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보아 인터뷰 / 사진: 키이스트 제공
'러블리의 인간화', '인간 비타민'이라는 수식어로 사랑받아온 조보아가 '변신'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주로 로맨스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내온 그는 이젠 능동성이 강한 캐릭터로 '나만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선택한 작품이 '군검사 도베르만'이다. 장르적 특성도 강하거니와 비주얼까지, 조보아에겐 모두 색다른 도전이었다. 그를 지켜보는 대중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조보아의 변신은 성공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tvN '군검사 도베르만'을 마친 조보아와 만났다. 작품을 위해 숏컷에 도전한 조보아는 작품을 마치고 펌 헤어로 변신, 한층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자리를 채웠다.
'여성 군인'하면 긴 머리를 묶어 망에 넣는 헤어스타일이 떠오른다. 조보아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이미지 변신을 위해 데뷔 후 처음으로 과감하게 숏컷을 감행했다.
"기존에 저라는 긴 머리의 조보아에 대한 이미지가 강한 것 같았어요. 많은 변신이 필요한 캐릭터인데 혹시나 (작품에선) 이질감이 느껴질까봐 걱정했거든요. 그런 점 때문에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누구야? 처음 보는 사람인데' 하는 정도로 이미지가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외적 변화를 마쳤으니 이젠 진짜 군인의 삶을 들여다볼 차례였다. 조보아는 군인의 각 잡힌 애티튜드나 소위 '다나까 말투'로 불리는 군인 말투를 연습했다. 다행히 상대역이었던 안보현을 비롯해 주변에 많은 군필들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애티튜드나 말투, 그리고 상사 앞에서 해야 하는 정해진 행동들을 저는 전혀 모르잖아요. 그래서 고민을 했는데 주변에 자문을 구할 곳이 너무 많은 거예요.(웃음) 상대 배우부터 시작해서 모든 촬영 스태프들이 다 군필이다보니까 촬영하면서도 많이 물어보면서 했어요."
사진: tvN '군검사 도베르만' 홈페이지
조보아가 연기한 '차우인' 캐릭터는 아빠의 억울한 죽음을 겪고 복수를 위해 군검사가 된 인물이다. 조보아는 단순히 군검사라는 독특한 캐릭터에 매료된 것이 아니었다. 비주얼적인 변화, 혹은 연기 톤의 변화가 목적도 아니었다. 조보아에게 중요했던 것은 '주체성'이었다.
"우인이는 되게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인물이에요. 그런 점에 매력을 많이 받았어요. 예전에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남자들에게 의지하는 역할이었다면, 이번에는 우인이가 주체적으로 악을 처단하고 액션을 취할 수 있는 게 되게 좋았어요. 꼭 해보고 싶었던 액션 신이라 마음도 더 갔고요."
조보아는 마치 두 인물 같은 한 인물 '차우인'을 연기해야 했다. 직업 군인, 군검사 우인이는 출동해야 하는 때가 오면 붉은 칼 단발 가발을 쓰고 180도 다른 인물로 변신한다. 가죽 패션으로 걸크러시를 제대로 뽐냈고, 제대로 된 무기 없이도 와이퍼 하나로 건장한 남성들을 제압하는 실력까지 보여줬다. 이에 시청자들을 '레드 우인'이라는 별명을 지어주며 차우인의 부캐 활약을 응원했다. 딱딱하기만 한 군 사회를 벗어난 레드 우인은 표정부터 달랐다. 장난기와 섬뜩함이 함께 느껴지는, 마치 '똘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적을 때려잡았다. 실제 조보아도 우인이의 이런 반전 매력에 매료됐다고 했다.
"빨간 머리로 나왔을 때, 부캐와 본캐를 정반대 이미지로 차별화를 두려고 했어요. 평소엔 군복만 입고 틀에 박혀있어야 했다면, 외부 활동을 할 때는 가죽 옷에 치마도 입고 힐도 신고도 액션을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말투나 성격까지도 다르게 표현하려고 노력했고요."
