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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은빈 "절박하게 준비한 '우영우', 안도감에 눈물 났죠"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2.08.28 00:01

박은빈 인터뷰 /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우영우가 제가 했던 다른 캐릭터보다 더 각별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날 흘린 눈물은 말 그대로 몇 년 만에 흘린 눈물이다."

박은빈은 묘하다. 또래에게선 쉽게 보기 어려운, 총기가 도는 눈빛과 순수한 미소를 가졌다. 그에게서 풍기는 아우라는 부드러움과 단단함을 모두 아우른다. 존재 자체가 포근한 햇살 같다.

그런 그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로 연기력과 흥행력을 동시에 입증했다.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로, 박은빈은 타이틀롤을 맡았다. 이미 연기 경력만 26년. 그동안의 연기적 성장과 박은빈 특유의 섬세함이 '우영우'에서 빛을 발했다.
최근작에서 예상치 못한 큰 사랑까지 받았으니, 박은빈에게 '우영우'는 남다를 법도 했다. 하지만 박은빈은 그동안 겪어온 모든 작품과 캐릭터를 똑같이 사랑한다고 말했다. 각별하다는 마음보다, 배우로서 여러 도전에 맞닥뜨려야 했던 부담감에서 벗어나 홀가분했던 걸까. 박은빈은 '우영우'를 마치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우영우'를 마치고 나서는 안도감이 많이 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긴장감도 컸던 것 같다. 배우로서 되게 부담되는 장면들이 많았기 때문에 정말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력을 다했던 작품이다 보니 '이제 정말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 플러스, 그동안 힘들었던 나날들이 쭉 스쳐 지나갔던 것 같다. '아, 결국 내가 잘 해냈구나' 하는 복잡 미묘한 감정에 눈물이 났다."
종영 인터뷰에 앞서, 박은빈은 기자들의 명함을 받고 자신의 테이블에 차곡차곡 펼쳐 정리했다. "이렇게 정리하는 게 제 성격"이라며 웃어 보인 박은빈의 모습에서 평소의 꼼꼼한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과거 인터뷰에서 자신을 '연기하는 직장인'으로 비유한 박은빈은 '우영우'를 처음 만났을 때도 '해낼 수 있을까'부터 생각했다고 했다. 쉬운 마음으로 접근하면 안 될 것 같은 작품이었고, 그렇기에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우영우'를 기다릴 참이었다. 하지만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는 박은빈을 기다렸다. 박은빈이 아니면 안 됐기 때문이다. 박은빈은 부담감을 한껏 안고 '우영우'가 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대본을 받았을 때 좋은 작품이라는 느낌은 왔다. 하지만 배우로서 내가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암담하기도 했다. 분명 대본은 잘 쓰여져 있는데 (대본 속에)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걱정이 앞섰다. '좋은 배우들이 해주는 '우영우'를 볼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이 기다려주셨다. 솔직히 많이 부담됐던 건 사실이다."

"'연모' 촬영을 끝내고 사실상 '우영우'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2주밖에 안 됐다.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컸다."
캐릭터를 준비할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지만, 박은빈은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남들이 연기한 자폐스펙트럼 장애 연기를 따라 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도 참고하지 않았다. 실제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과 그 가족을 모방하면 그들의 실생활을 수단 삼아 연기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서다. 

"작가님, 감독님, 그리고 자문 교수님 세 분이 대본을 워낙 탄탄하게 구축해 주셨다. 저는 세 분의 도움을 받았다. 그분들이 생각하는 영우의 느낌을 듣고 준비했다. 제가 개인적으로 한 작업이라면, 아무래도 교과서로 공부하는 게 익숙한 사람이다 보니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관련된 정보와 그 판단 기준에 대해 공부했다."

"영우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딱 봐도 이상해 보이지만 누군가에겐 이상하지 않게 보여야 하는 거였다. 모순적인 게 많았기 때문에 스스로도 어려웠지만, 여러 모험 끝에 여러분이 보신 영우가 완성됐다."
영우를 연기하기 위한 고민도 많았지만, 박은빈은 영우로 임한 시간 그 자체가 배움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지점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게 배우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영우가 사람 박은빈보다 훨씬 언니 같다고 생각한다. 영우는 용감하고 씩씩하고, 두렵고 불편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항상 '해보겠다'고 한다. 용기를 내는 측면이 저보다 훨씬 어른스럽다. 영우의 인생을 보면 사람을 받아들일 때 특별히 자기 잣대로 평가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영우를 통해 배운 게 많았다."

