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드림메이커 제공
6일 서울 마포구 신한pLay스퀘어에서는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熱望)' 개최를 앞둔 송골매(구창모, 배철수)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공연은 밴드의 아이콘으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배철수와 구창모가 약 40년 만에 함께 무대를 장식하는 기념비적 의의를 지닌 것은 물론, 당대 '송골매'의 역대급 히트곡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시 뭉치게 된 소감을 묻자, 구창모는 "굉장히 설레고 긴장도 되고, 그 옛날의 추억과 그때의 그 기분을 다시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라고 말했다. 배철수는 "설렘도 있지만 걱정도 많이 든다"라며 "예전의 송골매를 좋아했던 분들이 이번 공연을 보고 실망하시면 어떡할까 걱정이다"라고 재결성 소감을 밝혔다.
송골매는 1979년 결성된 밴드다. 1집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구창모가 합류한 2집(1982년)의 타이틀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역대급 히트곡으로 자리매김하며, 큰 인기를 얻게 됐고, 후속곡으로 발표한 '모두 다 사랑하리'까지 좋은 반응을 얻으며 그룹사운드의 전성기를 열게 된다.
구창모가 합류하게 된 상황을 묻자 배철수는 "1978년 해변 가요제 예심 때 구창모 씨를 처음 봤다. 라디오 공개홀에서 무대를 하는데, 저는 밖에 있었던 상황이다. 그때 누가 안에서 너무 미성으로, 깨끗한 고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궁금해서 들어가 봤는데 진짜 꽃미남이 있었다. 저렇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있나 생각했다. 저런 친구와 음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막연히 생각했고, 그때부터 친하게 지냈다. 사실 송골매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하고 싶었는데 잘 안됐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데뷔 앨범이 아쉽게 끝을 맺고 기타 치던 친구가 군대에 가야 해서 팀의 개편이 필요했는데, 구창모 씨 생각이 났다. 그때 집으로 전화를 해보니 무슨 암자에 공부를 하러 갔다고 들어서 찾아갔다. 본인이 무슨 공부를 하겠냐. 제 생각에는 저를 기다렸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구창모는 배철수가 찾아왔을 당시를 떠올리며 "어느 겨울날이었는데, 여기까지 찾아온 것에 감동받았고, 안 할 수가 없었다"라며 "숙명이라는 단어가 있다. 저희 송골매 2집 앨범에 '내 마음의 꽃, 길지 않은 시간이었네'가 메들리로 있는데, 이게 서로 각자 만든 곡이었는데도 그렇게 조화가 잘 맞을 수가 없었다. 그때 송골매를 같이 할 수밖에 없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숙명'같은 만남은 오랜 기간 이어지지 않았다. 1984년 구창모가 솔로 전향에 나서게 된 것. 그렇게 팀을 떠난 뒤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게 됐다. 왜 이제서야 뭉쳤을까 묻자, 국내외를 오가며 사업가로도 활동 중인 구창모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외에서 20년을 넘게 생활했다. 그 바람에 국내에서 음악 활동을 재개할 기회가 없었다"라며 "그때 배철수 씨와 만났는데, 송골매를 꼭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했고 저도 그것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배철수는 "1990년 송골매 9집을 끝으로 라디오 DJ만 33년째 하고 있다. 처음 DJ가 됐을 때는 음악계에서 은퇴했다고 생각을 못 했는데, 방송을 진행하며 내가 음악에 대한 재능이 없고 소개하는 것이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무대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다"라며 "10여 년 전부터 구창모 씨와 만났는데, 노래를 안 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로 돌아오기 어려워하고 있었는데, 더 나이 들기 전에 송골매 공연을 한 번 하자는 이야기를 했었다"라고 함께 하게 된 배경을 돌아봤다.
이렇게 의기투합하게 된 두 사람은 전국투어 콘서트를 앞두고 엑소 수호, 잔나비와 함께 리메이크 음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송골매 대표곡인 '모두 다 사랑하리'와 '세상만사'로 각각 리메이크 참여한 두 사람 역시 함께 자리했다.
수호는 "어머님께서 송골매의 팬이시다. 저도 덩달아 평상시에 자주 음악을 들었는데, 회사에서 프로젝트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가문의 영광'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최정훈은 "밴드를 하는 만큼, 이런 기회 자체가 영광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했다"라며 "특히 배철수 선생님께서 저희를 직접 고르셨다고 들어서 마냥 좋았다"라고 참여 배경을 밝혔다.
