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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수지 "10대→30대 연기? 나이보다 '안나'의 감정 변화에 신경 썼다"

하나영 기자 ㅣ hana0@chosun.com
등록 2022.07.01 15:49

수지 인터뷰 / 사진: 쿠팡플레이 제공

[인터뷰① 기사에 이어] 새롭게 구한 직장에서 만난 현주(정은채)는 유미가 '안나'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현주의 개인비서처럼 여러 일을 도맡아 하던 중 유미는 현주의 아버지로부터, 현주로부터 모멸감을 겪고, 현주의 여권, 대학증명서 등을 훔쳐 도망을 친다. 그리고 현주의 영어 이름인 안나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안나가 된 유미의 허영심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점점 높아지는 굽의 구두다. 수지는 "유미가 안나가 되었을 때, 달라진 높이를 표현하기 위해 구두를 많이 비춰주게 된다"라며 "현장에서 연기할 때도 저는 똑바로 걷는다고, 꼿꼿하게 걷는다고 생각했는데도 내 걸음걸이가 불안하게 느껴졌다. 유미가 안나가 됐을때의 심리가 잘 담긴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유미는 안나로서의 삶을 즐길 수 있었을까. 수지의 생각은 '아니다'였다. 수지는 "안나의 그런 거짓말은 불안감이었다. 이러한 거짓말을 들키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그림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불안 때문에 노력을 한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사람을 만들어서 열심히 사는 것"이라며 "그렇게 공부를 하고 다른 일을 찾았으면 되는 건데. (웃음) 그런 식으로 접근을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점에서 수지는 <안나>가 기존 리플리 증후군을 다룬 작품과는 다르다고 언급했다. 수지는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이 정말 안나라고 믿어버리며 나까지 속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유미는 이걸 알고 있다. 그리고 현주를 마주하고 난 뒤 더 심해진다"라며 "이 작품은 포커페이스로 거짓말을 잘 하는 이야기가 아닌, 어쩌다 거짓말을 해서 이런 삶을 살게 된 불안감을 가진 여자의 이야기"라고 비교했다.

그렇게 수지는 10대의 유미부터, 점차 안나가 되어가는 20대의 유미, 30대가 되어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안나까지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압축된 시간의 흐름을 전달해야 됐던 만큼,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는지 묻자 수지는 "10대부터 30대까지 연기를 했는데, 딱 그 나이대로 생각하기보다는 처음에 거짓말을 하고, 초반에 들킬까 조마조마하는 과도기를 넘고 '진짜 이게 되네', '사람들이 이걸 믿네'라는 생각으로 세상이 우스워 보이고 사람들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될 때가 '안나'가 됐을 때라고 생각했다"라며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자신이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을 더 보여주고, 거짓말에 익숙해져가는 그런 것에 신경을 썼다"라고 답했다.

이러한 유미, 그리고 안나의 심리는 심리전문가의 자문이 더해져 더욱 현실감 있게 완성됐다. 그럼에도 안나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순간이나 어려웠던 순간이 있었는지 묻자 "스스로 유미와 안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을때 였는데, 얘가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데, 이게 진심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그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인지 혹은 진심인 건지"라며 "결국에는 조금 모호한, 이런 감정이 연기에 나와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다"라고 답해 어떤 장면이 탄생했을지 궁금증을 자극했다.

이후의 안나는 어떻게 될까. 수지는 "현주를 마주하고 난 뒤로, 유미의 엄청난 불안이 시작된다. 자신이 제일 편할 수 있는 비싼 집을 얻게 됐는데, 그 공간이 나에게 압박감을 주는 곳이 된 것이다. 유미가 23층에 사는데, 그 뒤로 엘리베이터도 못 타고, 계단을 이용하게 된다"라며 "현주를 마주하지 않기 위한 여러 비참하고 치욕스러운 장면들이 담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미에서 안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담긴 1, 2회에서 몰아쳤다면, 이후의 이야기는 조금 정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안나의 심리나 그런 것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이 아이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긴다"라고 전했다.

수지는 "보통 드라마의 결말이 몰락이 끝이라면 안나의 입장에서는 거짓말이 들키는 것일 것이다. 결국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들킬까, 들키지 않을까의 마음으로 보게 되겠지만, 저희 드라마의 경우, 이 여자가 '왜 이렇게 살게 됐을까'에 초점을 맞춘다고 생각한다. 안나가 거짓말을 해서 대단한 사람이 됐는데, 과연 이게 원하던 결과였는지 생각하고, 환멸을 느끼는 순간도 온다.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안나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지켜보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또한, 수지는 이번 작품을 통해 '희열을 느낀 순간'이 많다며 "드라마에 다 나오지는 않았는데, 욕을 좀 많이 했다. 불편한 감정을 보여주는 신이 많았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행복한 분위기를 위해 딱히 노력한다거나 그런 것을 하지 않아도 됐다. 이럼 모든 것들이 지금까지 했던 것과는 또 다른 연기이기도 하고, 나한테도 이런 모습이 있네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도 좋았다"라고 돌아봤다.

어느덧 연기자로서 활동에 나선 것도 10년을 넘어섰다. 연기의 매력이 무엇인지 묻자 수지는 "좋은 작품들을 만나며 천천히 스며든 것 같다. 조금씩 매력을 느꼈고, 현장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큰 행복이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한번씩 느끼게 되는 희열이나 자극들이 저에게 좋게 다가오는 것 같고, 이제는 기분 좋은 부담감이 된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수지는 '가수 겸 배우'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하며 '가수'로서의 정체성 역시 놓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수지는 "원래가 어렸을 때부터 꿈이 가수였다. 배우라는 직업이 생겼지만, 계속해서 (가수도)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수지는 자신이 출연하는 드라마 외에 다양한 드라마 OST에 참여한 것은 물론, 지난 2월에는 'Satellite'라는 싱글을 발매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존 '미쓰에이 출신'으로 우리가 알던 수지의 모습과는 색다른 감성을 만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처럼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수지의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수지의 열연이 담긴 <안나> 3, 4회는 오늘(1일) 저녁 8시 쿠팡플레이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안나>를 통해 시청자와 만남을 가진 수지는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원더랜드'를 통해 관객들과도 만남을 갖는다. 수지는 "'원더랜드'도 정말 행복하게 촬영했던 현장으로 꼽을 수 있다"라며 "좋은 기억들이 있고, 배우들과 소통도 많이 했던 작품이라 저도 빨리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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