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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래가 아닌 현재에 있는 '김우빈'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2.07.29 00:01

영화 '외계+인' 1부에서 가드 역을 맡은 배우 김우빈 / 사진 : AM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우빈이 돌아왔다. 지난 2017년 비인두암 판정을 받고, 활동을 중단했을 때의 충격을 반가움으로 돌려줬다. 약 2년 동안의 투병 생활을 마친 김우빈은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몸도 마음도 더없이 건강한 정준 역을 보여준데 이어, 영화 '외계+인' 속에서 아이언맨을 연상케 하는 가드 역으로 기다려주고 염려해준 대중을 만나고 있다. 김우빈의 표현에 의하면 "일정이 아무리 늦게 끝나도 피곤하지 않은" 시간이다.

잠시 떠올리기 아픈 과거로 돌아가 보자. 김우빈이 비인두암 판정을 받았을 때,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청'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도청' 측은 "김우빈을 기다리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거짓이 아니었다. 최동훈 감독은 이미 '도청'의 준비 단계를 마친 상황에서도 "김우빈이 아니면 이 작품을 찍을 수 없다"라고 했다. 당시 투자·배급사였던 CJ ENM 측도 이를 이해했다. 그랬던 세 팀이 아픈 시간을 지나, '외계+인'으로 만난 거다. 이 얼마나 간절한 기다림이었고, 건강한 재회인가. 그래서일까. 최동훈 감독은 김우빈에게 '가드' 역을 맡기며, 4가지 '썬더' 모습까지 맡겼다. 아이언맨 같은 '사이보그' 가드부터 핑크색 수트를 입은 '낭만이' 등 김우빈은 정말 다채로운 모습으로 '외계+인'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 사진 : CJ ENM,케이퍼필름

가드(김우빈)는 영화 '외계+인'의 핵심축이고, 서사의 중심이다. 인간의 뇌 속에 갇혀있는 외계인 죄수를 오랜 시간 관리해왔다. 가령 인간의 뇌에서 탈옥을 시도하면, 시간의 문을 열고 그를 다시 감금시켰다. 그만의 철칙도 있었다. 인간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 김우빈은 과거 인물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며 접근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인물'이 아닌 무려 '외계 로봇'에 어떻게 다가갔을까.

"가드의 기운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그는 임무를 위해 존재하고,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요. 그가 살아온 삶을 상상하는데, 외로운 존재로 느껴졌어요. 지구에서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을 봐오고, 그들의 실수, 죽음 등을 모두 바라봤잖아요. 어울리지 않으면 오랜 시간 관찰자로 산다는 건 외로움 같았어요."

하지만 파트너 '썬더'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철칙에 위반하는 일이 벌어진다. 표면적으로 어린 이안의 아빠가 된 것. 그리고 그 균열은 가드를 변화시킨다.

"절제하고 싶었고,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작은 전달이 있으면 했어요. 그래서 그 정도로 표현했습니다. 가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눈이나 작은 행동에서 그것이 전달됐으면 했어요. 그 지점에서 고민을 많이 했고, 관객분들이 느껴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 사진 : CJ ENM,케이퍼필름

'썬더'의 목소리 연기는 김대명이 맡았지만, '썬더'는 종종 '가드'의 모습으로 변신해 대화를 나눈다. 김우빈이 무려 4가지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이유다. 그리고 그의 능청스러운 변신은 '외계+인'의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김우빈은 "시나리오에는 '여러 명의 썬더가 등장한다'라는 정도 쓰여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그 장면 어떻게 찍으실 거예요?'라고 계속 여쭤봤죠"라며 대답을 이어간다.

"무서우면서도 재미있었어요. 차 안으로 설정이 됐고, 한 앵글 안에 네 명의 썬더가 등장하게 되니, 기술적인 것들이 많이 필요했어요. 저는 연기할 때 리액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리액션을 못 하잖아요. 제 목소리를 녹음해놓고 들으면서 연기했어요. 컷을 나누면 좀 편할 텐데, 그렇지 않아서 초를 계산하며 찍었어요. 의상팀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저희가 '범생이'라고 부른 캐릭터의 룩은 의상팀에서 주신 가발과 안경으로 완성됐고요."

"'핑크썬더'는 제가 조상경 의상감독님 사무실에서 핑크 셔츠를 입었는데 자유로워 지는 거예요. '이거다'라는 느낌이 있었고요. 저 혼자 고민할 때 찾아본 패션 디자이너의 룩도 있었어요. 저희끼리는 그 캐릭터를 '낭만이'라고 불렀어요. 각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입고, 기운의 차이를 두다 보니, 목소리도 자연스레 달라지더라고요." (웃음)

영화 '외계+인' 1부에서 가드 역을 맡은 배우 김우빈 / 사진 : AM 엔터테인먼트 제공

'외계+인'은 다른 한국 영화와 달랐다. 하나의 서사가 1편과 2편으로 나뉘어 동시에 촬영됐다. 무려 387일 동안이나 촬영이 진행됐다. 건강에 대한 우려에 김우빈은 "원래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도 일 생각을 했어요. 최장기간 촬영하다 보니, 한 달 두 달 쉬게 될 때도 있었거든요. 예전 같으면 그 한두 달의 시간 내내 가드와 썬더 생각만 했을 거예요"라고 답변을 시작했다.

