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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가해자 시선으로 담은 학폭에 배우도 죄책감을 느꼈다…'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조명현 기자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2.04.07 13:49

사진 : 마인드마크 제공

"연기를 하면서 죄책감이 들더라. 이 영화를 하면서 힘들었던 지점이다. 악역을 한다고 죄책감이 들지 않는데, 이 작품은 연기를 하면서 죄책감이 드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에서 정선생 역을 맡은 배우 고창석이 말했다. 배우로서 캐릭터의 연기를 하는 것은 '일'이다. 하지만, 부모이자 '인간'인 고창석은 그 일을 하면서 죄책감을 느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어떤 작품일까.

7일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의 온라인 제작보고회가 진행돼 배우 설경구, 천우희, 고창석을 비롯해 김지훈 감독이 참석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작품.

사진 : 마인드마크 제공

천우희는 양심선언을 하는 담임교사 송정욱 역을 맡았다. 천우희는 처음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의 제안을 받았을 때, 거절했다. 원작 연극과 낭독공연까지 챙겨볼 정도로 해당 작품의 팬이었다. 천우희는 "나는 팬으로 그 마음을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설경구 선배님이 제 번호를 어떻게 아시고 갑자기 전화를 주셨다. 너무 감사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 천우희의 마음을 돌려, 출연을 결정하게 한 것은 배우 설경구의 전화였다. 설경구는 "감독님과 배우나 '송정욱' 역에 '천우희여야 한다'는 동의가 있었다. 고발인의 역할이다. 가해자 부모가 모이게 하는 단추를 만드는 캐릭터다. 천우희여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례를 무릎쓰고 전화했다"라고 당시의 마음을 전했다.

사진 : 마인드마크 제공

천우희를 송정욱 역으로 이끈 설경구는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강한결의 아빠이자 변호사 강호창 역을 맡았다. 설경구는 "강호창은 능력이 있는 변호사라기보다, 교도소에 계신 회장님의 말 상대 해주고 안에서 필요한 것을 밖에서 처리해주는 등 중간다리 역할을 해주는 인물이다. 그런데 자기 자식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고 치밀한 계획을 짜게 된다"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남다른 진심을 담았다. 작품의 말미 재판 장면에서 설경구는 강호창의 대사를 직접 쓰기도 했다. 김지훈 감독은 "(설경구가) 강호창이라는 역할에 빙의가 많이 됐던 것 같다. 꿋꿋하게 잘 해오시다가 어느 순간 힘들어하시더라. 나의 아이의 말에 확신을 하는 아빠의 마음, 진짜인지 가짜인지 혼란에 빠지는 마음, 어느 순간 설경구가 글을 쓰고 있더라. 자세히 보니 촉촉하게 쓰고 계셨다. 되게 놀라웠다. 이만큼 깊게 들어가셨구나, 진짜가 나올 수 있는 계기였던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전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고창석 역시 "설경구가 그렇게 눈물을 흘리면서 이야기할 줄 몰랐다. 냉철하게 이끌고 갈 줄 알았는데, 강호창 변호사에서 아빠가 전면에 나서며 논리에 상관없이 감정에 설득되는 과정을 보며 상당히 놀랐다"라고 회상했다.

사진 : 마인드마크 제공

고창석은 가해자로 지목된 정이든의 아빠이자 한음 국제중학교 교사 정선생 역을 맡았다. 그는 "사실 학부모로서 입장도 가지고 있지만, 사실 학생들의 사회도 너무 잘 알고 있고, 기간제교사로 일하고 있는 송선생의 처지도 잘 알고 있고, 학교 입장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다른 분들에 비해 정보도 많고, 치밀하게 눈치도 빠르다보니, 중간에서 정보를 흘리기도 하고, 어떤 줄을 잡는 것이 우리 아들을 위한 것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계산적인 인물"이라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남다른 노력도 기울였다. 특히, 정선생은 수학교사이지만, 국제중학교인 만큼 영어로 수학을 가르쳐야 했다. 고창석은 "잘 들어보면 정선생이 영국식 영어를 한다. 옥스포드에서 공부했다고 생각한다. 일단 영어를 달달 외웠다. 주위에 영국에서 공부하고 온 친구들이 있었다"라며 웃음 지었다. 이어 "영어를 해서 힘들기보다 분위기를 집중시키는 것이 힘들었다. 오히려 연기를 하면서 죄책감이 들더라. 이 영화를 하면서 힘들었던 지점이다. 악역을 한다고 죄책감이 들지 않는데, 이 작품은 연기를 하면서 죄책감이 드는 독특한 작품이었다"라며 남다른 고충을 전했다.

사진 : 마인드마크 제공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제목부터 강렬한 작품이다. 김지훈 감독은 원작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이유에 대해 "처음 드는 생각은 '분노'였다"라며 "제목이 주는 분노감이 주제를 잘 표현하고 영화에 담고자 하는 함의를 가장 충실히 표현했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에 대해 "저는 피해자 중심에서 가해자 중심으로 서사를 풀었다고 생각한다. 아픔과 반복되는 이야기들을 영화에 고스란히 담으려고 노력했다"라고 작품에 담은 진심이 관객에게 닿게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한편,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오는 4월 27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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