이상이 1만8874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젊은 직원들은 "퇴직까지는 먼 얘기인데, 평생 사원증 문제로 임단협이 부결되면서 당장 성과금 수령에 문제가 생겼다"고 비판했다. 반면 고참층은 "퇴직자들에게도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도넘은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평생 30% 할인'으로 제조 원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차를 파는 건 회사에게 지나친 부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제도로 차량을 제조 원가보다 낮게 사니, 중고차로 팔아도 돈을 더 버는 구조"라며 "전기차 일감 해외 배정도 노조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는데 회사로서는 답답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