"외향적인 것도 생각하고, 내적인 것도 생각하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쉬는 날은 잘 쉬어요. 계속 일 생각만 하면 머물러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잘 쉬는 것에 중점을 두었어요. 옛날에는 그냥 반팔, 반바지 입고 잤거든요. 요즘에는 잠옷을 사요. 오롯이 편안하고 깊이 잘 수 있는 베개를 찾으려고 노력도 하고요. 제가 정말 비싼 베개도 다 써봤는데요. 제가 광고하는 그 베개가 최고더라고요." (웃음)

웃으며 말했지만, 김우빈은 달라졌다. 인터뷰 중 자신이 찾았던 레퍼런스가 된 의상 사진까지 열심히 찾아 보여주는 그 '열심히'의 부분은 변함이 없었지만, 그는 자기 내면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토닥여주기 시작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몰아쳤던 시간을 마침내, 지나왔다. 그리고 이는 최동훈 감독 역시 변화하게 했다.

영화 '외계+인' 1부에서 가드 역을 맡은 배우 김우빈 / 사진 : AM 엔터테인먼트 제공

"최동훈 감독님께서는 소통을 많이 하시는 분이에요. 제가 회복된 후에 계속 연락하고 만나 대화하고 그 속에서 여러 생각들이 공유되지 않았나 싶어요.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저는 늘 미래에 살았던 것 같아요. 1년 뒤에 배우로서 나아진 나의 모습, 더 좋은 연기를 위해, 더 좋은 몸을 갖기 위해, 늘 저를 채찍질하며 앞으로의 나를 위해 살아왔거든요. 어느 순간, 그걸 알고 나니 좀 슬펐어요. 물론 그 순간순간에도 즐거움이 많았을 텐데, 저를 스스로 채찍질하고 목 조른 것들만 기억나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부터 눈앞에 있는 것들에 더 집중하려고 했어요. 가끔 대화하다 보면, 2시간이나 같이 있었는데 상대방이 뭐 입고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날 때가 있잖아요. 오롯이 대화에 집중 못할 때가 많은데, 그것부터 시작했어요. 상대방이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표정으로 있었는지요. 내가 집중하고, 내가 느끼려고 하는 건데 그 자체로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운동할 때도 더 나아진 나의 몸을 위해서가 아니라,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해요. 그러니 행복 지수가 올라가요. 감독님과도 이런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저는 20살 때부터 일을 시작했거든요. 그때는 늘 막내였고, 제가 가진 능력보다 더 큰 일을 맡겨주신다고 생각했어요. 이들의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저를 가만히 두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저를 사랑하고 나니, 오히려 남도 더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자꾸 제 마음에 공감하려고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지내니 더 행복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김우빈 역시 품을 줄 알았다. 앞서 공개된 '문명 특급'에서는 김우빈이 모델 관련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한 대학교 게시판에 문의 글로 가득채운 시간이 공개됐다. 역시 '열심히'였다.

"조금 부끄러웠고요. (웃음) 기특하기도 했어요. 고등학교 1학년, 2학년이 어린 나이잖아요. 그때는 진짜 어른인 줄 알았는데요. '너 진짜 하고 싶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어 정말 행복해요. 사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버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감사한 일이고, 축복받은 일이고요. 그래서 더 즐겁게 하려고 합니다."

과거 인터뷰에서 김우빈은 감사 일기를 쓰고 있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 습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감사 일기는 한 1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여전히 쓰고 있습니다. 큰 건 아니고, 자기 전에 5개 정도 작성하는 건데요. 언제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냥 제 능력보다 큰일을 맡겨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시작한 것 같고요. 처음에는 큼직한 것들을 작성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당연하거나,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들에게도 감사함을 찾으려고 해요. 예를 들면, 오늘 별일 없이 지나간 것. 혹은 내가 세끼를 잘 챙겨 먹은 것. 요즘에는 오랜만에 관객분들과 만나게 되니, 관객분들에게 받는 마음, 매일 함께하는 회사 식구들 등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많이 적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 '외계+인' 1부에서 가드 역을 맡은 배우 김우빈 / 사진 : AM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우빈은 여전히 인터뷰 중 자신의 핸드폰으로 레퍼런스로 삼았던 사진을 찾아서 보여줄 정도로 열심히 임한다.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단단해졌다. 내일의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만이 아닌, 오늘의 행복을 위해 나를 품는 법도 배운 덕이다. 그래서 온전히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속 정준으로, '외계+인' 속 가드로, 그리고 촬영을 마친 '택배기사' 속 5-8로 이어질 예정이다.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건 가족인 것 같아요. 그 절대적인 사랑과 믿음이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 그 마음 덕에 힘을 얻고 달려가기도 합니다. 더 즐겁게 즐기려고 하고, 요즘 특히 쉬기 전보다 더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반가워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더 감사했고, 안 보여드렸던 모습을 찾으려 열심히 공부 중입니다."

영화 '외계+인' 1부에서 가드 역을 맡은 배우 김우빈 / 사진 : AM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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