"제가 '우영우'를 연기하며 해야 했던 숙제는 '시청자분들을 내 편으로 만들기'였다. 그게 배우로서의 과제라고 생각했다. 영우는 누군가 응원해 주지 않아도 혼자서 잘 해내려고 하는 친구이고, 마냥 도움이 필요한 존재는 아니기도 했다. 그래서 영우의 용기 있는 선택을 (시청자분들이) 응원할 수 있는 순환 구조가 되기를 바랐다."
천재성을 가진 영우를 연기할 때 겪은 또 하나의 복병은 바로 법정신 대사였다. 많은 양의 대사를 술술 뱉어내야 했고, 무엇보다 마치 백과사전을 펼쳐내듯 기계적으로 읊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판사판'이라는 작품에서 판사 역할을 경험해 봐서 법 조항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던 거다. 하지만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사가 훨씬 많았다. 그냥 읊는 게 아니라 머릿속의 백과사전을 펼쳐 읽는 수준으로 해야 해서 정말 정말 어려웠던 작업이었다. 영우와 친해지는 과정에 플러스알파로 중압감이 훨씬 커졌다. 법정신에서 제가 트라우마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정말 호되게 당한 적이 있는데, 그 후에 그걸 극복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좋은 동료들 덕에 현장에선 웃을 수 있었다. '한바다즈'로 불리며 박은빈과 꿀케미를 보여준 강태오, 강기영, 하윤경, 주종혁에게 에너지를 받으며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일단 '한바다즈'의 케미는 정말 최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제가 현장에서는 잘 웃는 편이고 좋게 좋게 현장을 이끌어가고 싶은 사람인데, 영우를 연기하면서 7개월 동안 매일 같이 이어지는 현장에 힘에 부칠 때도 있었다. 그럴 땐 제 공백을 동료들이 함께 채워줬다. 법정신을 할 때 누군가 퓨즈가 끊기면 다른 사람들이 급속 충전을 해주고, 다른 사람이 그러면 또 충전해 주면서 서로가 서로의 배터리가 되어 도우면서 촬영했다."
박은빈은 영우를 소화하며 "제 친구로 여기기도 했고, 감히 말씀드리건대 영우의 부모가 된 듯한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년이 넘는 시간 영우의 성장을 함께하며 애틋함이 쌓였나 보다. 박은빈이 영우에게 그랬듯, 박은빈은 자신을 그렇게 바라봤을 부모님이 떠올랐다. 아역 시절부터 시작해 약 15년여를 엄마이자 매니저로 자신의 성장을 지켜봐 온 엄마를 생각하며, 박은빈은 눈시울을 붉혔다.

"엄마가 14~15년 정도 제 전담 매니저셨기 때문에, 엄마 이상의 매니저로서의 부분이 컸다. 저의 모든 걸 알고 계신다. 제가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지만, 엄마에게는 제가 다 말할 수 없지만 홀로 감내해야 했던 부분이 보이셨을 거다. 그래서 마냥 기뻐하시진 못한 것 같다. 제가 어떤 부분을 힘들어했을지, 그런 복잡 미묘한 감정을 알아주셨을 거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연모', 영화 '마녀2', 그리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쉴 틈 없는 시간을 거친 박은빈은 "아직도 휴식을 취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미소 지었다.

"아직 만 29세다. 사실 먼 훗날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편은 아니라, 일단 오늘을 잘 넘기면 행복한 내일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상 촬영 끝나고도 휴식하지 못했다. 일련의 일들이 지나가고 바쁜 일정이 소강상태가 되면, 개인적으로 휴식을 가지면서 여행도 가고 차기작도 검토할 것 같다. 다음엔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지 고민하는 올 하반기를 보낼 예정이다. 기대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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