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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품달' 10년 후…송강호에게 극찬받은 '임시완'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2.08.11 00:01

영화 '비상선언'에서 진석 역을 맡은 배우 임시완 / 사진 : 쇼박스 제공

"저는 칭찬에 목말라 있어요. 칭찬은 들을수록 늘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무려, 전 세계에서 연기로 손꼽히는 분께서 제 연기를 칭찬해주셨다는 건 더 큰 의미가 있는 거죠. 뿌듯함도 느껴졌고요. 그 원동력으로 촬영장도 나가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임시완은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 속 어린 허염 역으로 데뷔했다. 그로부터 약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임시완은 '신인'에서 '배우'가 됐다. 여전히 배우는 선택을 받는 직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선택받지 못했을 때의 우려도 있다. 하지만, 변함없는 그를 두고 배우 송강호, 이병헌, 설경구 등은 칭찬을 이어간다. 특히 영화 '변호인'(2013)에 이어 '비상선언'에서 재회한 송강호는 자신의 인터뷰에서 "'범죄도시2'에 손석구가 있다면, '비상선언'에는 임시완이 있다"라고 할 정도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가 이렇게까지 칭찬하는 이유가 뭘까.

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 사진 : 쇼박스 제공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테러가 벌어진 비행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비행기 안의 사람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재난에 맞서야 하고, 지상의 사람들은 비행기 안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은 진석(임시완)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진석은 생화학 전문가이자 소시오패스 성향의 인물로, 하와이행 항공기에 치명적 바이러스를 퍼트린다. 하와이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도 자신을 불쾌하게 만든 한 꼬마 여자아이 때문이었다. 아무런 목적 없이 그렇게 진석은 돌진한다.

임시완은 원래 캐릭터의 당위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팔 하나를 들어 올릴 때도 이유가 있어야지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석은 말 그대로 목적이 없다. 그는 "진석이는 아예 서사가 없었기 때문에, 흐릿한 당위성보다 없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라고 진석 캐릭터에 접근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백지가 되니, 제가 마음껏 채울 수 있는 자유로움도 생긴 것 같았어요. 누구에게도 알려줄 필요는 없지만 혼자서 진석이의 서사를 만들어봤죠."

"피해망상이 있어서 그런 일을 벌였을 거라는 것에서 귀납적으로 접근해갔어요. 어디에서 피해의식이 있었을까. 질문하고, '이 친구는 영어를 쓰니, 해외에서 공부를 했을 거다, 낯선 곳에서 설움과 피해가 있었을 거다'라고 답하는 식이었어요. 저를 놓고 보면, 저는 체구가 작으니, 그것에서 오는 따돌림이 있었을 수도 있고요. 그런 것들에 살을 붙였고요. 오랜 시간에 거쳐 이 사람에게 그릇된 가치관이 형성됐을 거라고 생각해봤어요."

영화 '비상선언'에서 진석 역을 맡은 배우 임시완 / 사진 : 쇼박스 제공

자유로웠다. 늘 캐릭터의 당위성을 생각해오던 임시완은 오히려 백지 같은 진석이를 만나 백지장을 채워나가는 재미를 느끼게 됐다. 그렇게 채워나간 진석이는 눈동자가 텅 비어있는 것 같은, 어딘가 핑 돌아있는 눈빛과 서늘한 미소로 '비상선언'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이 선의 자리에 서 있는 작품 속에서 임시완은 악의 자리에서 이들과 균형을 맞췄다.

"표정 연기는 따로 뭔가를 해야겠다고 준비하지는 않았어요. 표정은 어떤 감정이 수반돼 표출이 된 것 같은데요. 그런 감정들을 찾으려고 노력했었죠. 정상이 아닌 범주의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정상이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순간 모순이 생긴다고 생각했어요. 그 자체가 정상인 사람의 접근이니까요. 그래서 숭고한 실험정신과 쾌감 등을 통해 너무나 비정상적이고 서늘한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입니다."

한재림 감독은 진석 역의 캐스팅에 대해 "라스베이거스 테러사건을 떠올렸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테러 사건의 용의자를 찾아보니 평범했고, 집안도 어렵지 않았다. 당사자가 총기에 관심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친형의 인터뷰를 봤다. 굉장히 평범하고 그런 일을 벌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이 이야기의 시작점이길 바랐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재림 감독은 '리허설' 때 장면을 '비상선언'에 넣기도 했다. 기내 화장실 앞에서 재혁(이병헌)의 딸과 진석이 만나는 장면이다.