'모두 다 사랑하리' 리메이크에 참여한 수호는 처음 노래를 듣고 "가사 자체가 시 같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래서 이걸 평범한 발라드를 부르는 느낌이 아닌, 시를 읊는 것처럼 서정적인 감성을 담고 싶었다. 편곡에도 몽환적인 사운드를 많이 썼고, 하늘에 붕 떠 있는 느낌으로 부르려고 했다"라고 답했다.
최정훈은 어떻게 리메이크 방향성을 잡았냐는 질문에 "저희가 리메이크할 때 원곡을 바꾸는 것은 잘 못한다. 원곡에 기반을 두고 했다"라며 "저도 수호 님과 비슷하게 가사 내용이나 곡의 분위기가 주문을 외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들으면 메이저와 마이너를 넘나들며 재미있게 쓰셔서 저희가 밝은 메이저 음을 같이 쌓았더니 아리송한 느낌이 나고 재미있게 편곡이 된 것 같다"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이번 리메이크에 참여하며 '가사'에 감탄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정훈은 "어렸을 때는 가사에 대해 잘 모르고 이런 노래가 있다는 생각만 했는데, 점점 커가면서 노래를 듣다 보면 가사에서 오는 철학적인 것에 굉장히 컸다. 그 당시의 젊은이들만 할 수 있는 그런 가사가 깊게 와닿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수호 역시 "사랑이나 우정, 청춘, 꿈, 그리고 인생에 대해 다루는 가사를 보며 송골매가 왜 전설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두 사람의 리메이크 소식이 전해지며, '청바지'로 대표되는 과거의 청춘들부터 엑소와 잔나비를 알고 있는 지금의 청춘들까지 송골매의 전국투어 '열망'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 이번 공연에서 어떤 무대를 펼칠 것인지 묻자, 배철수는 "음악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이번에 거의 오리지널과 같은 편곡으로 연주하고, 노래할 것"이라며 "저희와 함께 호흡했던 그때의 젊은 세대들이 함께 노래하며 그때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편곡은 100% 오리지널 그대로 할 예정이지만, 노래가 100% 될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배철수와 구창모 외에도 송골매의 7집부터 9집까지 함께 했던 이태윤도 공연에 함께 나설 계획이다. 이태윤은 "저희 밴드 멤버들의 공통적 의견은 '왜 이제야 하셨냐'라는 것이다"라며 "구창모 형님은 목소리가 더 좋아졌다는 반응인데, 왜 그때보다 한 키나 반 키를 내리는지 궁금했는데, 형님이 전국투어를 돌아야 해서 아낀다고 말해주셨다. 또 배철수 형님을 보고는 그때의 필과 감성, 보컬 능력, 멋진 개성까지 똑같다는 반응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태윤은 '외로운 들꽃'이 세트리스트에 포함됐다며 "처음에는 세트리스트에 없었는데, 두 형님께서 이태윤이도 멤버 아니냐고 배려를 해주셔서 노래를 한 곡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배철수는 "송골매 9집에 있는 '모여라'라는 초등학생 사이에서 히트한 노래가 있는데, 그 후렴도 원래 이태윤 씨가 부른 것"이라며 송골매에서 중요한 인물임을 재차 언급해 훈훈함을 더했다.
다만 이번 공연은 '송골매'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마지막이 될 것임을 암시하기도. 배철수는 "세상 모든 일은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얘기하면 위험하기는 하지만, 저는 이번 전국투어와 해외 공연을 끝으로 더 이상의 음악은 하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그렇다"라고 말했다. 이에 구창모는 "저의 경우는 마지막이 아니다"라고 덧붙여 앞으로의 '송골매'는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증을 더했다.
한편 송골매는 오는 9월 11~12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구 체조경기장)에서의 콘서트를 시작으로, 9월 24~25일 부산 벡스코, 10월 1~2일 대구 엑스코, 10월 22~23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 11월 12~1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 등에서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을 개최한다. 이후 내년 3월에는 미국 공연을 통해 해외 관객과도 만날 예정이다.
송골매의 전국투어 서울 콘서트 티켓 예매는 오는 14일(목) 오후 8시부터 예스24를 통해 오픈한다. 지방 티켓 오픈 일정은 추후 송골매 전국 투어 콘서트 공식 계정을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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