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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은빈 "때론 연기하는 직장인 같기도…정도를 걸어갈 뿐이죠"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2.06.24 16:51

박은빈 인터뷰 /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본 인터뷰에는 영화 '마녀2'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태도에서부터 느껴지는 선한 아우라. 강단 있지만 그 속에 부드러움이 비치는 눈빛. 아역배우로 시작해 연기 경력만 27년째인 배우 박은빈 얘기다. 서른 줄에 선 박은빈은 인생의 대부분을 익숙한 삶 속에서, 묵묵히 자신이 생각하는 정도(正道)를 걷고 있다.

영화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은빈은 박훈정 감독과 '마녀 유니버스'에 대한 믿음으로 참여했고, 자신은 주어진 일을 해낼 뿐이었다. 그렇게 완성한 캐릭터가 '경희'다. 경희는 죽은 아버지가 남긴 농장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딸이다.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낯선 사람을 지나칠 수 없는 선한 천성을 가졌다. 자신을 위협하는 조폭이 죽을 위험에 처해도 기꺼이 돕는다. 게다가 장녀로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데도 위태로움보다는 꼿꼿함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박은빈은 묵직한 존재감으로 그런 '경희'를 소화했다.
영화 개봉 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박은빈은 "'마녀2'에 참여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차기작 일정 때문에  '마녀2' 홍보에 주력하지 못했지만, 작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감사 인사를 덧붙이기도 했다.

캐스팅 소식이 들려왔을 때, 박은빈은 '연기 변신'에 대한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변신은 없었다. 그가 맡게 된 '경희'는 작품에서 선함의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박은빈은 실망감보다 박훈정 감독의 의중이 궁금했다.

"감독님께 왜 경희 역에 저를 생각하셨는지 여쭤보니, '악의 본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인간적인 사람이 필요했고, 그 안정적인 연기가 필요했다'고 하셨어요. 이 영화가 현실에 발을 붙이려면 현실감 있는 캐릭터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제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감독님의 그 섬세한 유인에 '마녀 유니버스에 합류를 해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기꺼이 참여하게 됐어요."

영화 '마녀2' 스틸 / 사진: NEW 제공

전편이 큰 사랑을 받은 만큼, 부담감도 있었을 터다.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조력자 중 하나로 활약한 그다. 게다가 '마녀2'는 배우 박은빈이 출연해 본 적 없는 장르였다. 그런 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 그 나름대로 신선한 도전이 박은빈을 이끌었다.

"사실 전편을 '마녀2' 제안받고 뒤늦게 봤어요. 저 사는 데 바빴거든요. (웃음)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구나. 속편이 제작되는 이유가 있구나' 생각했어요. 또 전편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충족할 수 있는 무언가를 기대하시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제가 역할적으로 부담을 가질만한 캐릭터는 아니라서 전작의 영광에 조금이나마 한 스푼 얹어서 누릴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었죠."
극 중 경희는 신시아가 연기한 '소녀' 역과 각별한 사이로 그려진다. 소녀에겐 태어나 처음으로 만난 따뜻한 사람이 '경희'이기 때문이다. 소녀에겐 때로는 엄마처럼, 때로는 언니처럼, 인간의 온기를 느끼게 해준 경희였다. 소녀에게 경희가 그랬듯, 신시아에게 박은빈도 그랬다. 신시아는 앞선 인터뷰에서 박은빈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인터뷰를 봤다는 박은빈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예쁘고 착한 동생들을 만났는데 제가 많이 못 챙겨준 것 같아서 미안해요. 특히 제가 시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다행인데, 저에 대해 예쁘게 말해줘서 인터뷰 기사 보며 흐뭇했답니다."

"처음에 시아를 만났을 때 하얗고 말간 느낌을 풍기는 친구가 와서 '감독님이 상상한 소녀의 모습이 그렇구나'싶었어요. 시아가 되게 열의가 넘쳤기 때문에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으로 도와주고 싶었어요. 시아도 궁금한 게 있으면 저한테 물어봐 주는 게 되게 예쁘더라고요. 어떻게 준비했고 어떤 부분이 고민이었는지 조금 엿들었던 사람으로서, 영화를 보면서 '시아가 해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기특했어요. 저는 동생들이 저를 선배라고 느끼고 언니, 누나로 바라봐 주는 것도 좋지만, 그냥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 고마웠어요."
경희는 작품 말미, 생존과 죽음의 기로에 서기도 한다. 그 선택이 소녀에게 달린 만큼, 속편에서 경희가 등장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은빈은 "감독님께서 2편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 놓으셨잖아요. 그 내용들을 ('마녀3'에서) 시원하게 풀어내는 것도 되게 재밌을 것 같아요"라며 "감독님의 시간 속에서는 '마녀 유니버스'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마녀 유니버스의 창조자로서 여러 구상이 있으실 테고요. 3편 출연은 나중에 시나리오 써서 주신다면 그걸 보고 결정할 것 같아요(웃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2년여간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이어 '연모'까지 줄지은 촬영으로 쉴 틈이 없었던 박은빈. 운 좋게 두 작품 사이에 뜨는 시간이 있어 '마녀2'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한 그는 영화 개봉 후 곧바로 차기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렇게 달리고 달린 박은빈은 "가끔은 연기하는 직장인 같아요"라며 웃어 보였다.
"사람이 쓸 수 있는 한정된 에너지라는 게 있더라고요. 연기를 하면 에너지를 쏟다 보니 오프(OFF)가 되는 순간이 오는데 저는 정말 딱 방전이 되는 편이에요. 그냥 전원이 꺼지는 것처럼요. (웃음) 쉴 때는 그렇게 지내면서 삶의 균형을 맞춰가고 있어요."

"연기하는 직장인이요? 그런 것도 같아요. 어쨌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모두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도전을 하면서 사는 게 단조로운 일상을 타파해 줄 수 있는 생경한 경험이기도 하고요. 그걸 원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여러 두려움에 맞서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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