조보아와 안보현은 극 중 '조련사와 사냥개' 케미를 선보였다. 로맨스와 전우애를 오가는 독특한 시너지가 작품의 관전 포인트이기도 했다. 워낙 전작에서 로맨스 장인으로 활약해온 두 사람이고, 또 비주얼-덩치 케미로 일찌감치 이들의 멜로 투샷을 기대한 드라마 팬들이 많았다.
복수가 마무리되고 마지막 회에서야 키스를 나눈 두 사람. 로맨스 케미를 많이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아쉽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저도 그렇고 배우들, 감독님, 작가님과 같이 이야기가 된 거는 이 작품에선 확실하게 에피소드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거였어요. 또 군대라는 조직에 대해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여기에 로맨스가 자칫 잘 못 꼈다가는 목적이 흐려질 수 있겠다는 의견이 있었죠. 그래서 한 회에 한 번씩만 톡톡 넣게 된 거예요.(웃음)"
조보아는 안보현이라는 배우를 만나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안보현 덕에 최고의 현장이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보아는 후배이자 오빠인 안보현의 배려 덕에 캐릭터에 잘 스며들 수 있었다고 겸손해 했다.
"(오빠와) 실제로 사이가 좋았던 만큼 작품에서도 좋게 보였던 것 같아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보현 오빠가 분위기가 편하게 리드를 해주시고, 현장에서도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서로 믿고 의지하는 부분이 커지다 보니 시너지가 났던 것 같아요. 현장이 편해야 재미가 있고 작품과 캐릭터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데, 오빠 덕에 최고의 현장이었던 것 같아요."
"커플 화보도 찍었는데, 이번에 촬영하면서 너무 좋은 상대 배우로 기억에 남았어요. 꼭 로맨스가 아니더라도 또 한 번 꼭 다시 만나고 싶은 분이에요. 정말 착하고 배려가 많고, 배우뿐만 아니라 스태프분들께 하는 태도도 존경할 점이 많아요. 개인적으로 봤을 때 정말 다재다능한 배우이신 것 같아요. 나중에 또 만나면 더 좋은 시너지가 있지 않을까요?"
평소 승마나 수영, 필라테스 등 여러 운동을 즐겨 한다는 조보아는 '차우인'이 되기 위해 3개월간 액션스쿨을 다니며 액션에 매진했다. 이번 작품에서 제대로 된 첫 액션을 선보인 그는 아쉬움과 함께 기대감을 드러냈다.
"액션스쿨을 3개월 정도 다녔는데, 이 정도 배워서 하기엔 쉽지 않더라고요. 개인적으로 30% 정도 아쉬움이 있고, 그나마 후반부 액션이 조금 마음에 들어요. 다음에 하면 조금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엔 어찌 보면 쉬운 액션을 했다면, 다음엔 조금 더 복합적인 리얼리티가 섞인 액션에 도전하고 싶어요."
인터뷰 내내 조보아는 '군검사 도베르만'과 '차우인' 덕에 새로움을 경험했다며 초롱초롱한 눈빛을 발산했다. 벌써 데뷔 10년차를 맞은 그. 신예 시절부터 주연을 꿰차왔지만, 이렇게 변신한 건 처음이었다. 그동안 캐릭터 변신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걸까.
"무의식중에 그런 갈증을 느껴왔던 것 같아요. 변화하는 것에 대해서요. 비슷한 캐릭터를 해오다 보니까 계속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이번 작품이 진지했다면 바로 다음 작품은 또 밝을 걸 하면서 아예 다른 모습을 (대중들께)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요.
"인생이 백 개의 계단이라면, 매년 한 계단씩 올라가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배우로서 저는 이제 10층 정도 오른 거고, 아직도 올라갈 길이 90층이 남은 거죠. 꾸준히 조금씩은 딛고 올라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더디지만 매 순간 열심히 작품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