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연합
지난 10일 치러진 일본 제26회 참의원(상원) 선거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 압승으로 끝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피습 사망이 보수표 결집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특히 헌법 개정을 주장하는 세력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 헌법 개정 발의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면서 국제사회는 기시다 총리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헌법개정 절차가 정당의 힘과 여론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장용(張勇) 실장은 인민망과 인터뷰에서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기시다 총리가 단기간에 개헌 절차를 밀어붙일 가능성은 낮다”며 “그에게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정권의 기반을 다지고 국민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립여당이 참의원과 중의원 모두에서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국민들은 헌법 개정보다 당면 과제인 물가상승, 인플레이션, 연금, 의료, 코로나19에 대한 위기관리 능력을 지켜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헌법 개정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자칫 국론을 분열시켜 국가를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 따라서 국회 발의든 국민투표든 개헌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집권당은 정치적 동력이 필요하고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의 지지다. 현재 개헌 세력으로 간주되는 4개 정당은 개헌 추진이라는 큰 목표에 대해서는 합의했지만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이에 일본 교도통신은 “개헌 세력 각 당이 개별 논점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고 있어 합의점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헌법개정 발의에는 중참 양원 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또 헌법 개정 발의 후에는 국민투표를 실시해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아사히신문의 지난 16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는 방안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51%는 찬성, 31%는 반대라고 답변했다. 지난 5월 조사 때 반대 의견이 59%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중국 위협론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일본 국민들의 안보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용 실장은 “전후(戰後) 일본의 경제번영은 평화헌법이 가져온 안정된 환경 덕분이며 자민당도 경제정책의 성공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 왔다”며 “헌법 개정은 평화주의에서 멀어지는 것이고 현재 일본의 경제적 사회적 곤경 해결에도 무익하기 때문에 개헌의 성공여부는 기시다 정권이 민의를 얼마나 많이 끌어내느냐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