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 사진 : 쇼박스 제공

"한재림 감독님께서 이왕이면 리허설 때 복장도 제대로 갖추고 실제와 비슷하게 해달라고 하셨어요. 리허설이라는 단어에서 조금 긴장감이 해소되는 부분이 있어요. '슛'은 뭔가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때도 조금 편한 마음으로 리허설에 임했어요. 스스로 긴장감을 느끼지 않으니까, 그 모습을 감독님께서 좋아해 주셨던 것 같아요. 그 리허설을 보면서 '이걸 써야겠다'라고 생각하셨대요. 저도 이번 시사회 때 늦게 들었어요."

그런 진석을 두고 송강호는 극찬을 이어갔다. '변호인'에 이어 '비상선언'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남다른 의리로 임했다. 비록 영화 속에서는 비행기 안에 있는 진석(임시완)과 지상에 있는 인호(송강호)를 각각 맡아 접점이 없었지만, 현장에서는 달랐다.

"송강호 선배님과 제가 마주치는 장면이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연기를 할 때, 송강호 선배님께서 응원차 현장에 와주셨어요. 그때도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 칭찬들이 되게 많이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영화 '비상선언'에서 진석 역을 맡은 배우 임시완 / 사진 : 쇼박스 제공

송강호뿐만 아니었다. 이병헌 역시 앞선 인터뷰에서 임시완을 극찬했다. 그는 "임시완 배우가 그 역에 맞는 표정과 눈빛으로 잘 해내서 제가 연기할 때도 같이 호흡하면서 더 좋은 케미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라면서도 "영화 속 모습과 달리 정말 굉장히 귀엽고 질문도 많이 하는 후배"라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임시완 역시 이병헌과의 첫 만남부터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선망하는 연예인을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생경한 느낌"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질문을 한걸까.

"제가 그렇게 질문을 많이 했는지 몰랐어요. (웃음) 이병헌 선배님께서는 아마도 직업적으로나 삶에 있어서 답을 가지고 계실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나봐요. 그래서 많은 게 궁금했어요. 뭘 좋아하시는지, 어떤 취미가 있으신지, 평상시에는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등이요. '선배님의 일상이 모여 그렇게 대단한 연기로 표출이 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저 혼자 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질문으로 불편을 드린 점 사과하고 싶습니다. (웃음)"

영화 '비상선언'에서 진석 역을 맡은 배우 임시완 / 사진 : 쇼박스 제공

임시완은 '해를 품은 달'(2012)로 데뷔한 이후, 호평을 받아왔다. 배우로 데뷔할 당시에 대해 그는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 이 작품이 잘돼 다음 작품이 하나라도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 다음 작품이 또 들어오면 좋겠다, 그러면 계속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계속 하고 싶었다. 그 마음은 더 강해졌다.

"제가 배우가 된 지 10년이 됐다고 하시는데요. 한 것에 비해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해야 할 것들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고요. 10년 동안 계속해왔으니, 전문성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이렇게 하는 거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여전히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도 내리지 못한 상태니까요. 기본적으로 연도를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아직은 외면하고 싶습니다."

"사실상 저는 일반적으로 배우나, 연예인이라는 이미지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키가 크거나 체구가 큰 편도 아니고요. 개인적은 콤플렉스인데, 저는 운동을 안 하면 살이 더 빠져요. 운동을 해야 그나마 지금보다 살이 좀 더 붙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체구가 작은 것이 저에게 콤플렉스인데요. 그걸 역으로 조합시키면 아주 이질적인 어떤 것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안목이 좋은 감독님들께서 역으로 잘 이용해주시는 것 같아요. 덕분에 의외성이 생기는 것 같고요. 그런 의외성이 저에게 잘 적용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임시완은 현재 구례에서 작품을 촬영 중이다. 쉼 없이 달리고 있는 그 덕분에 대중은 계속해서 '새로운 임시완'을 마주하게 될 예정이다. 그의 핑 돌아있는 눈빛과 서늘한 미소를 만날 수 있는 '비상선언'은 지난 3일 개봉해 전국 극장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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