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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퀸'과 대세의 만남.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은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K드라마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한 작품이다. 그간 출연작에서 상대역과 완벽한 로맨스 케미를 보여줬던 박민영의 차기작이었기 때문. 특히나 상대는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송강이다. 그야말로 '환상 조합'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캐스팅이었다.
현장에서 '멜로 감독'으로 통한다는 박민영은 제작발표회에서도 케미에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아직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송강의 그 무언가를, 자신과 연출이 힘을 모아 끌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랬기에 작품과 캐릭터에 애정을 쏟을 수밖에 없었을 터다.
작품 종영 후 화상으로 만난 박민영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기상청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며 한결 편안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완전 사전제작 작품은 처음이라 그런지 막 '끝났다!'하는 느낌보다는 아쉬움이 조금 있는 상태에요. 그래도 잘 끝나서 다행이다 하는 후련함도 있고요. 피곤한 상태가 아니고 멀쩡한 상태에서 모니터링을 하다 보니까 제 연기에 대한 점도 너무 잘 보여서 저에게는 얻는 바가 컸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잘 해야겠다는 원동력이 다시금 생겼죠."
사진: JTBC 제공
박민영이 연기한 '진하경'은 기상청 최연소 과장이자 일에서만큼은 칼 같은 커리어 우먼이다. 엄격한 탓에 아싸로 통하기도 하지만, 속내만큼은 따뜻하고, 또 직업적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박민영은 그런 하경이와 자신이 50%쯤 닮았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5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캐릭터를 몸에 입다 보면 점점 더 비슷해지기도 해요. 일할 때 진지하고 냉철한 면이 나오는 건 좀 비슷하지만, 저는 하경이만큼 쿨하지는 않고, 또 하경이처럼 사회성이 떨어지지는 않아요. 일단 연애관이 너무 달라서 그건 타협할 수가 없어요."
일에서만큼은 하경과 비슷했지만, 연애관에서는 절대 하경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박민영은 '고구마'를 한가득 머금은 캐릭터를 기꺼이 소화했다. 특급 사이다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정성은 필요했다.
"하경이의 쿨함에 정말 놀라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어요. 저는 이해가 안 되니까요. 내가 구 시대적인 사람인가 고민한 적도 있을 정도예요.(웃음) 시원하게 일침을 날리는 사이다 신이 제가 이 작품을 하게 된 결정적인 신이에요. 'XXX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99개의 고구마를 한 캔의 사이다로 이렇게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다면 나는 고구마를 많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박민영'하면 '로맨스'. 박민영과 송강은 같은 소속사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지만, 친분을 쌓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로맨스에서는 '진심이 담긴 눈빛'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박민영은 송강과 친해지기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강이가 저를 너무 선배로 볼까 봐 걱정했어요. 그래서 회식자리에서 다 모였을 때 서로 동시에 말을 놓자고 했어요. 안 놓는 사람은 벌금을 내는 거로요.(웃음)"
"서로 벽을 좀 낮추고 서로 소통할 수 있게끔 하자고 이야기를 했고, 송강 씨도 말을 놓기 시작하면서 서로 얘기하고, 그러면서 좋은 신을 만들었어요. 그 덕에 둘이 붙는 신이 더 예쁘게 나온 것 같아요."
'기상청 사람들'은 박민영에게 여러모로 남다른 의미다. 한 작품에서 슬럼프를 겪고, 또 극복했기 때문이다. 이토록 잦은 NG는 연기를 시작한 뒤 처음 겪는 일이었다. 작은 실패가 쌓이고 쌓여 마음을 뒤덮었다.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는 외국말이 아니고 정말 외계어 같았어요. 글자를 그냥 그대로 외워서 내뱉는 수준이었는데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지경까지 갔거든요. 당시에 처음으로 슬럼프가 왔어요. 제가 NG를 잘 안 내는 배우로 유명한데 최근 몇 년 간 낸 NG를 이번에 다 냈어요. 제가 하다가 굳어버리더라고요. '이게 바로 슬럼프라는 것인가. 내가 공황장애인가' 싶을 정도로 초반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그는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자'라는 생각으로 평정심을 되찾아갔다. 그러자 사막 같았던 박민영의 마음에 단비가 내렸다.
"제 마음에 폭풍우가 몰아친 적도 있고 사막이 된 적도 있어요. 지금은 새로운 봄이 시작되는 느낌이에요. 제가 작년에 많이 아팠는데 올해부터는 좀 건강해지기도 했고, 심적으로도 밝아진 느낌이 있어서 저에게도 다시 봄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새로운 도전, 하고 싶은 것도 많이 생기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