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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판치는 중고차 시장 1년 유예…중기부 이중잣대 논란

류범열 기자 ㅣ ryu4813@chosun.com
등록 2022.04.29 10:38

"중고차 투명한 거래환경 기대한 소비자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중기부의 배달의 민족 독과점 논란 때와 다른 잣대 선거판 같다"

서울 장안동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뉴스1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판매가 1년 뒤인 내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다만 시범 판매가 허용 기간이 허용돼 내년 1월부터 소비자들은 현대차·기아에서 판매하는 중고차를 살 수 있게 됐다.

정부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기를 늦추고 판매량을 제한하면서 그동안 중고차시장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됐던 허위매물과 성능 기록 조작 사기 등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수면 아래로 가라 앉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8일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심의회)를 열고 1년 유예를 골자로 한 사업조정 권고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권고안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판매업 사업개시 시점을 내년 4월30일까지 1년 연기한다. 다만 내년 1∼4월부터 각 5000대 이내에서 시범 판매가 허용된다.

또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판매대수를 2년간 제한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내년 5월1일부터 2024년 4월30일까지 2.9%, 2024년 5월1일부터 2025년 4월30일까지 4.1%로 제한한다. 기아는 내년 5월1일부터 2024년 4월30일까지 2.1%, 2024년 5월1일부터 2025년 4월30일까지 2.9%로 제한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매입에 대해서는 신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의 중고차 매입 요청시에만 매입하도록 했다.

또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매입한 중고차 중 인증중고차로 판매하지 않는 중고차는 경매의뢰하도록 했다. 이때 경매 참여자를 중소기업들로 제한하거나 현대차·기아가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협의해 정한 중고차 경매사업자에게 경매의뢰하는 대수가 전체 경매의뢰 대수의 50% 이상이 돼야 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대한 이번 사업조정 권고는 내달 1일부터 2025년 4월30일까지 3년 간 적용된다. 위반할 경우 공표, 이행명령, 벌칙 등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에 따른 조치가 취해진다.

지난달 17일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공식적으로 가능해졌다. 다만 중소 사업자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놓고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가 계속 의견 차이를 보여왔다. 당사자 간 자율조정(2차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율사업조정협의회(4차례)에도 합의안을 내지 못하자 중기부가 심의회를 통해 결론을 냈다.

완성차 업계는 권고 내용을 따르겠다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중고차 시장의 변화를 절실히 원하는 소비자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사업 개시 1년 유예 권고는 고품질의 중고차와 투명한 거래환경을 기대한 소비자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김모씨는 "중고차 사로 가기가 무서울 정도로 허위매물이 넘쳐나지만 정부가 이를 자정 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중고차를 거래해 본 사람이라면 허위매물을 경험해 봤을 정도로 범람하는 중고차 사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비자 박모씨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모호한 잣대와 눈치 보기가 선거판을 보는 것 같다"며 "배달의 민족 독과점 논란 때는 장관까지 앞장서서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더니 실제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순기능이 큰 중고차시장에 대해선 의아한 결과를 내놓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DH)가 4조7500억원에 인수할 당시 독과점 논란이 크게 불거졌지만 인수합병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소상공인연합회 등의 반발을 샀다. 당시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수수료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적극 지지선언을 했다. 그러나 최근 배달의 민족은 배민1에서 배달수수료 인상과 관련한 논란으로 소상공인은 물론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편 27일 범죄 단체를 만들어 허위 매물로 고객을 유인한 뒤 중고차를 비싸게 팔아 차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고차매매상들이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 4단독 윤민욱 판사는 범죄단체 가입·활동, 사기, 사문서위조 등으로 기소된 자동차매매상 A씨(25)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또 B씨(23)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중고차 판매업은 소비자 신뢰를 상실했다”며“이번 진입 규제로 경쟁이 제한되고 혁신이 지체돼 소비자들은 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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